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은 왜 ‘니트(NEET)’를 선택하나
청년들은 왜 ‘니트(NEET)’를 선택하나
  • 이서인 기자
  • 승인 2020.04.27 08: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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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인천에서 일하지 않는 청년들 ③니트(NEET)

일과 휴식 경계 없어 몸과 마음 소진
청년 니트 증가세…노동환경 바꿔야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누구나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나 인천 청년들은 이런 바람을 인천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인천 청년이 늘고 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인천 청년 인구(만19~39세)는 인천 전체 인구 중 29.2%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인천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계속 유출된다면 인천은 결국 ‘잠만 자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청년들은 왜 인천에서 일하지 않는 걸까.

청년들이 일터에서 소진되고 있다.(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청년들이 일터에서 소진되고 있다.(아이클릭아트 이미지)

일터에서 소모되는 나를 위해 ‘니트’ 선택

부평구 주민 이준혁(26, 남) 씨는 지난해부터 다닌 방송사를 올해 1월 그만뒀다. 서울 상암동에 위치한 이름 있는 방송사였지만, 직장 내 부당한 대우와 극한의 노동조건을 견디다 건강이 악화됐고, 결국 ‘니트’를 선택했다. 니트(NEET)는 ‘Not in Education, Employment or Training’의 약자로, 미취업 상태지만 직업교육 등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사람을 지칭한다.

이 씨는 “일 자체는 재밌었지만 일을 하면서 상사와 관계에 문제가 있었다. 특히 상사가 본인의 감정을 실어 필요 이상으로 나에게 폭언했고, 모욕하는 언행도 일삼았다. 이를 견디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다가 결국 회사를 다닌 지 5개월 만에 공황장애가 생겼다. 그래서 나만의 시간을 가지고 괜찮아질 때까지 무작정 쉬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영상물 제작이 재밌어 미디어ㆍ방송 계통에서 일하고 싶었다. 실제로 방송사 일이 적성에도 맞았다. 서울에서만 직장을 두 곳 다녔는데, 미디어 관련 일을 하기 위해서 인천보다 서울에 있는 유망한 방송사에 취업하는 것이 자신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왕복 3시간이 걸려 출퇴근하면서도 힘들기보다는 ‘내가 살아가고 있음’을 느꼈다.

방송 제작에 흥미를 느꼈다. 그러나 업무가 너무 과다했다. 휴식과 일의 경계가 없는 것도 스트레스 요인 중 하나였다. 특히, 주말 없이 일하고, 수당 없는 야근이 잦아 힘들었다.

이 씨는 방송사 프리랜서로 일했지만 일주일에 6일 이상 출근했다. 그럼에도 자신을 ‘언제라도 잘라도 되고, 언제든지 대체 가능하고, 적은 돈으로 최대 효율을 뽑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노동환경이 열악하고, 업무 강도는 세고, 직장 상사에게 부당한 대우를 받았음에도 언제 해고될지 모른다는 생각에 그냥 버텼다. 그리고 건강이 악화돼 결국 퇴사했다.

이 씨는 “회사를 다니면서 늘 긴장하다보니 사람 많은 공간에 가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막연하게 불안해지고 호흡 곤란과 더불어 머릿속이 새하얘졌다. 회사를 다니면서 병원 갈 시간이 없어 퇴사 후 병원을 가서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다. 스트레스가 원인이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쉬면서 마음이 괜찮아지고 있다. 아무것도 안 한다는 것 자체만으로 마음에 안정이 찾아온다. 그동안 스트레스 받았던 부분을 신경 안 쓴다는 것만으로 후련했다. 오롯이 내 자신만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좋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이 씨는 휴식기를 가진 후 방송 제작 일을 다시 하고 싶다고 했다. 하고 싶은 일이고 일할 때 즐겁기 때문이면서 동시에 살아가기 위한 경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더불어 다음 직장에서는 휴식이 좀 더 보장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드러냈다.

이 씨는 “주52시간 근무제가 도입됐지만 잘 안 지켜지는 경우가 많다. 좀 더 강제성을 뗘 이 부분이 잘 지켜져야 일하면서 쉴 수 있고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 같다. 그만큼 휴식과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는 돈을 모아놓은 상태에서 퇴사해 당장은 금전적으로 문제가 없지만 미래의 경제적 문제를 걱정하고 있는 것처럼, 당장 쉬고 싶은 청년들이 쉴 수 있게 하는 지원책이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청년 니트 계속 증가 추세
열악한 노동환경 개선해야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 조사(2018) 결과를 보면, ‘쉬었음’과 ‘기타’로 응답한 비율은 2014년 1만3731명에서 2018년 2만3844명으로 4년 새 1만여 명 증가했다. 인천에 비경제활동청년인구 중 니트가 차지하는 비중은 2.5%에서 4.6%로 높아졌다. 청년 니트는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청년들은 일터에서 몸과 마음이 소진됐을 때, 새로운 삶을 모색할 때, 아니면 그냥 쉬고 싶을 때 등, 다양한 이유로 니트를 선택한다. 때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떠밀려 니트가 되기도 한다. 어떤 청년이든 니트가 될 수 있고, 그 수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이준혁 씨의 말처럼 열악한 노동조건과 이상한 조직문화에 청년노동자들은 소진될 수밖에 없다. 그리고 더 이상의 소진을 멈추고 니트를 선택하는 청년은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니트를 단순히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 방치해서는 안 된다.

사회는 구직활동을 하지 않는 청년이 아닌, 청년노동자들을 지치게 만든 열악한 노동조건과 저질의 조직문화를 비판해야한다. 그리고 청년들이 지치지 않게 하려면 그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환경을 바꿔야한다. 또, 어떤 청년이라도 잠시 쉬고 싶을 때 온전히 쉴 수 있게, 휴식을 갈망하는 청년들을 지원하는 정책도 마련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