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사각지대 가정 어린이집
원장 몰래 ‘기프티콘’ 받기도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아이한테 불이익이 갈까봐, 울며 겨자먹기로 선물해요.”

인천 가정 어린이집에 자녀를 보육하고 있는 한 양육자의 하소연이다.

스승의날, 크리스마스... 매년 돌아오는 ‘선물시즌’이 되면 어린이집 학부모 사이에선 눈치싸움이 펼쳐진다. 인천 양육자카페(맘카페) ‘아띠아모’에서도 지난 14일 “선물 해야하는 거냐”, “얼마까지 할 수 있냐”, “안하려니 눈치 보인다” 등의 고민이 담긴 글들이 속속 올라왔다. 

인천 양육자 카페 아띠아모 게시글 목록 갈무리.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시행된 지 4년이 지났다. 청탁금지법 대상에는 초·중·고등학교 대학교와 함께 유치원, 국공립 어린이집이 포함된다. 가정(사립)어린이집의 경우, 대표(원장)을 제외한 보육교사는 공무수행사인에 해당하지 않아 청탁금지법의 적용대상에 해당되지 않아 이같은 일이 벌어지는 것이다. 

A씨는 지난해 연수구 가정 어린이집에 자신의 아이 담임 선생님께 3만 원어치 커피쿠폰을 충전했다. A씨는 올해도 아이 담임선생님 등에게 10만 원 상당의 선물을 했다.

A씨는 “올해도 혹시 몰라 준비했는데, 선생님이 한번도 고사 하지 않고 받았다. 안했으면 섭섭할까봐 아찔했다”라며 “선물 받지 말라는 원장의 지시에도, 폐쇄회로(CC)TV에 걸리지 않는 식사, 기프티콘을 선물받는 선생들도 많다”라고 털어놓았다.

미추홀구 한 국공립어린이집에 자녀를 보냈던 학부모 B씨도 “지난해 스승의날 작은 선물을 했다. 선물을 건넨 집 아이들에게 더 정성을 쏟는 경우가 허다하니, 불안한 마음에 어쩔 수 없이 하긴 했지만, 잘못된 문화에 기여하는 것 같아 이건 아니지 싶었다”라며 찜찜했던 마음을 꺼내놨다.

이어 “어느 국공립어린이집 보육교사는 한 학부모가 건넨 만 원 상당의 선물을 거절했다가, 다른 학부모가 5만 원권 몇 장을 꽃다발에 돌돌말아 선물하니 받았다는 얘기가 돌았다”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아무런 선물도 받지 않고, 받아도 거절하는 어린이집도 있다. 물질로 감사의 마음을 책정당하는 게 유감이다”라고 덧붙였다.

몇 달 전 까지 어린이집 보육교사로 일했던 C씨는 이런 현상을 두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어 “어차피 아이들에게 잘 해줄 교사는 선물 받든 안받든 잘 대해줄 것이다. 그러나 학부모 모두들 대부분이 ‘내 아이 불이익 받을까봐’ 모두 선물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가정 어린이집 보육교사도 김영란법 대상자에 포함됐다면 이런 불필요한 일이 없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C씨의 말처럼, 법적 개편이 없다면 때되면 돌아오는 '눈치게임'은 앞으로도 계속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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