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검찰 항소 기각… 계양구 비리 감사보고서 결정적 증거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지방법원(제1형사부)이 7일 오전 검찰 항소를 기각하고 ‘인천 계양구 정화조 비리’를 폭로한 시민한테 1심 판결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계양구 정화조 비리는 2012년 12월 계양구 정화조 비리를 신고한 시민이 오히려 누명을 쓰고 민형사상 유죄를 받고, 신고자가 유죄를 받는 과정에 계양구 공무원이 허위 문서를 제출했으며, 계양구는 그것도 모자라 해당 시민에게 부당한 행정처분을 내린 사건이다.

김종필 전 삼신환경 대표는 2012년 계양구 정화조 비리를 폭로했다. 이에 계양구 정화조 업체 6개는 김종필 전 대표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했고, 계양구 공무원은 비리를 부인하는 허위문서를 제출해 김 전 대표는 2014년 6월 재판에서 유죄를 받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전 대표는 계양구 정화조 비리 폭로를 멈추지 않았다. 김 전 대표는 2018년에도 계양구청 앞에서 확성기를 이용해 ‘계양구 정화조 비리’를 폭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에도 게시했다.

이번에도 계양구 행정의 비호를 받았던 정화조 업체는 김 전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인천지법은 2014년 재판과 달리 지난해 7월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검찰이 항소했지만 서울고법은 기각하고 1심 판결을 확정했다.

1심과 2심에서 무죄판결의 결정적 증거는 김종필 전 대표가 비리를 폭로할 때 근거로 삼은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감사관의 감사결과보고서(2014년 7월)였다.

2014년 인천지법 재판 때는 이 감사결과보고서가 없었다. 그 뒤 지난해 김 전 대표가 다시 기소 돼 인천지법에서 열린 재판 때 감사결과보고서를 작성한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감사관이 증인으로 출석해 김 전 대표가 폭로한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다 것을 증언하면서 무죄를 이끌어 냈다.

그 뒤 올해 5월 7일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재판 때는 감사관이 작성한 감사결과보고서가 증거 자료로 등장했다. 김종필 전 대표가 정보공개청구 소송을 통해 구한 보고서가 세상에 드러난 것이다.

앞서 김 전 대표는 주로 확성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대형업체에 똥 청소비용 부당청구, 똥 청소량 부풀리는 동안 부당이득 편취, 똥 실적 보고서 조작, 담합을 통한 불법영업 등 위법행위가 있음에도 구민의 생활을 방해하는 본분을 망각한 계양구청은 즉각 사과하라”, “계양구민에 정화조 요금을 과하게 청구한 업체, 계량 증명서를 위조한 업체, 담합한 업체에 허가를 취소하라”고 주창했다.

이에 A환경 등 계양구 정화조 업체 6개사 대표는 김 전 대표를 형법상 명예훼손과 정보통신망이용촉진 및 정보보호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법)상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A업체 등 계양구 정화조 업체 6개사는 비슷한 내용으로 2014년 재판에서 이겼기 때문에, 이번에도 허위사실 유포에 따른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하지만 법원은 1심에서 무죄를 선고하고, 2심 때는 검찰 항소를 기각하며 1심 판결을 확정했다.

김종필 전 삼신환경 대표가 2012년 12월 비리를 신고하자, 계양구는 2013년 1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공문을 보냈고, 이 공문은 김 전 대표의 유죄 판결에 증거자료로 사용됐다. 그러나 나중에 이 공문의 내용은 허위로 드러났다.

형법상 명예훼손 혐의는 김 전 대표의 주장이 허위사실에 해당하냐가 쟁점이고, 정보통신법 상 명예훼손은 김 전 대표한테 상대(=정화조 업체 6개사 대표)를 비방할 목적이 있었느냐가 쟁점 이었다.

1심 재판부는 김 전 대표가 주창한 내용이 공익 목적에 부합하고, 또한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의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기 때문에 김 전 대표의 표현에 다소 과장된 표현이 있다고 해도 그의 입장에선 사실이라고 충분히 믿을만 했다며, 형법상 허위사실 유포 혐의를 적용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법원은 “국무조정실 공직복무관리관실 감사관으로부터 감사결과보고서 문서를 받아 보고 계양구청의 정화조 업체에 대한 적정한 관리 감독을 촉구하는 등의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사실을 적시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법원은 또 “설령 피고가 적시한 내용이 진실인지 여부가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더라도 아래와 같은 사정에 비추어 보면, 피고인은 적시한 내용이 진실한 것으로 믿었고, 그렇게 믿을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던 것으로 보이므로 위법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여기서 법원이 판단 근거로 삼은 ‘아래와 같은 사정’은 2014년 6월~7월 국무조정실이 계양구 정화조 운영실태를 감사한 보고서 내용이다.

법원은 또 형법상 명예훼손의 경우 특정인을 특정할 수 있어야 하는데, 김 전 대표가 주창한 내용으로는 정화조 업체 6개사 대표를 특정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게시한 게시물에 국무조정실 감사관이 작성한 보고서 초안이 첨부된 것도 있다. 그러나 피고는 위 보고서에 기재된 고소인들의 업체 이름 부분을 굵은 펜으로 지워 가리는 등의 처리를 하여 고소인들이 운영하는 업체 또는 개개인이 특정되지 않게 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법원은 정봉통신법상 명예훼손은 비방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김 전 대표가 확성기와 페이스북을 이용해 정화조 비리를 폭로하고 계양구에 개선을 촉구한 것은 비방할 목적이 아니라 공익을 위한 목적이라고 판단했다.

법원은 “피고인이 게시한 내용은 전체적으로 고소인들의 정화조 업체를 비방하기 보다는 정화조 업체를 관리하는 계양구청에 대하여 특정 정화조 업체에 특혜를 준 것을 비판하고, 정화조 요금을 과하게 청구하는 업체들에 대한 적절한 시정 조치를 할 것을 촉구하는 것”이라며 “이는 정화조 업체 관리 업무의 적절하고 공정한 운영을 주된 목적으로 하는 것으로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부연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