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기 시민기자의 인천 섬 기행] 소야도

[인천투데이 천영기 시민기자] 옹진군 덕적면 소야도는 새가 날아가는 모양의 곶처럼 생겨 ‘새곶섬’이라고 불렸는데, 이를 한자로 바꾸면서 사야도(士也島)나 사야도(史冶島), 또는 사야곶도(士也串島), 소야도(蘇爺島)로 표기했다. 소야도라는 이름은 신라 태종무열왕 7년(660년)에 당나라 소정방(蘇定方)이 백제를 정벌하기 위해 함대를 이끌고 이 섬에 진을 쳤기에 부르게 됐다는 설이 일반적이다.
 

덕적소야교.(사진제공ㆍ옹진군)

‘덕적소야교’ 개통

소야도와 덕적도를 잇는 연도교 ‘덕적소야교’는 4년에 걸친 공사 끝에 2018년 5월 25일 개통식을 했다. 마주보는 덕적도 도우선착장과 거리는 500미터 남짓이다.

풍광이 아름다울 뿐만 아니라 편한 마음으로 휴식하기에 적격인 소야도는 그동안 뱃길로만 이어져 섬 주민들의 불편과 관광객의 수고로움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학생들 통학과 섬 주민들 응급의료를 위해 배를 타고 덕적도로 나가야했는데, 덕적소야교 개통으로 불편이 해소됐다.

소야도는 조용하기 이를 데 없어 평화롭기까지 하다. 덕적도에 너무 근접해있기 때문에 관광이 제대로 활성화되지 않았는데, 다리가 놓인 후 관광객이 많아지고 있다. 숙박시설도 많이 생겼다. 다만 소야도에는 따로 식당이 없으니 재료를 준비해 들어가거나 숙소에서 제공해주는지 미리 알아봐야한다.

 

언덕 위에서 바라본 나룻개 선착장 마을.

‘나룻개 선착장’으로

이른 새벽 대부도 방아머리 선착장에 도착해 배를 타고 소야도 나룻개 선착장으로 들어간다. 배에서 사람들이 내리고 나니 포구는 금방 한산해진다. 태공 몇몇이 모여 선착장에서 낚시를 하는데 많이는 잡히나 씨알이 작다. 소야도와 덕적도 사이를 흐르는 거센 물살이 죽는 때에는 제법 큰 우럭과 노래미를 잡을 수 있단다. 선착장에 앉아 맞은편을 바라본다. 바로 앞에 덕적도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한눈에 들어온다.

덕적소야도가 놓였지만 소야도는 아직도 관광객이 많지 않아 한가하게 쉴 수 있는 섬이다. 길을 따라 걸어도 2시간이면 충분히 섬의 끝인 큰말로 넘어갈 수 있으니, 걷기에 안성맞춤이다. 숲이 우거진 그 길을 따라 걸어보련다. 선착장 옆 마을은 북쪽을 향하고 있다.

그래서 오전에는 햇빛이 들지 않고 오후에만 서쪽에서 햇빛이 비춘다. 바닷가 마을답게 해안을 따라 10여 가구가 옹기종기 모여 있다. 경사가 꽤 가파르게 보이지만 천천히 걸으니 힘들지 않다. 언덕을 오르며 뒤를 바라보니 마을 앞이 어항처럼 포근한 모습이다. 탄성이 절로 나온다. 포실한 느낌. 사물은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여유만 있으면 도시에 찌든 마음을 제대로 씻을 수 있다.
 

텃골 해변에서 바라본 창구섬 장군바위.

골마을과 창구섬 장군바위

도로 꼭대기에 오르니 텃골마을이 계곡에 펼쳐진다. 마치 별장을 지어놓은 것 같다. 파란 바다와 지붕의 빛깔, 그리고 산에 빽빽하게 자란 노송들이 화음을 이뤄 교향악을 펼치는 것 같다. 나도 모르게 발길이 해안으로 끌린다. 바다 너머로 자월도가 아스라이 보인다. 배로 가면 먼 길이지만 날이 맑아서인지 섬을 누군가 확 끌어다놓은 것 같다. 햇살이 쏟아져 내리는 마을과 바다,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다. 한참동안 풍광을 즐겼다. 산으로 올라가는 안내 표지판이 있지만 모든 곳을 갈 수는 없는 법. 내려가는 길을 택했다. 그래 바다로 가보자. 무엇인가 또 있겠지.

