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선안전조업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 국회서 열려
법안 내용과 해수부 태도 일제 비판, “개정안 필요”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서해5도 어민들을 지나치게 옥죈다는 비판을 받는 어선안전조업법이 위헌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왔다. 헌법이 규정한 각종 원칙에 어긋나는 조항이 많다는 주장이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연수갑) 국회의원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는 13일 오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어선안전조업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찬대(연수갑) 국회의원과 서해5도평화운동본부는 13일 오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에서 ‘어선안전조업법 무엇이 문제인가’ 토론회를 개최했다.

오는 8월 시행 예정인 어선안전조업법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2016년 9월 발의됐다. 이후 3년간 국회 계류돼 있다가 지난해 8월 제정됐다. 법안 제정 과정에서 주민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법을 어길 시 최대 징역 1년에 해당하는 형사처벌 조항도 담고 있어 어민들을 지나치게 통제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서해5도 주민들을 여전히 군사통제 아래 두려 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이번 토론회는 남북공동어로구역과 서해평화수역 중심지인 서해5도 주민들의 의견을 듣고 정부기관과 소통 창구를 마련하기 위해 열렸다. 인천시·옹진군·해수부·국방부 등의 관계기관도 참여했다.

토론회 좌장은 배영철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인천지부장이 맡았다. 김성국 해양수산부 어선안전정책과 사무관과 조현근 서해5도평화수역운동본부 정책위원장이 각각 정부·어민 입장에서 발제를 진행했다.

김성국 사무관은 “그동안에는 어선 안전관리가 법률이 아닌 각종 법령의 하위 규정으로만 이뤄졌다. 또한 어선사고 예방과 어업인 생명보호를 위한 정책지원 법적근거가 없었다”며 법안 제정 취지를 설명했다. 또 “법 시행으로 인해 서해5도 해역의 관리 역할을 명확히 하고 안전관리를 강화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조현근 위원장은 “법 제정 과정에서 법 적용을 바로 받는 주민 의견을 수렴하지 않았고, 제한구역을 조금만 넘어도 적용하는 과도한 형사처벌 조항이 문제”라며 “이는 서해5도 어민 227명만을 특정한 불합리한 법”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지난 2017년 흥진호 북한 나포사건만 보더라도, 관련법에 따라 해경이 수사해 형사기소까지 이뤄졌다. 기존 입법공백이 없는 상태에서 어민들의 생존권을 제한하는 법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헌법이 규정한 각종 원칙 위배 가능성

이어진 토론에는 김종모 해수부 지도교섭과 과장, 최경문 국방부 북한정책과 중령, 박태원 서해5도운동본부 상임대표, 장태헌 백령도선주협회 회장, 허선규 인천해양도서연구소 대표, 한필운 법률사무소 국민생각 변호사가 나섰다.

특히 한필운 변호사는 “어선안전조업법의 형사처벌 규정이 헌법상 ▲과잉금지 원칙 ▲죄형법정주의 원칙 ▲포괄위임금지 원칙 ▲형벌법규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커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해5도 어민 통제를 형사처벌로 해결하려는 것은 행정편의적 발상이다. 지난 70여 년간 행정질서벌 부과만으로 충분히 규율된 사항을 형사처벌 수준으로 가중할 급박한 사정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이어 “서해5도 어장만 군부대장 통제를 가능케 하고, 위반행위에 형사처벌까지 하는 것은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으로 과잉금지 원칙에 위반될 소지가 크다”고 덧붙였다.

또한 “관할 부대장 통제에 불응한 자를 처벌하는 규정은 명확성이 떨어져 죄와 형을 법률로 정하는 죄형법정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며 “관할군부대장이 민간인을 직접 통제하는 것이 민주헌법 체계에도 맞지 않는다. 규율 대상 어장, 군부대장의 통제방법, 불응 유형 등에 대한 기준이 모호해 포괄위임금지 규정에도 위반돼 보인다”고 설명했다.

김종모 과장은 “서해5도 어업인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을 기회를 만들지 못해 유감”이라고 밝혔으나, 어선안전조업법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다. 그는 “일반해역에 대한 어업규제는 어선안전조업법보다 강력한 게 많다”며 “국가안보와 질서유지 측면에서 모두에게 합리적인 수준의 통제는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제한구역을 넘었다고 모두 처벌하지 않는다. 복귀명령을 먼저 내린다. 다만 제한을 어긴 고의성이 인정됐을 때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은 필요하다”며 “기존에는 행정처분만 내렸던 월선행위에 대한 처벌을 사법처분 하는 방향으로 신설해 명확히 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앞으로 주민들과 더 소통해 반영할 부분은 반영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부처의 미온적인 반응에 서해5도 어민들은 목소리를 높였다. 박태원 상임대표는 “정부가 말로는 서해5도 주민의 생존권과 안전권을 외치지만 거짓말이다. 오히려 주민들을 옥죄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인천시 강화군이 성어기를 맞아 어선 입출항 시간을 임시로 오전 4시에서 오후 8시로 확대했다는 기사를 접했다”며 “서해5도 어민들은 위험인물로 간주하니까 이런 조치는커녕 오히려 규제를 확대하는 것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장태헌 선주협회 회장은 “입법 취지에 동의하지만, 독소조항들은 큰 문제다. 제한선을 조금 넘었다고 어민들을 징역살게 하는 법이 기가 막힌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에는 기술이 발달해 ‘브이패스’로 어선 위치를 저녁에도 파악할 수 있다. 그만큼 어민 관리도 쉬워졌다”며 “국민 기본권을 많이 침해당하는 서해5도 어민들과 신뢰를 만들 생각은 안 하고 규제할 궁리만 한다”고 비판했다.

백령·대청도가 지역구인 김형도(통합) 옹진군의원은 “어선안전조업법을 어민들에게 설명하면 어민들이 크게 반발한다. 어민들은 차라리 이주를 생각할 정도로 법안이 수정되지 않으면 큰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해수부는 최근 어민들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어장을 확장하는 등 소통을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토론회를 개최한 박찬대 국회의원은 “토론회를 하니 마음이 더 무거워졌다. 각자 주어진 역할을 하고 있지만, 국민들의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다”라며 “앞으로도 어민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의원 측은 21대 국회에서 어선안전조업법 개정안 발의가 필요해 보인다는 의견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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