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엑스레이(X-ray) 사진은 누구의 소유일까
[세상읽기] 엑스레이(X-ray) 사진은 누구의 소유일까
  • 인천투데이
  • 승인 2020.04.06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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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김현석 인천민속학회 이사

[인천투데이]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코로나19 진단 시약을 만드는 한 업체를 방문했다. 회사 곳곳을 안내하던 업체 대표가 꽤 인상적인 말을 남겼다. “전 세계에 있는 정보가 실시간으로 저희에게 다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세상이 아직 인지하지 않을 때’ 다음 단계를 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의 변이가 빠르긴 해도 모든 변이를 잡아낼 수 있는 시스템이 조만간 완성되고, 그것이 가능한 것은 각지에서 들어오는 데이터 덕분이란다.

개발은 이미 컴퓨터가 알아서 처리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연구원은 단지 검증하는 역할을 맡는다. 인공지능(AI) 덕분이다. 개인이 보유한 바이러스 정보가 회사 서버에 축적되고, 자동화된 시스템이 그 데이터들을 분석해 시약을 만들면, 회사는 제품을 만들어 납품한다. 이러한 순환은 미래 의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하나의 단서가 된다.

코로나19의 유행이 세계사를 그 이전과 이후로 나누게 된다면, 아마도 시대 구분의 기준은 의료데이터의 성격과 활용에 대한 개인 인식 변화에 있을 것이다. 어떤 면에서 보면 의료민영화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모두 공공의료나 공중보건과 관련돼있지만, 의료민영화는 눈에 보이는 불합리성에 저항이 표출되는 반면, 의료데이터는 개인 건강과 사회 안전이란 이유에서 모르는 사이에 개인을 관리ㆍ통제하는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20’이 열렸다. 매해 개최되는 세계 최대의 가전ㆍIT 전시회다. 한해 동안의 트렌드를 이곳에서 읽을 수 있다. 올해의 5대 키워드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치료(헬스케어)’다. 아직 개념이 정립된 용어는 아니지만, 삼성 등 여러 회사가 내놓은 제품들을 보면 지향점은 읽을 수 있다. 한마디로 웨어러블이 대세다. 일상에서 불편함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초기 단계이긴 한데, 내 몸에 대한 정보와 예측, 그리고 그것을 기초로 한 관리가 주를 이룬다. 분석과 예측이 가능한 건 과거에 모아 놓은 데이터 덕분이다. 요즘은 키트에 침을 담아 보내면 분석업체에서 DNA의 특징과 발생 가능한 신체적 변화까지 알려준다. 가격도 그리 비싸지 않다. 그렇게 모인 DNA 자료는 특정 집단의 DNA 특징을 분석하고 예측하는 데 활용된다. 돈을 주고 정보를 제공하는 셈이다.

디지털 치료기기가 의약품과 동일한 검증을 거쳐 기존에 병원에서 사용하던 의료기기와 동일한 지위를 부여받는다면, 전통적인 치료의 경계는 모호해질 수도 있다. 그동안 한정된 시점의 의료데이터를 의사에게 제공했다면, 이제 신체에 대한 데이터가 개인의 동의 아래 병원이나 기업에 실시간으로 전달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건강한 삶에 대한 기대 한 편에 우려도 있다. 기존 의약품으로 해결 가능한 질병은 디지털 치료의 대상이 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결국 암과 같은 불치병, 혹은 고혈압이나 당뇨와 같은 완치가 어려운 질병이 주 타깃이 될 것이고 사람들은 불안함에 병원이나 기업에서 제시하는 예측과 관리에 몸을 맡길 수밖에 없다. 만약, 거대한 의료자본이 정치와 연결돼 움직인다면 사회는 드러나지 않는 통제 속에 놓일 수도 있다.

병원에서 엑스레이(X-ray)를 찍으면, 필름 소유권을 놓고 종종 싸움이 일어나곤 한다. 코로나19는 누구 것일까. 두려움이 가득한 시기이지만, 미래 의료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지 않게 감시는 멈추지 말아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