[기획] 인천, 이제는 잘 늙어야할 때 ② 베이비부머

인천 베이비부머 국내 평균보다 많고 떠날 생각 없어
기존 노인보다 높은 ‘문화향유ㆍ사회참여ㆍ학력’ 특징
돈뿐 아니라 ‘관계’와 ‘노동환경’ 고려한 일자리 필요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인천이 늙어가고 있다. 인천의 2021년 예상 노인인구는 전체 인구의 14.3%로, 내년에는 인천도 고령사회로 접어들 전망이다. 올해 2월 기준 강화군(32.0%)ㆍ옹진군(25.3%)ㆍ동구(21.6%)는 초고령사회, 미추홀구(16.3%)ㆍ중구(14.1%)는 고령사회에 진입했다.

올해 2월 기준 인천의 노인인구 비율은 국내 특별ㆍ광역시 7개 중 두 번째로 낮게 나타났지만, 전문가들은 다른 지역보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바로 베이비부머 인구비율이 높기 때문이다.

고령화는 멈출 수도,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로 우리에게 다가왔다. 이제는 잘 늙는 법을 고민해야한다. 인천의 노인은 어떤 특성이 있을까. 고령사회를 맞이하는 우리의 자세는 어떤 것이어야 할까. 아래는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의 ‘인천 베이비부머 통계(2018)’와 ‘인천 베이비부머의 건강ㆍ활동적 노화를 위한 정책과제(2018)와 지원방안(2019)’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

기존 노인에 베이비부머 합치면 인구 절반

베이비부머(베이비붐 세대)는 전쟁이 끝나고 안정을 찾은 사회에서 출산율이 급격히 올라간 시기에 태어난 사람들을 의미한다.

베이비부머는 사회마다, 한 사회에 안에서도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된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6년부터 1965년 사이에 출생한 사람들을 베이비부머로 정의하고 있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한국전쟁이 끝난 1953년이나 1955년을 시작점으로 본다. 여기부터 1963년생까지를 1차 베이비부머로 구분한다. 좀 더 넓게는 1964년부터 1970년대 후반까지를 포함하는 학자도 있는데, 이를 후(後)베이비부머 또는 포스트 베이비부머로 부른다. 인천시고령사회대응센터(이하 센터)에서는 1955년부터 1974년 사이 출생자를 베이비부머로 정의하고 연구했다.

한국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를 보면, 2019년 기준 베이비부머는 약 1670만 명(인구 32.3%)이고, 2019년 기준 65세 이상 노인이 770만 명(14.8%)으로, 이들을 합치면 인구 절반에 해당한다.

인천 베이비부머 인구, 국내 평균보다 많고
대부분 인천 떠날 생각 없어

인천의 베이비부머는 2017년 기준 42만5920명으로, 이를 인구비율로 환산하면 14.4%다. 부산(16.0%), 울산과 대구(14.6%) 다음으로 높았으며, 국내 평균(14.1%)보다 약간 높았다. 1960년생과 그 이듬해인 1961년생이 가장 많았으며, 1956년생이 가장 적었다. 성비는 여성 100명 대비 남성 102명으로 나타났다.

인천의 베이비부머를 100명이라고 가정했을 때, 부평구(19명)와 남동구(18명) 순으로 많이 거주하고 있었다. 옹진군에는 1명만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군ㆍ구별 노인인구 구성비율로 보면 옹진군(18.7%)과 강화군(18.6%)이 각각 1, 2위를 차지했다. 청라국제도시, 영종하늘도시, 송도국제도시 등 신도시가 들어선 서구(13.1%), 중구(13.2%), 연수구(13.4%) 순으로 낮게 나타났다.

경기와 서울에서 인천으로 들어온(=전입)한 인구가 가장 많았으며, 전입 사유는 주택, 가족, 직업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인천에서 다른 시ㆍ도로 떠난(=전출) 경우에도, 역시 경기와 서울이 가장 많았다. 사유는 역시 주택이 가장 많았고, 직장과 가족 순으로 뒤를 이었다. 군ㆍ구별로는 부평구에서 전출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고, 전입이 가장 많은 지역은 남동구와 미추홀구였다.

베이비부머 19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면, 이들은 인천에 평균 19.25년을 거주했으며. 이중 59.4%는 은퇴 후나 노년기에도 현 거주지에서 계속 살겠다고 밝혔다. 34.0%는 인천 내 다른 군ㆍ구로 이동하겠다는 의사를 밝혔고, 인천을 떠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6.6%에 불과했다.

