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천에서 일하지 않는 청년들 ② 취업자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누구나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일하면서 행복하게 지내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나 인천 청년들은 이런 바람을 인천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인천 청년이 늘고 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인천 청년 인구(만19~39세)는 인천 전체 인구의 29.2%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인천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계속 유출된다면 인천은 결국 ‘잠만 자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청년들은 왜 인천에서 일하지 않는 걸까.

2018년 수도권 청년 통근자 이동 현황.(시각편집ㆍ홍다현)

인천 청년 30% 이상, 서울ㆍ경기로 통근ㆍ통학

통계청 2019년 자료를 보면, 인천에서 서울이나 경기로 통근ㆍ통학하는 인구 비율은 25.6%다. 이중 20대 비율이 가장 높은데, 서울로 20.0%, 경기로 17.0% 통근ㆍ통학했다. 비율이 두 번째로 높은 30대는 서울로 16.9%, 경기로 15.3% 통근ㆍ통학했다. 20~30대가 다른 수도권 지역으로 통근ㆍ통학한 비율이 30% 이상으로, 연령대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2018) 결과를 보면, 인천 청년이 서울로 통근하는 비율은 18.7%(4만 4229명), 경기로 통근하는 비율은 12.6%(2만9744명)다. 이에 반해 서울 청년이 인천으로 통근하는 비율은 1.2%(1만47명), 경기 청년이 인천으로 통근하는 비중은 1.8%(1만8464명)다.

인천지역 대학을 졸업한 연수구 주민 신모(25, 여) 씨는 서울 강남구에 있는 광고대행사에서 기획 직무 인턴을 하고 있다. 왕복 통근 시간이 짧게는 3시간 30분, 길면 4시간 이상 걸린다. 신 씨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녹초가 돼 저녁도 잘 먹지 않고 잔다.

신 씨는 처음부터 서울로 다닐 생각은 안 했지만, 인천에선 경력을 쌓는 데 적합한 회사를 찾을 수 없었다. 서울까지 구직 검색 필터를 걸어야 원하는 직무를 할 수 있는 구인 공고가 나왔다. 면접을 본 곳 모두 서울에 있었다. 그중 규모가 큰 회사를 선택했다.

신 씨는 지금 살고 있는 집 임대차계약이 끝나면 서울로 이사 잘 준비를 하고 있다. 통근시간이 너무 많이 걸리기 때문이다. 또, 서울은 인천과 달리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곳과 청년 지원정책이 많은 것도 요인이다.

신 씨는 “경력을 쌓기 위해서는 규모가 큰 회사나 본사를 다녀야하는데, 인천에는 그런 회사가 별로 없다. 일자리뿐만 아니라, 시민으로서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적다. 대학 친구들이 인천에 산다는 점만 빼고. 서울에 살아야 청년으로서 좋은 혜택을 많이 받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인천에 사는 청년들이 전시ㆍ공연 등 문화생활을 즐기려고 서울로 간다”라며 “서울로 통근하는 인천 청년들이 주말이라도 인천에서 소비활동을 할 수 있는 문화시설 구축 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통계청의 ‘인구 10만 명 당 문화기반시설 수(2018)’ 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 3.52개 ▲서울 4.09개 ▲경기 4.11개로 수도권에서 인천이 제일 적다.

인천시 5인 이상 사업장 월급여 수준.(시각편집ㆍ홍다현)

인천 임금 수준 국내 평균보다 낮아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2018) 결과를 보면, 인천 청년층(만 15~29세 기준) 평균임금은 208만 원이다. 이는 국내 평균 213만 원보다 2.4%(5만 원) 낮다. 중위 임금은 200만 원으로 국내 평균과 동일하다.

이런 현상은 2016년부터 지속되고 있다. 통계청의 지역별고용조사 결과를 보면, 2016년 인천 청년층 평균임금은 187만 원이다. 이는 국내 평균 190만 원보다 1.6%(3만 원) 낮은 수준이다. 2017년 인천 청년층 평균임금은 193만 원인데, 이는 국내 평균 198만 원보다 2.6%(5만 원) 낮다.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인천 청년 비율은 2018년 기준 18.2%다. 2016년 14.6%와 2017년 13.7%보다 높아졌다. 국내에서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고 일하는 청년비율은 2016년 12.6%, 2017년 12.2%, 2018년 16.4%로 인천보다는 낮다.

