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만 명의 ‘강간문화’ 드러내는게 핵심”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텔레그램 ‘박사방’의 운영자 조주빈 씨가 인천시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특정 지역·학교를 향해 과도한 조롱이 쏟아진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23일 <SBS>는 텔레그램 N번방과 비롯한 집단 성착취 동영상 유포방 중 하나인 ‘박사방’의 운영자가 25세 남성 조주빈 씨라고 보도했다. 

보도직후 각종 언론과 인터넷 커뮤니티 등을 통해 조 씨가 초·중·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모두 인천에서 다닌 인천 시민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누리꾼들은 인천지역과 인하공전을 조롱하는 반응을 쏟아냈다.

“학교 향한 무차별적 비난과 조롱 거둬 달라“

이에 인하공업전문대학은 비난과 가짜뉴스로 때아닌 골머리를 앓고 있다. 인하공전 홍보팀 관계자는 “졸업 이후에도 인하공전이 조주빈 씨에게 편의를 봐줬다는 등의 내용이 퍼지면서 비난의 대상이 됐다”며 “그러나 이는 전혀 사실이 아니며, 조 씨의 범행은 졸업이후 행해진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을 인하공전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트위터를 통해 “박사방 운영자가 학교 졸업생임이 밝혀진 후, 익명의 사람들로부터 학교에 대한 조롱과 비난을 받고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또 조주빈 등 잠재적 범죄자들과 같은 공간에서 수업을 들었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고 있는 상황에서, 익명의 조롱은 재학생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누구보다 열심히 공부했던 나와 내 여성 동기들은 (‘박사방 학교’라는 낙인 때문에) 취업 기회마저도 사라질까 두려워하고 있다. 학교가 아닌 가해자들에 대한 비난과 질타만을 부탁드린다”라고 호소했다.

자신을 인하공전에 다니는 학생이라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트위터를 통해 "무차별적인 비난을 거둬달라"고 호소했다. 

“특정 지역 악마화는 사건을 축소시킨다”는 우려도

이같이 특정 지역을 악마화하는 것은 오히려 사건을 축소시킨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또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등 2차 피해로 이어질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류부영 인천여성회 사무처장은 “미성년자를 포함한 수많은 여성을 성착취했던 박사방의 운영자가 인천시민이라는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 조주빈 씨는 직접 여성에게 연락을 취하고 성적 학대하는 등 그중에서도 죄질이 특히 나쁘다”라며 “하지만 이 분노는 비단 내가 사는 지역이어서가 아니라, 범죄자가 어느 곳에서나 있을 수 있다는 의미에서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요한 것은 범죄자의 지역이나 학력이 아닌, 남성 집단 속에서 용인됐던 강간문화(강간이 일상화되고, 정당화 되는 문화)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경찰에 따르면 텔레그램 N번방·박사방 이용자수는 26만명이다. 앞으로도 계속 범죄자의 신상공개가 이어질텐데, 그럴때마다 특정 지역과 학교 등을 향한 집단혐오로 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 범죄자의 거취와 주변에 주목할수록 예기치 않은 피해자가 또 생길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N번방 사건 용의자가 체포된 후 신상공개 등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엿새만에 255만 명의 동의를 얻으며 시민들의 분노를 대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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