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조수진 전교조 인천지부 정책실장

[인천투데이] 이태원 발 코로나19 재확산이 심상치 않다. 순식간에 140명을 넘었다. 무증상 확진자가 36%다. ‘깜깜이’ 감염도 부지기수다. 인천에선 10~18세 학생 10여 명과 그 부모까지 감염됐다.(5월 14일 기준)

몹시 불안하다. 그런데 정부는 “현재로선 등교개학 연기는 검토 대상이 아니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의료체계가 감당 못할 혼란이 생기고 누군가는 목숨을 잃더라도, 정부는 입시가 중한 모양이다. 이태원 클럽에 간 청년과 성소수자를 희생양 삼고 있다. 등교수업 후 정부가 또 어떤 개인들에게 책임을 떠넘길지 우리는 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물어보는 질문이 하나 있다. 코로나19라는 병은 언제까지 갈 것인가라는 질문. 몇 개월이면 끝날까? 아니면 1년이면 끝날까? 아니면 그보다도 더 갈까?” 우석균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공동대표의 말이다.

그는 두 개의 길을 말한다. 첫 번째 길은 ‘집단면역’을 획득하는 것. 이론상 인구 약 60%를 감염시키면 된다. 한국에서 3000만 명이 걸려야하고, 60만~90만 명이 사망하는 길이다. “당연히 선택할 수 없는 길이다.” 두 번째 길이 남는다. 백신으로 면역을 획득하는 것. 그런데 코로나19는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언제일지 모르는 백신 개발 때까지 치명률 3%인 감염병을 경계하며 2m이상 떨어져서 지내야한다.

어느 길을 가야 할까. 정부는 어느 길을 가고 싶을까. 5월 10일 취임 3주년 기념 특별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방역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주지 않는다. 일상복귀를 마냥 늦출 수 없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은 “방역 완화와 등교수업은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겠다는 뜻”이라고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죽음에 대비하라”던 영국 총리 보리스 존슨의 ‘망언’이 오버랩된다.

집단면역 운운하다 자신이 감염된 보리스 존슨. 영국은 확진자가 23만 명을 넘어 세계 3위로 껑충 올랐다. 사망자는 미국 다음으로 많다. 싱가포르에선 3월 말, 등교개학 이틀 만에 유치원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감염이 급증해 2만 6000여 명이 확진됐다. 지금도 하루 수백 명씩 늘고 있다.

방역이 먹고사는 문제까지 해결해주지 않으니 어느 정도 위험을 감수하고 일상으로 복귀하는 편이 나을까, 백신을 기다리며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기업과 정부 곳간을 풀어 먹여 살리라고 해야 할까.

우석균 공동대표는 말한다. “지금 인류 앞에는 코로나를 끝내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야만의 길이고 하나는 우리 모두 사는 길이다.”

이태원 감염 확산으로 전국이 발칵 뒤집힌 5월 10일, 유은혜 장관은 페이스북에 이렇게 올렸다. ‘학생들의 안전이 최우선 원칙이다. 모든 위험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신중히 판단하겠다.’ 이튿날, 등교수업은 1주일 연기됐다.

정부와 언론은 ‘숨은 전파자’ 운운한다. 하지만 진짜 ‘숨은 전파자’는 방역을 완화한 정부 자신이다. 총선이 끝나자마자 방역을 완화하고 등교수업 방침을 발표했다. 보건교사 한 둘에게 수백 명의 보건방역을 떠맡기고 있는 학교. 학생 30명가량이 고작 몇 십 센티미터 거리를 두고 생활하는 교실. 교직원이 다닥다닥 붙어지내야하는 교무실. 감염 확산은 불 보듯 뻔하다.

학생들을 ‘실험용 쥐’ 취급하며 목숨을 걸고 위험천만한 도박을 벌이려는 곳은 한국만이 아니다. 프랑스와 영국 등 유럽도 등교개학을 밀어붙인다. 이 나라들에서 교사들이 항의에 나섰다. 한국의 교사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 로버트 프로스트의 시 ‘가지 않은 길’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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