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단 김락기 박사, 일제가 감시한 주요 인사의 삶 책으로 엮어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인천문화재단이 세 번째 대중 역사총서로 일제강점기 항일운동에 헌신했던 인천 지역 투사들의 삶을 기록한 ‘잊을 수 없는 이름들(글누림 출판, 김락기 저)’을 펴냈다.

‘잊을 수 없는 이름들’은 항일을 기치로 식민지에서 민중과 함께 독립운동에 헌신한 인천의 투사들에 관한 기록이다. 저자 김락기 박사는 일제가 감시한 요시찰 인물 가운데 우선 30명의 삶을 책으로 엮었다.

인천에서 독립운동은 3ㆍ1운동에만 머물지 않았다. 항일운동은 노동운동과 소년운동, 청년운동 등 다양한 계층에서 일상적으로 전개됐다. 국사편찬위원회가 ‘일제가 일상적으로 감시했거나 체포한 독립운동가’를 정리해 놓은 ‘일제감시 대상 인물카드’를 보면, 인천지역 인사는 98명이다.

일제가 감시 대상으로 등록한 인사들은 일반 범죄가 아니라, 치안유지ㆍ소요ㆍ보안법 등 독립운동과 연관한 활동으로 체포된 이들이다. 이들은 인천에서 태어나지 않았지만 당시 활동무대와 거주지가 현재 인천시에 속했던 인사들이다.

이중에는 사회주의 독립운동가로 명성을 얻은 이승엽과 같은 거물급 인사부터 인천공립보통학교 만세 시위를 주도해 1996년에 애족장을 받은 김명진 지사(1900~1965), 또 이 카드 외에는 행적을 찾을 수 없는 인사까지 다양하다.

나이도 10대부터 다양하다. 체포ㆍ투옥된 시기도 다르다. 거주지 기준이니 인천 출생이거나 본적이 인천이 아닌 사람들이 다양하다. 사실상 다양한 지역 출신 인사를 품고 사는 오늘날 인천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인천문화재단 인천문화유산센터와 <인천투데이>는 지난해 대한민국 임시정부수립과 3ㆍ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일제가 작성한 ‘일제감시 대상 인물카드’에 등장하는 98명 중 기록이 비교적 풍부하게 남아 있는 애국지사들의 삶을 연재했다.

당시 인천문화유산센터 센터장을 맡아 글을 연재했던 김락기 박사가 자신이 연재했던 글을 보완해 이번에 세 번째 역사총서를 출간했다.

잊을 수 없는 이름들(글누림출판) 표지

‘일제 감시 대상 인물’은 나이뿐만 아니라 노동자부터 지식인까지, 사회주의자부터 민족주의자까지 계층과 이념적으로 다양하다. 독립운동이 전 민중적 차원에서 일상적으로 전개됐음을 알 수 있다.

김락기 박사는 3ㆍ1운동에 비해 덜 알려졌으나 당시 일제가 요주의 인물로 감시했던 인물들의 범상치 않았던 활동에 주목하고 이들의 삶을 수면위로 올려놓았다.

아직도 수면 아래 잠들어 있는 인천 지역 독립운동사가 많은 가운데, 이번 역사 총서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아야하는 인천 독립운동 지사들의 삶을 대중역사서로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상당하다.

책에는 인천청년동맹을 결성했던 청년들의 삶과 당시 전국을 뒤흔든 공산청년동맹에서 활약한 인천의 청년들, 체육으로 다진 마음을 항일로 이끈 지사들, 메이데이 격문에 꿈을 담았던 청년들, 인천의 홍길동으로 불린 사람과 항일 언론인, 항일의 선두에서 친일의 일선으로 변절한 인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김락기 박사는 “책에 소개한 항일투사의 상당수는 사회주의 사상을 근거로 활동했다. 올해가 한국전쟁 70년 되는 해이다. 독립투사들이 분단과 전쟁을 예견하고 일제에 맞선 것은 아니다. 각자 판단에서 해방과 독립을 이루는 방법을 선택해 투쟁했을 뿐이다. 지금의 우리가 동의하지 못하는 사상이지만 당시 항일을 기치로 식민의 거리를 누빈 투사들을 관대한 시선으로 포용할 수는 없을까”라고 물었다.

김 박사는 “인천을 ‘해불양수(바다는 물을 마다하지 않는다)’의 도시라고 한다. 인천이 너른 품을 가지고 인천의 독립투사를 품을 때 인천이 분단의 최전선에서 평화의 최선두에 설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인천이 고향이든 아니든 인천에서 일군 식견으로 일제강점기를 치열하게 살았던 그들이야 말로 진정한 인천사람이며, 이들을 알아가는 과정이 곧 인천과 인천 역사를 알아가는 과정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부연했다.

저자 김락기 박사는 강원도 평창에서 태어난 뒤 인천에서 초중고를 다니며 성장했다. 인하대학교 사학과를 나왔고 동대학원에서 한국고대사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07년부터 인천문화재단에 몸담고 있으며 강화고려역사재단 사무국장과 인천역사문화센터 센터장 등을 지냈다. 전공은 고구려사이지만 인천과 경기, 황해도 등 지역사 연구를 게을리 하고 있지 않다.

지은 책으로 ‘고구려의 동북방 경역과 물길 말갈’과 ‘교동도(인천문화재단 역사총서1, 공저)’ 등이 있다. 인천이 고향이 아니지만 누구보다 인천을 아끼며, 인천에 터 잡고 살아가는 이들을 좋아한다. 인천 야구를 좋아해 문학구장에서 자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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