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책

[인천투데이 이권우 도서평론가]

이동학 지음|오도스 출판|2020.2.26.

나이 들어 그런 듯싶다. 요즘 젊은 친구들 보면, 대단하다 싶다. 우리 같으면 엄두도 못 낼 일에 과감히 도전하고, 이를 다른 사람과 공유하는 데 거리낌이 없다. 이번에 읽은 ‘쓰레기책’을 쓴 이동학 씨도 그런 인물이었다. 넉넉하지 못한 살림에 어릴 적부터 고생을 많이 한 모양인데, 군대 다녀온 후 노점상을 하다 접고 20대 초반부터 국회의원에 세 번 도전했단다. 36세에는 2년여에 걸쳐 61개국 157개 도시를 다녔다고 한다.

기실 스스로 흐뭇했던 것은 지은이의 이력보다 이런 점을 내세우는 젊은이를 냉소적으로 바라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 하겠다고 설레발쳤네’라는 마음이 들지 않았고, 생전에는 유엔 사무총장이 될 리 없다며 어머니한테 ‘지구촌장’이라는 직책에 임명됐다는 소개 글에 반감을 느끼지 않았다. 얼마 전 후배가 보내준 ‘꼰대 성향 검사’에서 레벨 2정도 나온 게 맞다 싶었다. 숫자가 높을수록 꼰대 성향이 강하단다. 아무튼 요즘 젊은 것들은 버릇이 없다는 말을 버리고, 요즘 젊은 녀석들은 확실히 다르고, 그래서 나라의 미래가 밝다고 느끼는 것은 권장할만한 삶의 태도인 듯싶다.

지은이가 신통했던 것은, 단지 여러 나라를 쏘다니기만 한 것이 아니라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우리가 맞이한 문제의 대안을 찾아 전문가를 만나고 기관을 찾아다녔다는 사실이다. 그냥 돌아다녀도 얻는 게 많을 텐데, 문제의식을 품고 떠난 길에는 얼마나 소득이 많았겠는가. 간혹 외국에 다녀오면, 그 도시만의 맛난 술 이야기만 한 나와는 차원이 다르구나 싶었다. 어쨌든 이번 책은 그 와중에 발견한 심각한 쓰레기 문제를 주제로 썼다. 왜 아니겠는가. 어느 도시를 가더라도 쓰레기 문제는 심각한 상황에 놓여 있고, 더욱이 이 문제는 국제적인 골칫거리가 돼 있지 않던가. 세계 여행을 하면서 직접 눈으로 목격하고 발로 뛰면서 쓴 글이라, 제법 잘 찍은 다큐멘터리 같았다.

제일 흥미로운 점은 “세계의 쓰레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오게 된 것은, 세계의 쓰레기통을 자임하던 중국이 폐기물 수입을 금지한 것이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내가 사는 지역에서 나온 쓰레기는 그 권역에서 처리되는 게 마땅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부자 나라도 버젓이 중국이나 가난한 나라에 쓰레기를 보냈다. 얼마 전 우리 쓰레기가 필리핀으로 넘어가 나라 망신당한 일을 기억하면 된다. 억울한 일도 있다. 해류의 끝에 있는 섬 지역에는 세계의 온갖 쓰레기가 다 모여든다. 이런 쓰레기가 태평양 연안에만 프랑스 국토의 세 배에 이른다니, 입이 쩍 벌어질 일이다.

충격적인 현상이야 여러 매체로 이미 확인한 경우도 있으니, 이 문제를 해결하려는 각 나라의 노력이 궁금했다. 1회용 컵 사용을 억제하는 게 중요할 텐데, 독일의 프라이부르크시가 하는 정책이 눈길을 끌었다. 단단한 플라스틱 재질로 컵을 만들어 도시의 이미지를 상징하는 디자인을 입히고 이 컵을 공유하게 한 것이다. ‘프라이부르크 컵’이라고 부르는데, 사용한 다음에는 가맹점 어느 곳에나 반납하면 1유로를 되돌려 받는다. 음식물 쓰레기 처리법으로는 중국 지난시가 단연 돋보였다. 바퀴벌레 40억 마리가 음식물 처리장에서 대활약한다. 죽은 바퀴벌레나 깐 알을 처리해 숫자를 유지하는 게 비결이란다.

쓰레기 문제만 보았다면 이 책은 그저 그런 책에 머물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은이는 쓰레기를 매개로 체제의 문제를 파악했다. 쓰레기 문제는 도시화의 결과다. 그리고 더 팔아야 유지되는 자본주의 체제는 끊임없이 이윤을 남기기 위해 소비를 촉진한다. 그 과정에서 최근 문제가 된 플라스틱을 양산한다. 쓰레기 처리과정에서 화석연료를 써서 다른 나라에 버린다. 세계화 문제가 얽혀 있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은 건강을 해치며 쓰레기 재처리과정에서 번 돈으로 겨우 연명한다. 결론은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한다는 점이다. 쓰레기만 보더라도 우리가 근본적인 ‘대전환’을 꾀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점을 깨닫게 된다. 물론, 거창한 말보다 당장 나부터 쓰레기를 줄이는 삶을 실천해야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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