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

[인천투데이] 21대 총선이 더불어민주당과 더불어시민당 등 여권의 압승으로 끝났다. 한마디로 가장 후진적인 정치를 가장 선진적인 국민들이 심판한 결과다. 국민들은 코로나19 위기 속에서 대안 없는 비방과 발목 잡기로 일관한 보수야당에 매서운 회초리를 들었다. 그렇다고 여권이 잘해서 표를 몰아준 건 아니다. 민주당이 ‘대통령 찬스’를 쓴 것이라고 비평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동안 잘해서가 아니라, 위기를 잘 극복하라고 힘을 준 것이다.

세월호 참사 6주년을 맞아 메시지 두 개를 접했다. 하나는 문재인 대통령의 추모 글이고, 다른 하나는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의 글이다. 문 대통령은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남겼다. “어느 때보다 공감이 필요한 때 세월호 6주기를 맞았다. 우리는 세월호와 함께 울었고, 함께 책임지기 위해 행동했다. 우리는 세월호를 통해 우리가 서로 얼마나 깊이 연결된 존재인지도 알게 되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를 극복하며 우리의 상호의존성을 다시 확인하고 있다. 국민들은 ‘누구도 속절없이 떠나보내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가 격리’를 지키고 있다.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와 대책 속에는 세월호의 교훈이 담겨 있다. ‘사회적 책임’을 유산으로 남겨준 아이들을 기억하며, 국민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또 하나의 글은 단원고 유예은 학생의 어머니 박은희 님의 글이다. “6년 전 국회노숙 때 진상규명을 위해 협상하지 말고 싸워달라고 했을 때, 민주당은 의원수가 적어서라고 했다. 국민들이 총선에서 전폭적인 지지로 의석수를 늘려주었을 때, 왜 아직도 소극적이냐고 하니 집권당이 아니라서라고 했다. 국민촛불로 박근혜가 탄핵되고 민주당이 집권당이 되어도 진상규명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묻자 사사건건 통합당이 발목 잡아서라고 했다. 이제 그 마지막 이유도 사라졌다. 국민은, 유가족은, 우리 아이들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다. 이제 민주당과 정부가 할일만 남았다. 정말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한다.”

시민사회단체 25개가 참여해 지난 한 달 넘게 총선 관련 활동을 벌인 2020총선시민네트워크는 이번 총선을 이렇게 논평했다. “선거제도 개혁에 역행하는 거대 양당의 위헌적 위성정당으로 한국 정치는 양당제로 회귀했다. 거대 양당은 67.1%에 불과한 정당 득표로 전체 300석 중 283석, 의석의 94%를 독식해 양당제는 더욱 공고해졌다. 비례성과 다양성을 높이고자했던 선거제도 개혁은 물거품이 됐고, 선거 결과는 온전한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선거법 재개정이 절실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반대한 미래통합당도 이번 총선에서 소선거구제의 피해자가 됐다. 수도권에서 민주당은 802만9165표, 통합당은 625만8033표를 얻었다. 그러나 수도권 전체 의석 121개 중 민주당은 103석(85.1%)을 차지한 반면, 통합당은 16석(13.2%)에 그쳤다. 정의당은 10%에 육박한 비례대표 정당지지율을 얻었지만 전체 300석 중 2%에 불과한 6석을 차지했다. 승자독식 선거제도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불합리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21대 총선의 승자는 엄중한 ‘책임’을, 패자는 환골탈태의 ‘혁신’을 요구받았다. 민주당은 반사이익이 아닌 진정한 개혁으로, 통합당은 ‘수구ㆍ냉전’에서 ‘합리ㆍ평화’ 보수로 거듭나길 바란다. 거대 양당체제에서 악전고투한 정의당과 녹색당 등 진보정당은 코로나19 이후에 펼쳐질 새로운 가치 추구에서 활로를 찾아야한다. 이렇게 정당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정치판을 새롭게 만들어간다면 정치는 더 이상 적폐가 아니라 ‘내 삶을 바꾸는 힘’이 될 것이다. 21대 국회가 진정으로 민심을 대변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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