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조세심판원과 달리 롯데그룹 손 들어줘
계양구, ‘미신고 지방세 발굴’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는데 ‘당혹’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 계양구가 롯데그룹이 제기한 지방세 불복 행정소송 1심에서 패소했다. 계양구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행정법원은 1일 오후 롯데그룹이 계양구 등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계양구는 2018년 12월 조세심판원 심판에서 승소한 데 이어, 지난해 미신고 지방세 발굴로 대통령상까지 받았는데 패소로 적잖은 충격에 휩싸였다.

롯데가 계양구 등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은 지방세(취득세, 시세ㆍ구세) 불복 소송이다. 이는 롯데 계열사인 호텔롯데와 부산롯데호텔 등이 지난 2015년 KT렌탈(현 롯데렌탈)을 약 2조 원에 인수한 데서 비롯했다.

계양구는 롯데렌탈의 KT렌탈 인수가 자산 취득에 해당한다며 지방세를 부과했다. 과세 대상은 대부분 자동차인데, 이중 약 74%가 인천에 등록돼있고, 계양구의 과세 비중이 가장 높아 계양구가 주된 소송 당사자이다.

KT렌탈 인수 당시 롯데는 롯데호텔 등 롯데 계열사가 50%를 인수하고, 나머지는 증권업체가 투자한 특수목적법인(SPC) 등이 인수했다.

지방세는 ‘친고’ 납부라 롯데가 자산 취득을 신고하고 세금을 내야했다. 하지만 롯데는 지방세법상 주식의 50%를 초과한 소유한 주주가 지방세를 내게 돼있는데, 자신들은 정확하게 50%만 소유하고 있다며 지방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그러나 계양구는 과세 대상으로 판단했다. 계양구는 롯데렌탈의 주요 주주인 부산롯데호텔이 금융감독원에 전자 공시한 2015년 말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롯데가 50%를 초과한 과점주주라며 취득세 319억 원(타지자체 포함 439억 원)을 추징했다.

롯데의 미신고 지방세를 찾아내 부과한 인천 계양구(구청장 박형우)가 ‘2019년 지방재정 개혁 우수 사례 발표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사진제공 계양구)

롯데는 줄곧 50%를 초과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계양구는 과세대상이 맞다고 했다. 정부 조세심판원 역시 과세가 정당하다며, 2018년 12월 계양구의 손을 들어줬다.

2015년 말 부산롯데호텔 감사보고서를 보면 롯데렌탈 특수관계인의 지분 구조가 나온다. 부산롯데호텔은 “롯데렌탈의 보유 지분은 20% 미만(10.8%)이지만, 기타 주주(=증권사 투자 SPC)와 체결한 총수익수왑(TRS) 계약에 의해 20%를 초과하는 의결권을 보유함에 따라 유의적 영향력을 보유하는 것으로 판단해 관계 기업으로 분류했다”라고 명시했다.

즉, 이 감사보고서대로 하면 롯데렌탈의 롯데 지분은 50%를 넘어선다. 계양구는 이를 토대로 세무조사를 실시하고 2017년 10월 롯데에 취득세 319억 원을 부과했고, 그 뒤 미추홀구도 2억 원을 과세하는 등, 국내 기초단체 66개가 총439억 원을 추징했다.

롯데는 일단 세금을 내긴 했으나 이 과세가 부당하다며 불복했다. 롯데는 2017년 11월 국세청 조세심판원에 부과 처분 취소를 구하는 심판을 청구했고, 조세심판원은 2018년 12월 롯데의 청구를 기각했다.

당시 조세심판원은 “계양구가 롯데 계열사들을 롯데렌탈의 실질적 과점주주로 보아 취득세를 부과한 처분은 정당하다”고 판결했다.

그 뒤 롯데는 다시 불복하고 2019년 3월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KT렌탈 인수에 참여한 (주)호텔롯데ㆍ롯데손해보험(주) 등 롯데 계열사 5개는 계양구 등 기초단체들을 상대로 취득세 부과 처분 취소 본안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조세심판원과 달리 이번엔 계양구 등의 과세가 부당하다며 원고 승소 판결했다. 계양구는 긴급 대책마련에 들어갔다. 계양구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소송에 참여하고 있는 지자체와 대책을 마련해 항소를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계양구는 롯데가 신고하지 않은 지방세를 발굴해 지방재정에 기여할 공로로 지난해 행정안전부 주관 ‘2019년 지방재정 개혁 우수 사례 발표대회’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앞서 얘기한 대로 계양구는 롯데가 감추려던 지방세를 발굴해 국내 기초지자체 40개의 세수를 증대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런데 계양구가 1심에서 패소하면서 행정안전부 또한 체면을 구기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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