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개학 연기로 주변 상권 “월세도 못 내고 있어”
정부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지원받는 데 두 달 걸려
당장 생활고 겪고 있는 이들에게 신속한 지원책 필요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코로나19로 장사가 안 돼 이번 달 월세를 못 내서 보증금에서 깎였다. 손님이 없는데 가게 문을 열어야하는지 아침마다 고민한다.”

평일 오후 5시에 텅 비어있는 분식집.

남동구에 위치한 초등학교 주변 작은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서모(61, 여) 씨의 한탄이다. 서 씨의 분식집은 오후 5시가 됐는데도 텅 비어 있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에는 주변에 학교랑 아파트단지가 있어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와서 김밥 한 줄이라도 사갔다. 그러나 요즘에는 손님이 정말 없다.

“그 전에는 그래도 점심시간 3시간 정도 손님들이 붐벼서 알바생을 한 명 뒀다. 그러나 지금은 알바생을 고용할 돈은커녕 월세 낼 돈도 없다. 월세가 한 달에 130만 원, 부가세 포함하면 145만 원을 내야하는데, 돈이 없어서 못 냈다. 그래서 보증금 2000만 원에서 깎였다. 이렇게 가다간 권리금과 보증금을 포기해야하는 상황이라, 걱정이 많다.”

서 씨는 말을 멈추고 눈물을 훔쳤다. 그는 한 집안의 가장인데, 수입이 없어 정부보조금으로 겨우 생활하고 있다. 매출은 반 토막 나 차비는 고사하고 물건 값도 안 나오지만, 가게를 닫으면 정말 망할까봐 겨우 버티고 있다. 내일은 정부가 지원하는 코로나19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하러 은행에 갈 예정이다. 현재는 금리라도 싸게 대출해줬으면 하는 심정이다.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은 정부가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지원하는 정책이다. 서류심사를 거쳐 기준을 충족하면 연 1.5% 안팎의 금리로 대출을 받을 수 있다.

피아노학원 문이 굳게 닫혀있다.

매해 3월 이맘때는 학교들이 개학해 주변 학원들은 학생들로 붐볐다. 그러나 코로나19 여파로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개학이 4월 6일로 연기됐다. 이 때문에 학교는 물론, 학원가도 텅 비었다. 아예 문을 닫은 학원도 여럿 있었다. 학원 강사들은 코로나19로 학생들이 확실히 줄었으며, 학원 운영이 어렵다고 토로했다.

남동구에 위치한 한 피아노학원 문 앞에는 ‘3월 20일까지 휴원한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24일인데도 문은 닫혀있었다. 학원 원장인 이모(60, 여) 씨는 학교가 개학하지 않고 코로나19 여파로 학부모들이 자녀를 학원에 보내지 않아 계속 휴원하고 있다고 했다.

“개학이 계속 미뤄지고 있어 학원을 언제 열 수 있을지 모르겠다. 휴원한 지 한 달이 됐는데, 월세 200만 원에 관리비까지 더해 한 달에 몇 백씩 깨지는 상황이다. 그래서 2주 전에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상담을 신청했지만, 예약이 밀려있어 상담 날짜가 4월에 잡혔다. 이 또한 확실히 대출받을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태권도장 문도 굳게 닫혀있다.

그 옆 태권도장도 문이 닫혀있었다. 코로나19로 정부에서 체육시설 이용을 규제해 휴원한다는 공문이 문 앞에 붙어있었다. 관장 이모(38, 남) 씨는 학교가 개학을 하고, 정부 규제가 풀리면 학원을 열 것이라고 했다.

이 씨도 다른 학원과 마찬가지로 휴원을 해도 월세, 관리비, 직원 월급은 매달 나간다고 했다. 현재 직원들에게 급여 50%를 주고 있다. 그는 “다른 학원들과 얘기해보면, 운영이 너무 어려워 직원을 자르거나 무급휴직 상태를 유지하는 곳도 많다”라고 말했다.

이어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하는 중이지만, 당장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2주 전에 소상공인진흥센터에서 4~5시간 기다렸다가 인천신용보증재단에 가니 예약해야한다고 했다. 대기자가 밀려있어 상담 예약을 4월 7일로 잡았다. 신청이 끝난 사람들도 5월이 돼야 자금이 나온다고 들었는데, 4월에 신청하면 언제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걱정했다.

소상공인들이 경영안정자금을 신청하고 있지만, 대기자가 많아 자금을 받기까지 두 달 이상 걸린다.

중ㆍ고등학생을 주로 가르치는 국어보습학원도 사정은 비슷했다. 남동구에서 이 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민모(46, 남) 씨는 코로나19로 수강생이 20~30% 줄었다고 했다. 이맘때쯤 예비 고1이 들어와야 학원을 운영하는 데 문제가 없다며 이미 그 시기를 놓쳤다고 토로했다.

민 씨는 “학원비는 선불 개념이라 학원들은 이미 한두 달 수입을 당겨쓴 상태다”라며 “현재 주변 학원들도 월세가 싸거나 원장이 건물주인 곳들만 운영이 가능한 상태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민 씨는 현재 학원 운영 말고도 외부강의를 나가며 생계를 꾸려가고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외부강의도 70%가량 줄었고, 상황이 계속 나빠져 소상공인 경영안정자금 신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금리가 낮더라도 어차피 대출이라 5년 안에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고민하는 중이라고 했다.

“학원 운영하는 사람으로서 앞날을 모르기 때문에 섣불리 대출을 받기도 어렵고, 대출을 안 받기엔 생계에 타격이 있다. 그야말로 옴짝달싹 못하는 상태다. 코로나19가 빨리 지나갔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소상공인들이 코로나19 직격탄을 맞고 있다. 이에 정부는 소상공인 지원책을 냈지만 신청자가 몰려 상담하는 데만 2~3주 걸린다. 당장 생활고를 겪으며 월세조차 내지 못하는 이들을 신속하게 지원하는 대책이 필요하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