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고동희 부평구문화재단 문화사업본부장

[인천투데이] 코로나19에 잔뜩 억눌려 지내는 동안에도 속절없이 시간은 지난다. 거리두기라는 다소 삭막한 생활방식을 나름의 방식으로 헤쳐가긴 하지만 기간을 거듭 연장한 까닭에 피로감이 쌓이는 건 어쩔 수 없다.

봄꽃을 즐기러 너나없이 나들이에 나설까 싶어 대형 축제를 일제히 취소하고, 몇몇 지자체에선 애써 가꾼 꽃밭을 뒤집어엎기도 했다. 사람이 많이 찾는 공원마다 입장을 막아가면서까지 코로나19 확산을 경계하는 수고로움이 애처롭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답답함을 이기지 못한 이들이 바깥활동을 나서기도 하고, 격리대상자가 생활수칙을 어겨 고발을 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한다. 큰 고비를 넘긴 상황에서 행여나 새로운 집단감염이나 지역 확산이 벌어질까 질병관리본부를 비롯한 정부와 지자체가 노심초사하면서 조금만 더 참아달라고 연일 읍소를 벌인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공공 영역의 기능이 새삼 주목을 받고 있고, 경험하지 못한 미래를 예측해보면 그 역할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개인의 자유를 최대한으로 보장하는 신자유주의, 혹은 ‘작은 정부’가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감염병을 막아내는 데에는 적절하지 못하다는 게 유럽이나 미국 등의 사례가 잘 확인시켜주고 있다.

모든 이의 삶을 코로나19가 변화시키고 있지만, 무엇보다 학교들의 개학이 미뤄진 탓에 여러 분야 활동이 여의치 못하다. 이전의 일상적인 활동으로 되돌아갈 기준을 개학으로 삼다보니 아이를 둔 집들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모이는 일들은 대부분 멈춘 상황이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미치지 않는 곳이 없겠지만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이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치기 마련이다. 예술계를 비롯한 공연계도 그 중 하나다. 한창 왕성한 활동을 벌일 시기지만, 모든 공공 공연장의 휴관이 계속되는 데다 대체로 다수 관객을 대상으로 하는 공연의 특성상 언제쯤 공연이 가능할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일부 공연장이나 단체에서 온라인을 활용한 ‘랜선’공연을 선보이기도 한다. 코로나19 극복을 응원하는 유용한 도구이긴 하지만 모든 장르의 예술가나 예술단체의 활동을 적용하는 새로운 형태의 예술표현으로 자리 잡기에는 무리가 따른다.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부와 지자체가 재난기본소득 지원을 추진하고 있고, 인천시에서는 별도로 22억 원 규모의 지역예술인 지원방안을 시행하고 있어 다행이긴 하지만 예술생태계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려놓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연계에선 코로나19가 최대한 이른 시기에 종료된다고 해도 올해는 이미 정상적인 활동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걱정이 많다. 출연진 구성과 연습, 공연장 대관 등이 전혀 준비되지 않은 데다 다중시설에 대한 사람들의 기피심리가 커 관객을 모으는 일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우려다.

그럼에도 예술인들의 무대를 기대하는 맘은 오히려 더 크다. 예술가들을 위해, 그리고 그들로부터 큰 위안을 받을 관객들을 위한 멋진 무대가 너무나 그리운 시절을 살아내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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