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사·신일철공소 이어…인천 근대건축물 또 '철거'
애경사·신일철공소 이어…인천 근대건축물 또 '철거'
  • 이보렴 기자
  • 승인 2020.04.1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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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구 내동에 위치한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
구청 문화관광과 용역조사 중 건물주가 철거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 중구 개항로45번길에 위치한 일제강점기 근대건축물이 또다시 철거됐다.

백영임 '팟알' 사장이 찍어 자신의 SNS에 게시한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 철거현장 (백영임 사장 SNS 갈무리 사진)
백영임 '팟알' 사장이 찍어 자신의 SNS에 게시한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 철거현장 (백영임 사장 SNS 갈무리 사진)

인천 중구 카페 '팟알' 백영임 사장에 따르면 이 근대건축물 철거는 지난 8일부터 진행됐다. 이번에 철거된 건물은 ‘법원관사’나 ‘부천군수 관사’ 등으로 소문이 나 있던 근대건축물이다. 현재는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가 유력하다. 인천 중구 문화관광과가 용역조사중인 대상이기도 했다.

인천 중구가 진행 중인 용역은 ‘근대역사문화유산 발굴 학술연구용역’이다. 용역의 목적은 근대건축물 멸실이나 훼손 사례가 자주 발생하는 상황에서 기존에 알려진 근대건축자산을 제외한 새로운 근대건축물을 조사하고 보존방안을 세우는 것이다. 철거된 건물은 이번 용역의 조사대상 중 하나였다.

인천 중구 개항로 45번길 9에 있는 건물은 2층 목조건물이다. 법원관사나 부천군수 관사라는 소문이 있었지만 현재는 1932년 1월 8일 들어선 인천부립직업소개소의 공동숙박소가 유력하다.

공동숙박소는 취업알선과 거주지가 없는 구직자를 위해 설치한 것이다. 50명을 수용했다. 1935년 4월 9일 이곳에서 숙박하고 있던 노동자 2명이 발진티프스에 감염돼 시설 전체가 격리되거나 1936년 3월 재귀열이 일어나는 등 위생상태가 좋지 않았다는 내용이 당시 동아일보 기사에도 나타난다. 일본인을 위한 다다미방과 조선인을 위한 온돌방도 따로 설치돼 있었다고 한다.

중구 문화관광과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로 파악하고 있다”며 “건축물에 대해 조사를 하려고 건물주와 연락해보려 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내부 조사를 진행하지 못해 확신하기는 어렵지만 공동숙박소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건물주와 연락이 닿지 않은 상황에서 철거가 진행된 것”이라고 전했다.

시에 등록된 근대건축자산이었다면 철거 전에 전문가들과 상의해 보존방안을 논의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그러나 이 건물은 근대건축자산으로 등록된 건물도 아니어서 사실상 철거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인천감리서 터의 구성과 변천과정 연구’를 쓴 손장원 인천재능대학교 실내건축과 교수는 “‘인천부사(1993)’에 기록된 인천부립직업소개소와 공동숙박소의 소재지가 중구 내동 84번지다”며 “공동숙박소는 2층이며, 2층 면적과 철거된 건물의 2층 면적이 동일하다”고 해당 건물이 공동숙박소임을 설명했다.

손 교수는 이번 사태에 대해 인천시 근대건축자산 용역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근대건축자산 조사는 애경사 사태와 같은 일을 막기 위해 인천시가 지난해에 인하대와 인천연구원에 용역을 맡겨 수행한 것”이라며 “일제강점기 공동숙박소가 근대건축자산으로 등재돼 있지 않다는 건 용역 자체가 부실한 것이고 부실한 보고서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은 인천시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인천시 건축계획과 관계자는 “인천시 근대건축자산은 다른 지역처럼 권역별로 조사한 것이 아니다. 전수조사로 5만 개에서부터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추려나간 것이다. 당연히 목록에서 빠진 내용이 있을 수 밖에 없다”고 답했다. 이어 “지난해 한 조사가 첫 조사라 미흡한 부분은 당연히 있다. 5년 뒤 다시 조사할 것이고 세부계획 성립과 추진을 위해 예산회의를 진행하는 중”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