물론 이 수치는 최저임금 증가폭에도 영향을 받았다. 그럼에도 인천 청년들이 국내 전체 청년들에 비해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비율이 높다는 것은, 인천 청년들 임금 수준이 전반적으로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인천의 전체 일자리 급여 수준도 국내 평균보다 훨씬 낮다. 고용노동부의 사업체 노동력 조사(2018) 결과를 보면, 인천 5인 이상 사업장 급여 수준은 월 301만3149원이다. 국내 평균 325만9281원보다 24만 원가량 적다. 이는 서울 356만3940원, 경기 323만6256원보다도 훨씬 적다.

최근 5년간 급여 수준을 비교해도 인천은 국내 평균보다 20만 원가량 낮은 수준을 보였다.

2014~18년 인천의 급여 수준은 ▲2014년 263만7047원 ▲2015년 272만3424원 ▲2016년 283만9944원 ▲2017년 291만3439원 ▲2018년 301만3149원이다. 국내 평균 급여 수준은 ▲2014년 283만8343원 ▲2015년 292만6186원 ▲2016년 303만286원 ▲2017년 312만5273원 ▲2018년 325만9281원이다.

인천연구원의 ‘인천 청년 실태 조사(2019년)’ 결과를 보면, 인천 청년들이 일자리 선택 시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복수선택)은 ▲급여 수준 60.0% ▲노동환경과 복리후생 33.8% ▲고용안정성 33.5% ▲출퇴근 소요 시간 16.3% ▲업무의 자율성 12.8% ▲자신의 전공과 기술 적합성 10.3% ▲직업의 미래 전망 9.8% 순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은 일자리를 선택할 때 급여 수준과 노동환경(복리후생), 고용안정성을 특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인천의 일자리 임금 수준은 몇 년째 국내 평균 미만을 유지하고 있다. 인천의 임금 수준을 높이지 않으면, 인천 청년들은 앞으로도 계속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것이다.

인천 청년들이 좋은 일자리를 찾아 타지로 떠나고 있다.(이미지 사진)

좋은 일자리 찾아 타지로 떠난 인천 청년들

인천지역 대학을 졸업한 연수구 주민 박증후(27, 남) 씨는 경기도 용인시에 있는 반도체 설비업체(중소기업)에 다니고 있다. 그가 이 일자리를 선택한 기준은 임금 수준, 인천과 거리, 고용 안정성이다.

박 씨는 취업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빨리 취직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일단 지역 상관없이 자신의 기준에 부합하는 곳에 지원했다. 대학 전공에 맞춰 주로 제조사와 건설사 등에 지원했다. 여러 곳에 지원했는데 그중 인천은 단 한 곳이었다. 만족스러운 일자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박 씨가 직장에서 일한 지 8개월이 지났다. 그는 회사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격주로 주말마다 친구들을 만나러 인천에 온다. 지금 정규직이지만, 그는 인천으로 돌아오고 싶다고 했다.

박 씨는 “경기도에서 일하고 있지만 집과 친구들이 인천에 있어 2주마다 오고 있다”라며 “타지에서 태어났지만 인천을 고향이라 생각한다. 인천에 애착이 있는 만큼 인천에서 일하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지역 대학을 졸업한 이모(28, 남) 씨는 송도국제도시 의약품 제조업체에서 계약직으로 1년 일한 후 경기도 화성시에 있는 반도체 장비업체로 이직했다.

이 씨는 대학 전공을 최대한 살리면서 미래 유망 산업 위주로 직장을 선택했다. 인천에 있는 의약품 제조 회사에 지원했지만, 채용 규모가 작아 아예 반도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반도체 산업체가 경기도에 밀집돼있어, 경기도 쪽으로 지원할 수밖에 없었다. 현 회사에 정규직으로 들어가 연봉도 만족스러울 만큼 받고 있다.

그러나 현재 살고 있는 화성시보다는 인천시가 사는 데는 더 만족스럽다. 이 씨는 “인천과 경기 모두 전세 값이 비슷하지만, 인천에 먹거리와 쇼핑, 문화생활 등을 즐길 수 있는 상권이 더 크게 형성돼있고 접근성이 용이했다”고 회상했다.

이처럼 인천에 살고 싶지만 일자리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다른 지역으로 떠난 청년들도 있다. 인천의 고용 조건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인천을 떠나는 청년 비율은 더 높아질 것이다. 인천에 다양한 일자리와 더불어 청년들이 원하는 기준에 부합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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