‘새 노인’ 설명하는 키워드 세 가지
문화향유, 사회참여, 높은 학력

베이비부머는 이전 세대 노인들과 무엇이 다를까. 센터는 베이비부머가 ‘문화를 받아들이고 향유하는 방식, 사회 공동체적 가치 추구, 고졸 이상 학력’을 지니는 것을 특징으로 꼽았다.

기존 노인은 자녀에게 경제적ㆍ정서적 지원을 원하는 반면, 베이비부머는 배우자에게 의존하고 싶어 하는 것도 큰 차이다. 기존 노인보다 삶의 만족도가 높았고, 노화 불안감은 비교적 낮았다. 베이비부머는 노동 여부가, 기존 노인은 거주지역이 우울감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마을운동’이나 ‘아껴야 잘 산다’ 같은 말들로 대변되는 지금의 65세 이상 노인들은 한국전쟁을 직접 경험했다. 한국이 경제적으로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자기희생’으로 빠듯하게 살았던 세대다. 절약과 인내를 미덕으로 삼았으며, 한편으로는 지금 한국의 기반을 조성했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기도 하다. 즉, 경로효친사상을 마지막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들, 세대의 연장자인 ‘어르신’으로서 존경을 받고 있는 마지막 세대이기도 하다.

한국의 베이비부머는 그 전 세대에 비해 자유롭다. 부흥하는 경제적 혜택을 받고 자라면서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이끌어낸 세대다. 부모세대가 “못 배웠기 때문에 힘들게 살았다”는 교육열 아래 고졸 이상 학력이 많다. 65세 이상~74세 이하(전기 노인)와 75세 이상(후기 노인)은 각각 52.4%와 26.3%만 고졸 이상 학력인데 비해, 2차 베이비부머 99.0%와 1차 베이비부머 87.75%가 고졸이다.

부모를 부양하는 마지막 세대이자, 아래로부터 부양을 기대하지 않는 ‘낀 세대’다. 경제활동이 원활했던 시기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그러면서도 다시 회복시켰고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았던 세대다.

인천 베이비부머의 거주 형태를 보면, 78.1%가 자가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전세 17.0%와 월세 4.5% 순으로, 자가 비율이 높다.

‘문화’라는 것을 처음 경험하기 시작한 세대이기도 하다. 외국 사례들을 가까이 접하고, 국내 사회 변화에도 민감하게 반응한다. 이들이 겪은 미디어의 변천사만 봐도 빠르게 변화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이들은 어린 시절 흑백 티브이가 컬러로 변하는 것을 지켜봤으며, PC통신을 거쳐 핸드폰, 스마트폰, 웨어러블 IoT(사물인터넷)을 받아들였다. 급격하게 변화를 수용했던 세대, 한 세대가 태어나서 늙기 전을 전부 체험한 세대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기록될 것이다.

음주 비율은 81.1%로 높았으나, 이를 제외한 흡연, 운동, 병원 방문, 정기검진에서는 건강한 행태로 분류됐다. 자살률은 높은 축에 속했지만,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추세였다.

돈뿐 아니라 관계와 노동환경 중요하게 여겨
사회복지형 공공일자리 확충 필요성 대두

센터는 베이비부머의 노년기를 위해서는 경제와 복지, 건강에 집중되는 욕구를 해소하는 것은 물론이며, 문화적 측면이 고려된 일자리를 만들어야한다고 제안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욕구가 개별화될수록 제공되는 서비스 또한 세분화되기 때문이다.

현재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있는 베이비부머는 79.1%이며, 베이비부머의 과반인 59.0%가 노년기에도 경제활동에 참여하겠다고 응답했다. 그 이유는 ▲건강한 생활을 위해(52.3%) ▲다른 사람과 어울리기 위해(25.5%) ▲일을 하지 않으면 지루해서(6.1%)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노년기 중요한 노동조건을 ▲노인에게 우호적인 노동환경(29.1%) ▲현재와 비슷한 일(19.4%) ▲현재와 비슷한 임금(11.8%) 순으로 뽑았다. 선호하는 노동형태는 ▲무기한 근로계약직 ▲관계없음 ▲기한이 있는 근로계약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현재보다 노년기 취미ㆍ자원봉사ㆍ종교 등 여가활동에 더 많이 참여하고 싶다고 답했다. 베이비부머는 노후 준비 영역 중 경제적 준비를 가장 중요하게 여기면서도 그걸 가장 준비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과 친구관계는 잘 준비하고 있었다.

센터는 이들의 욕구를 반영한 사회복지형 공공일자리 확대를 제안했다. 또, 사회적 가치를 중심으로 한 참여일자리 공급과 온라인 매체를 활용한 일자리 정보 제공의 필요성도 제안했다. 노년 맞이 금융ㆍ경제 교육과 건강 지원을 바탕으로 한 재사회화도 필요하다고 했다.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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