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은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지만, 대법원을 거치면서 뇌물 액수가 86억 원으로 늘어 양형 증가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유죄 판결은 뒤집을 수 없어 집행유예를 유지하는 것이 최선인 상황에서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준법감시제도를 양형 사유로 삼을 수 있다고 먼저 언급했다.

이를 반영해 이 부회장은 삼성준법감시위원회를 구성했으며, 삼성준법감시위원회는 경영권 승계, 노동, 시민사회 소통 등 준법 의제 세가지를 제시하고, 이 부회장과 삼성 계열사가 대국민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양형 증가가 예측되는 상황에서 재판부가 제시한 양형 기준을 성실히 따르는 태도를 보이는 것이 필요했던 삼성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 부회장은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경영권을 승계하지 않을 것이며, 무노조 원칙을 없애고, 준법 경영을 하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모든 게 당연한 이야기인데, 이 당연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 이렇게나 오래 걸렸다는 게 씁쓸했다. 또, 한편으론 이 조차도 진정한 반성으로 들리기보다 양형을 위한 입빠른 소리로 들렸다.

진정한 반성과 사과는 무엇일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행한 탈세와 불법 등을 밝히고, 이로써 얻은 부당한 이익을 사회로 환원해야 진정한 반성이지 않을까. ‘무노조 원칙’을 운운하며 탄압한 노동자들을 찾아 사과와 적절한 배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시신까지 탈취 당했던 삼성전자의 고 염호석 님, 지금도 강남역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는 김용희 님 등, 탄압받았거나 받고 있는 노동자는 많다.

‘비싸도 삼성 제품 써야 우리나라가 잘 산다’는 말은 이제 옛말인 듯하다. 삼성은 세계에서 1ㆍ2위를 다투는 큰 기업으로 성장했지만, 내 삶은 여전히 팍팍하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며 아르바이트에서 잘린 친구, 무급휴직을 권고받은 친구가 늘어났다. 교통비와 식비가 부담스러워 한 시간을 걷고 컵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는 친구들도 있다.

그런데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올 2월, 둘이 합쳐 배당금 6174억원을 받았다. 본 적 없고 앞으로도 볼 수 없는 금액이다. 삼성 오너 일가는 잘 살고 우리는 계속 제자리다. 그런데도 재판부에는, 정치권에는 “삼성이 우리나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 선처를, 감형을!” 외치는 사람들이 있다.

이 부회장의 이번 사과는 ‘반성’이 아닌, ‘감형’을 바랄 뿐인 형식적 사과였다. 예전에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도 이게 ‘감형’의 사유가 돼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까 걱정된다. 이 부회장이 이야기한 것과 마찬가지로 죄를 지으면 그에 합당한 벌을 받는다. 당연한 이야기다. 우리 사회의 이 당연한 원칙이 지켜지길 바란다.

원칙을 지킨 판결만이 단순히 삼성을 단죄하는 것을 넘어, 법을 지키지 않은 경영, 사람 존중은 없고 돈만 쫓는 경영을 해서는 안 된다는 단호한 메시지를 우리 사회에 던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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