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신선희 인천여성회 회장

[인천투데이] “딸, 언제 들어와?” “늦으니까 기다리지 말고 엄마 먼저 자.” “걱정돼서 들어오는 거 보고 잘거야. 슬슬 정리하고 들어와. 지금도 많이 늦었잖아.”

올해 성인이 되고 사회생활이 많아지면서 자주 늦게 들어오는 딸과 종종 주고받는 문자메시지다.

옆에서 지켜보니, 딸이 밤마실을 자유롭게 하는 것으로 성인됨을 느끼는 것 같다. 규율과 통제로부터 얼마나 벗어나고 싶었을까,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가 안전하지 않기에 불안감이 올라온다.

화장실은 남녀용 각각 따로 있는 곳일까? 늦은 밤 집까지 오는 길은 안전할까? 여성을 대상으로 하는 흉악범죄를 떠올리며 딸이 집에 들어오기까지 불안한 생각들을 펼쳤다가 접었다가를 반복한다.

통계청이 발표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을 보면, 2018년에 전반적인 사회 안전이 불안하다고 느낀 여성의 비율은 35.4%로 남성 27%보다 높았으며, 그중 범죄로 인한 불안이 가장 컸다. 특히 여성들은 성범죄에 대한 두려움이 더욱 높았다. 여성에게 가해진 성범죄 통계를 보면, 2019년 한 해 동안 2만3000건에 달한다. 하루 평균 60건이 넘는 놀라운 수치다.

범죄 분석 자료를 보면, 성범죄의 주된 피해 층은 20대 여성이며, 그 다음이 10대 여성이다. 통계로 잡힌 것만 이 정도니, 얼마나 많은 성범죄가 일상에서 벌어지고 있을지 더 두렵기만 하다.

물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펼치고 있다. 여성이 안전한 도시, 여성친화도시가 그러하다. 여성 1인 가구를 대상으로 하는 범죄가 잇따르면서 마을단위로 여성 1인 가구 안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골목길 범죄 예방을 위한 환경개선 사업인 여성안심 귀갓길, 주거지 노출을 방지하는 여성안심 택배보관함, 늦은 밤 안전한 귀가를 지원하는 여성안심 귀가 스카우트 사업처럼 일상의 불안을 줄여주는 실질적 사업도 늘고 있다.

인천시는 범죄예방도시 디자인 종합 계획을 마련해 안전한 도시 인천을 만든다고도 한다. 이렇듯 여성 안전과 관련한 정책과 사업이 단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현실에서 불안함과 위험을 느끼는 것은 줄어들지 않는다. 여성과 사회적 약자가 안전한 도시를 만들 수 있을까? 법과 제도로 뒷받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사람을 경시하고, 여성이어서 경시하고 약자여서 경시하는 사회ㆍ문화적 의식도 안전망 형성에 근본이 된다.

안전함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의 삶을 주체적이고 적극적으로 영위할 수 있다. 아울러 자유롭고 창의적이다. 반면, 불안함은 넓은 세상을 좁고 소극적으로 살게 한다.

사회보장제도를 잘 갖추고 공동체성이 살아있는 나라들을 보면 범죄율이 낮고 상호신뢰로 안전감이 높다. 우리 사회도 범죄 예방과 처벌을 위한 법과 제도를 정비하고 사회적 안전망을 구축하는 동시에 서로 신뢰하는 사회ㆍ문화를 만드는 등, 다각도에서 노력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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