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류수연 인하대 프런티어학부대학 교수

[인천투데이] 역대 최대의 불확실성 위에서 치른 21대 총선이 마무리됐다.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확산된 코로나19로 인해 선거운동도 공약도 전무하다시피 했지만, 그럼에도 이번 선거는 66.2%라는 경이로운 투표율을 기록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진보적 성격의 거대 여당을 맞이했다.

일단 이번 선거 결과는 코로나19 정국을 이끌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국민적 신뢰의 반영임이 분명하다. 여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는 그대로 국정 운영의 탄력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점에서 상당히 고무적이다.

하지만 동시에 ‘선택적 지지’의 결과임을 기억해야한다. 감염병이라는 위기를 현명하게 이끌어온 정부에 대한 지지, 무조건적 반대와 발목 잡기로 스스로 바닥을 드러낸 거대 야당의 몽니에 대한 거부, 그리고 무엇보다 이 위기를 극복하고자하는 국민들의 의지가 하나로 모인 결과인 것이다. 즉, 역대 최악을 갱신해온 20대 국회와 그 안에 있던 의원들을 향한 지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라는 것은,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만큼 의아한 사실도 없다. 이번 선거에서 한 사람이 지닌 투표권의 가치는 4660만 원으로 책정됐지만, 우리는 그간의 역사를 통해 이 가치가 선거일 이후에 얼마나 무용해지는지도 수없이 목격해왔다. 유세 현장에서 고개 숙였던 정치인들이 국민이 쥐어준 권력을 사유화는 것은 너무나도 흔한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그뿐인가. 모 아니면 도에 가까운 양자 구도의 정치판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지나칠 정도로 분명한 양자 구도의 ‘아웃풋’은 오히려 유권자에게 다양한 선택지를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그로 인해 소신보다는 정략적인 선택으로 한 표를 행사한 적이 더 많았다는 것은, 때로 서글프다. 이번 선거에서 보인 여당에 대한 압도적 지지 역시 그러한 맥락과도 맞닿아 있음을 분명하게 인지해야만 한다.

더구나 후보자 개인과 공약에 대한 면밀한 검증이 전무하다시피 치러진 이번 선거에서 여당이 진정 민심을 대변하기 위해서는, 민심의 향방을 다시금 가늠하는 일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180석이라는 의석수는 여권이 추진해온 수많은 개혁을 완수하기에 실로 충분한 숫자가 아닌가? 그간 국민에게 제대로 전달될 수 없었던 공약을 이제부터 내부에서 새로이 가다듬고, 개혁을 향한 시동을 본격적으로 걸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새롭게 탄생한 이 거대 여당에 거는 기대는 우려를 훨씬 넘어선다. 해방 이후 우리 정치판을 휩쓸었던 기류가 확실하게 전복된 첫 번째 선거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야흐로 우리의 낡은 정치방식이 시험대에 오르는 기회가 될 것임이 분명하다. 진보적 성격의 여당이 내분 없이 개혁 드라이브를 유지할 수 있을지, ‘초록은 동색’이라는 진절머리 나는 구태를 답습할지. 한 표의 소중한 가치를 지켜내기 위해서라도 열심히 응원하고 때로 감시하는 국민의 노력이 절실하다.

이미 국민은 정부와 여당에 칼을 쥐어줬다. 검찰개혁이나 공수처 설치와 같은 권력 감시와 처벌 강화는 물론, 노동과 교육 분야 개혁, 더 나아가 n번방 사건으로 부각한 사이버 성범죄의 실질적 해결을 위한 법안 마련까지. 해결해야할 문제가 산적해있다. 그러니 이제 국민의 한 표 한 표를 더욱 ‘무겁고 두렵게’ 받으라. 그리고 해야할 일을 하라. 그것이 국민의 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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