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영, 총 1조원 사업 '방사광 가속기 송도 유치’ 공약 제시했는데...
인천경제청, “신청요건 안 돼 포기”... 이해찬 대표, “전남 나주에 유치”

[인천투데이 이서인ㆍ김현철 기자] 21대 총선 인천 연수구을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정일영 후보의 공약이 인천시와 민주당 입장과 달라 ‘공수표’ 위기에 놓였다.

정일영 후보가 내건 ‘차세대 방사광 가속기 유치’ 공약에 대해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은 공모 신청 자격이 안 돼 유치를 포기한다고 밝혔고,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전남 나주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사실상 실현하기 힘든 공약이라는 비판에 직면했다.

정 후보가 내건 공약은 연수구 송도 11공구 사이언스파크 내 13만8843㎡에 방사광 가속기를 유치하는 사업이다. 이는 정부가 2027년까지 방사광 가속기와 부속시설을 조성하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사업비만 국비 8000억 원을 포함해 총 1조 원에 이른다.

정일영 후보가 유권자들에게 발송한 공보물 10면 갈무리

인천시는 송도 유치를 위해 지난 3월 투자유치기획위원회를 열어 인천경제청이 제출한 ‘방사광 가속기’ 유치를 위한 업무협력 협약서 체결 안을 심의?의결했다.

그런데 인천경제청이 지난 7일 공모 주체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제시한 유치 기준을 충족할 수 없다고 판단해 유치를 포기하는 일이 벌어졌다.

과기부는 지난 3월 27일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사업’을 공고하면서, 최소 25㎡ 이상 토지가 있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하지만 시가 검토한 사이언스파크 토지는 절반을 조금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경제청 서비스산업유치과 관계자는 “당초 송도 11공구 2단계 용지 약 13만8843㎡를 사업 토지로 검토했다. 그러나 기본요건인 25㎡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사업을 신청하지 않았다”며 “청라지구에 있는 한국토지주택공사 토지를 활용하는 방안도 검토했지만 공사와 협의 문제 등이 있어 유치를 백지화했다”고 말했다.

인천시만 포기한 게 아니다. 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8일 오전 광주를 찾아 “4세대 원형 방사광 가속기를 나주에 유치하겠다”고 밝혔다.

같은 당이자 집권여당의 대표가 ‘방사광 가속기’ 유치 사업에서 사실상 경쟁도시인 전라남도 나주의 손을 들어준 셈이다.

과기부가 추진 중인 이 사업은 인천 송도를 비롯해, 전남 나주, 충북 오창, 강원 춘천, 경북 포항 등 5개 지자체가 경쟁을 벌여왔던 것으로 알려졌는데, 결국 나머지 지자체는 헛물만 켠 셈이다.

정 후보의 공약 ‘공수표’ 논란은 8일 인천시연수구선거방송토론위원회가 주관한 21대 총선 연수구을 후보자 토론회에서도 지속됐다.

이날 토론에서 미래통합당 민경욱 후보는 정 후보의 ‘방사광 가속기 사업 유치’ 공약에 대해 “투표도 하기 전에 공약이 날아갔다. 링에 오르기 전에 승부가 결정난 셈”이라고 꼬집었다.

정의당 이정미 후보 또한 “자신이 낸 공약이 같은 당에 의해 엎어지는 것을 보며, 말 뿐인 힘 있는 집권여당 후보가 아니라 진짜 힘 있는 국회의원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같은 민주당 소속인 박남춘 인천시장과 이해찬 대표에 의해 공약이 사실상 물거품 된 것 아니냐고 에둘러 표현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 후보는 “방사광 가속기 사업은 중요한 사업이다. 공약을 준비하며 인천시와 많은 협의를 했다. 박남춘 인천시장과도 논의했다. 토론회 직전 그런 뉴스를 보고 놀랐다”라며 “토지 크기가 적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인천시와 박 시장과 추가로 논의 하겠다”고 답했다.

정 후보의 바람과 달리 이 공약은 사실상 인천과 멀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정일영 후보가 박남춘 인천시장과 추가 논의를 하겠다고 발표한 만큼 공약 실현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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