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기 중 1∼5회 지필고사 시행 … 예체능·영어까지 확산 추세

학교는 입시지옥이란 말은 그다지 새로울 것이 없는, 당연한 말이 된 지 오래지만, 이제는 중·고등학교 청소년뿐 아니라 초등학교까지 시험 스트레스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학생들이 늘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008 서울대학교 입학전형 발표 이후 초등학생까지 논술학원 등록을 하고 있는 가운데, 인천지역의 많은 학교들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지필고사를 실시, 이를 수치화하고 성적 우열을 가려 수상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인천지부(지부장 도성훈)가 지난 달 21일부터 이번 달 9일까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인천시내 초등학교의 96%가 일제형 지필고사를 치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적게는 한 학기에 1회, 많게는 5회까지 시행하는 학교가 있으며, 그 결과를 수치로 제시할 뿐 아니라 성적 우수자에게는 시상까지 하고 있다는 것.
더구나 국어, 수학, 사회, 과학 등 주지교과 중심으로 실시되던 일제 지필고사가 음악, 미술, 체육, 실과 등 실기과목까지 확산되는 추세여서 그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초등학교에서 일제형 지필고사가 확대된 것은 올해 초 인천시 교육청(교육감 나근형)이 ‘초등학력 향상 방안’ 지침을 통해 지필고사 실시와 그에 따른 성적 통지를 권장했기 때문”이라며 “이는 7차 교육과정에 명시되어 있는 ‘아동의 개성과 창의성 신장을 위한 과정 중심 교육, 수행과정의 평가, 학업성취도의 서술형 기술’ 등 초등교육목표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한 지필고사 확산에 따른 위기의식으로 초등학생들의 학원 순례를 조장, 과중한 학업 스트레스 및 막대한 사교육비 부담을 부추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2002년 김화중 국회의원이 전국초등생 1만9천700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를 보면 초등학생의 33.2%가 성적 문제로 자살하고 싶다고 응답하고 있다. 자살 충동의 원인은 1위가 성적, 2위가 왕따 문제(29.3%), 3위가 외모 불만족(23.4%)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대적으로 입시 위주 교육에서 자유로운 초등생조차도 과도한 성적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음을 입증하는 조사 결과라 할 수 있다.
한창 마음껏 뛰어 놀며 자신의 개성을 찾고 창의력을 높여야 할 초등학생들이 어린 나이부터 입시 경쟁에 휘말려 자살충동까지 느낀다는 것은 우리사회의 미래가 그만큼 밝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전교조 인천지부는 “시 교육청에서 인천 초등학생의 학력이 저하됐다는 어떤 근거도 없이 무조건 학력향상만을 추진하는 것은 초등교육의 기본 목표에 반하는 위험한 행동”이라며 “초등학생들의 과도한 성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학부모의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등 초등교육 정상화를 위한 정책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