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여성노조,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
“가정·사회 돌봄노동을 모두 떠안고도 인정 못받아”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인천여성노동자회(한국여성노동자회 소속)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임금차별타파의 날을 맞아 불평등한 여성 노동구조와 돌봄 해결 근본 대책을 정부에 요구했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날 기자회견.(제공 인천여성노동자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

여성 비정규직, 5월부터 무급으로 일한 셈

인천여성노동자회가 소속된 한국여성노동자회 지부 11곳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여성노동조합원 30명이 4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인 18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용 불안 속에 놓인 여성 노동자들의 실태를 알렸다.

이들은 “여성 비정규직 임금 비율은 2019년 8월 기준 남성 정규직 임금 대비 37.7%에 불과하다. 이를 1년으로 계산하면 여성 비정규직은 오늘인 5월 18일 이후부터 12월 말까지 무임금으로 일하고 있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여성취업자는 지난 3월 지난해 동월 대비 11만5000명, 4월 다시 29만3000명이 감소했다. 비경제 활동인구로 전환되는 숫자는 점점 증가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급격하게 감소하고 있는 여성 임시 일용직은 누가 해고 1순위가 되고 있는지를 가리킨다. 여성노동자들은 자신의 고용과 실직을 증명할 증명서 발급도 어려워 실업급여 등 각종 지원에서도 제외되는 경우도 허다하다”라고 말했다. 

 

여성노동자, 필요시 불려 나오는 대기조 아냐

공공 돌봄 강화하고 예산 확대 편성해야

여성들은 가정의 돌봄노동, 사회의 노동을 떠맡고 있어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날 기자회견.(제공 인천여성노동자회)

이들은 “코로나19 위기는 지금껏 우리가 구축해 왔던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와해시켰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3월 16일부터 이달 8일까지 접수된 가족돌봄휴가 지원금 신청자 중에는 여성이 64%로 남성(36%)보다 훨씬 많았다고 밝혔다”라고 했다. 

또한 “여성은 당장의 돌봄 때문에 혹은 미래의 돌봄자라는 가정만으로 노동시장에서 배제되거나 불안정한 조건에서 노동을 지속할 수 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은 필요하면 노동시장으로 불려나오고, 어려워지면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대기조가 아니다. 정부는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재정비해 공공성을 강화하고 돌봄 분담을 민주주의의 핵심 문제로 상정해 해결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를 위해 확대된 예산의 편성이 시급하다”라고 주장했다.

끝으로 “여성의 고용 취약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문제며, 자본주의와 가부장제가 만들어낸 것이다. 더 이상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 성별임금격차를 양산하고 여성차별적 노동시장을 변화시키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들은 정부에 ▲성차별적 고용현실 해결 근본대책 마련 ▲사회안전망에서 제외된 임시일용, 특수고용노동자 보호대책 마련 ▲증명서 위주의 대책에서 벗어나 사각지대 여성노동자를 위한 긴급생계대책 마련 ▲사회적 돌봄 시스템을 재정비와 예산 확대 편성 ▲저평가된 돌봄노동에 제대로 된 임금과 처우, 노동환경 제공을 요구했다. 

2020년 제4회 임금차별타파의날 기자회견.(제공 인천여성노동자회)

“남성은 정상출근, 여성은 근무 시간 반토막”

인하대학교 청소노동자로 일하고 있는 민주노총 전국여성노동조합 인천지부 인하대학교 분회 박명순 분회장은 기자회견에서 불평등한 고용 현실을 고발했다. 

박 분회장은 “코로나19가 퍼지자 가장 먼저 학교가 멈췄다. 대학교도 이에 맞춰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됐다. 사람들은 학교가 텅 비어있을 것이라 생각하겠지만, 그렇지 않다. 학교 시설물을 사용하는 학생과 직원들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운을 뗏다.

이어 “사측은 사회적 거리두기를 한다는 이유로, 학교에 학생들이 없다는 이유로 4월부터 8월까지 우리 (여성) 청소 노동자들의 근로시간을 반씩 줄였다. 그러나 교내 정규직 비정규직 남성들은 모두 정상출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청소 할 곳은 그대로인데 인원이 반으로 주니 그만큼 노동강도가 높아졌다. 여성 가장으로 살아가기 너무 힘이 든다.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에게 고용불안과 생계위협을 가져다주는 이 상황(코로나19 고용위기)이 조속히 해결되기를 바란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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