바닷가로 내려가니 방파제가 있고 그 앞으로 고운 모래사장이 있다. 해변 오른쪽으로 갓섬, 간뎃섬, 물푸레섬이 바다 위에 한가롭게 떠있고 왼쪽 앞으로는 창구섬(장군섬) 장군바위가 뚜렷하게 보인다. 방파제를 넘어 바위들을 밟고 섬 가까이 간다. 울퉁불퉁한 바위가 걷기 힘들지만 갈 수 있는 데까지 가본다. 이곳도 ‘모세의 기적’이 연출되는 곳이다. 물이 빠지면 창구섬까지 길이 드러난다. 계속 이어지는 돌무더기 앞으로 배를 타고 낚시하는 사람들이 보이고 빨갛게 칠한 마베등대도 보인다. 바다는 잔잔하고 미동도 없다. 창구섬 장군바위에는 다음과 같은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옛날 최 장사와 박 장사가 한 마을에 같이 살고 있었는데 동갑내기로 서로 힘자랑하는 것을 좋아했다. 마을에선 이 두 장사를 최 장군님, 박 장군님이라 부르며 존경했다. 어느 날 그들은 서로 힘겨루기를 했는데, 소야 턱굴에서 약 200미터 떨어져있는 큰 바위까지 모래섬(포대)을 두 어깨와 겨드랑이에 끼고 한 바퀴 도는 경기였다. 최 장군은 거뜬히 한 바퀴 돌았지만, 박 장군은 힘이 겨워 중간에 머무르고 말았다. 그렇게 머물러 돌이 된 것이 ‘박장군바위’이다.”

‘박장군바위’를 ‘소정방바위’라 하기도 한다. ‘소정방바위’는 나중에 붙은 이름으로 추정된다. 방파제 앞에 이런 내용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었으면 좋겠다.

 

떼뿌루 해변 모래사장.

‘떼뿌루 해변’으로

떼뿌루 해변은 인천 섬들 중 가장 캠핑하기 좋은 곳 같다. 넓은 주차장과 잔디밭이 깔려있다. 잔디밭 위에 텐트를 쳐도 된다. 해변 쪽으로 소나무 밭이 우거져있어 그늘을 원한다면 그 밑에 텐트를 치는 것이 좋다. 샤워장과 최신식 화장실, 개수대도 잘 갖춰져 있다. 거기다 야외 운동기구들도 설치돼있어 시간 날 때 몸을 풀어볼 수도 있다. 금상첨화란 말을 써야할 것 같다.

모래사장 길이가 1킬로미터 정도 되는데, 모래가 고와 맨발로 걸으면 보드라운 촉감이 발가락을 간질인다. 군데군데 있는 정자에서 바다를 바라보는 것도 참 좋다. 물이 빠지면 해변에서 조개잡이 하는 즐거움도 쏠쏠한데, 물때가 맞지 않으면 잡을 수 없으니 잘 맞춰야 한다.

 

갓섬 방파제 낚시꾼들.
물길이 열린 간뎃섬과 물푸레섬.

큰말 앞 ‘모세의 기적’

큰말, 이름 그대로 소야도에서 가장 큰 마을이다. 민박과 펜션이 이 마을에 거의 집중돼있다. 방파제를 따라 바다 호선 그대로 집들이 늘어서 있다. 평온하고 조용하다. 숙소에 짐을 풀고 ‘모세의 기적’을 보러 갓섬으로 갔는데 밀물이어서 구경만하고 돌아왔다. 방파제에서 낚시를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손맛을 별로 보지 못하고 있다. 민박 주인 말로는 어제 인천 배들이 바로 앞까지 와서 우럭을 엄청 잡아갔다고 한다. 낚시도 날이 맞아야하나 보다.

물이 빠져나가자 간뎃섬과 물푸레섬 길이 열린다. 진도의 바닷길보다 800미터 더 긴 1300미터 물길이 열린다. 바위들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굴 껍데기를 밟으며 조심스레 발을 내딛는다. 간뎃섬에는 소나무가 우거져 있고 바닥은 굴 껍데기가 쌓여 멀리서 보면 마치 하얗게 빛나는 모래사장 같다.

간뎃섬을 지나니 중간에 돌들이 송곳처럼 삐죽이 솟아나있는 ‘송곳여’를 피해 걷는다. 앞에 모랫길이 찰랑이는 물결 위로 솟아오른다. 물푸레섬까지 가는 길도 만만치 않은데, 물이 차올라 눈으로 보기만 했다. 조금 더 빨리 와야 했는데, 아쉬움이 남는다.

햇살이 바다 너머로 구름에 가려 아련하게 퍼지고 있다. 볼을 엷게 물들인다. 도시를 벗어나 원시의 속살을 만질 때의 환희, 어쩌면 이런 게 그리워 섬에 들어오는 것이리라. 고요와 적막 그리고 평화, 이 섬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이 섬 좋다.

소양도 관광 안내도.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천영기 시민기자는 2016년 2월에 30여 년 교사생활을 마치고 향토사 공부를 계속하면서 시민들과 함께 월 1회 ‘인천 달빛기행’과 때때로 ‘인천 섬 기행’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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