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 첫 여성 국장, 정의정 정책국장
평생 인천서 나고 자라며 교사 꿈꿔, 38년째 교육계 몸담아
“정책국은 인천 교육 기둥을 세우는 곳, 여성 동료 기대 커”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1일 정기인사를 발표했다. 교육전문직 관리자 229명, 교사 3561명에 대한 인사에서 유독 눈에 띄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시교육청 첫 여성 국장으로 정의정 동부교육청 교육장이 정책국장에 임명된 것이다.

교육부와 타 시·도 교육청에서 여성들은 이미 주요 역할을 맡으며 활약해왔다. 지난 2014년 교육부 최초 첫 여성 국장에 발탁된 박춘란 국장은 2017년 첫 교육부 차관까지 지냈다. 내각의 30% 이상을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함께 2018년 교육부 장관에 유은혜 국회의원이 발탁돼 현재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지난 2010년 부산에서는 국내 최초 여성 교육감이 배출됐으며,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대구와 울산에서 첫 여성 교육감이 당선됐다. 이번 인천시교육청 인사처럼 강원·전남교육청은 이번에 첫 여성 국장을 임명했으며, 대전교육청은 두 번째다. 아직 멀었지만, 교육계 유리천장은 서서히 균열을 보이며, 인천도 드디어 동참하게 됐다. 인천시교육청 정책국장에 여성이 처음 임명된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정의정 국장을 만나 들어봤다.

정의정 인천시교육청 정책국장.

평생 인천 토박이, 대학 시절도 인천에서 통학

정의정 국장은 평생 인천에서 나고 자랐다. 중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그는 인천축현초교, 박문중(당시 여중), 인천여고를 졸업했다. 현재 축현초교는 연수구로 이전했지만 정 국장이 다니던 시절엔 현재 중구 학생교육문화회관 자리에 있었다. 그 바로 옆 주차장은 인천여고가 있던 자리다.

정 국장의 모교 세 곳은 모두 당시 자리에 없다. 현재 축현초교는 연수구 옥련동으로, 동구 송림동에 있던 박문중은 연수구 송도동으로, 인천여고는 연수구 연수동으로 이전했다. 공교롭게도 모두 연수구에 위치하게 됐다. 연수구는 정의정 국장이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시절 담당한 구역이기도 하다. 동부교육지원청은 연수·남동구 내 교육기관들을 지원한다.

정 국장은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내 모교들을 담당하는 교육장이 된 사실이 신기하기도 했다. 학창시절 좋은 기억을 살려 내가 받은 것들을 학생들에게 되돌려주는 게 교육장 시절 임무라고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정 국장은 어린 시절부터 교사를 꿈꿔왔다. 운 좋게도 품성이 훌륭한 선생님들을 많이 만났으며 늘 그 모습을 닮고 싶었단다. 부모님도 정 국장이 교사가 되길 바라셨다. 아버지가 사회생활을 하시면서 여러 부류의 사람들을 만났는데, 그중 교사의 모습이 제일 바른 것 같다고 늘 말씀하셨단다.

정 국장은 꿈을 살려 세종대학교 전신인 수도여자사범대학에 진학했다. 서울에 있는 학교에 다녔지만 이때도 인천을 떠나지 않고 지하철로 통학하며 다녔다. 대학 졸업 후 임용고시에 합격해 1982년 구월중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교직생활을 시작했다.

1981년은 인천이 경기도에서 인천직할시로 분리된 해이다. 따라서 정 국장이 교직을 시작한 1982년은 인천이 별도로 임용고시를 치르던 첫해다. 당시 인천 최초이자 유일한 영어교사였다. 이후 인하대 교육대학원 과정까지 마쳤고, 2004년 인천시교육청 영어전문직 장학사 시험에 응시해 합격했다.

장학사는 교감으로 발령나가는 수만큼 뽑는다. 어느 해에는 한 명도 안 뽑을 수도 있는데 정국장이 응시할 당시 영어 장학사는 1명만 모집했다. 정 국장은 “떨어지는 줄 알았는데 덜컥 합격했다. 시험 운이 있는 편이라 운이 좋았다”며 겸손을 보였다. 출생·학창시절·직장을 통틀어 뼛속까지 인천 사람으로 교육에 헌신해온 사람이다.

인천시교육청 정책국의 위상은?

정 국장은 따로 의식하지 않았는데 최초 여성 정책국장이라고들 말하니 더 큰 부담과 책임감을 짊어지게 됐다고 말한다. 사실 5개 과로 구성된 정책국은 시교육청 업무 중 가장 중추적인 역할을 맡는 곳이다. 이에 따라 전체적인 인천시 정책들과도 업무가 맞물려 있으며, 시·군·구 지자체와의 소통도 중요하다.

인천시교육청 조직도.

정책국 소속 정책기획과는 인천 교육의 미래를 고민해 봤을 때, 무엇을 개선하고 어떻게 움직일지 분석해 교육 정책을 만드는 곳이다. 정 국장은 “기존 것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새로운 것을 좋은 교육과 연결하도록 고민해야 하는 부서”라고 설명한다.

민주시민교육과는 이름에서 나타나듯, 1등만 바라보는 게 아닌 더불어 가는 교육을 위해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키우기 위한 내용을 고민하는 곳입니다. 그에 따른 교육과정을 만들기 한다.

이외에도 무상교육과 관련한 복지 정책과 예산을 담당하는 예산복지과, 교육계 내 여러 직군의 이해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노사협력과, 학생들의 안전을 책임지는 안전총괄과가 있다. 특히 안전총괄과는 최근 코로나19 위기 속 더욱 역할이 중요해진 부서다.

“정책국은 늘 수없이 교육 상황 전반을 들여다보고 피드백해야 하는 곳입니다. 교과를 가르치는데 중심을 두는 게 아니라 좋은 교육이 펼쳐지도록 기둥을 만드는 곳이죠. 학부모의 마음까지도 헤아려야 하기에 그만큼 정책국의 역할은 너무나도 큽니다. 학교 현장의 교장·교감들도 정책국의 막중한 책임을 잘 알고 있죠. 정책국은 시교육청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임이 틀림없어요.”

공교육으로 모두가 자긍심 느끼도록 도울 것

정 국장은 정년이 2년 남았다. 도성훈 교육감 임기가 2년 넘게 남아있으니, 그동안 도 교육감과 함께 인천 교육을 이끌 예정이다. 정 국장은 “2년 동안 별다른 일이 없다면, 정책국장으로서 퇴임하지 않을까 싶다”며 “최근 인천 교육감 두 분이 모두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다. 이번 교육감만큼은 성공적인 교육감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정 국장은 후배 교사들이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면 교육자 입장에서 자긍심을 크게 느낀다고 말했다. 아울러 “후배 교사들이 내가 느낀 감정을 공유할 수 있도록 교사들이 많이 어려워하는 부분을 개선하고, 그들이 힘이 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보완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정 국장은 부모의 배경과 상관없이 모두가 희망을 품도록 안내하는 게 공교육의 역할이 이라고 설명했다. 학생들이 각자 가진 그릇의 모양은 모두 다르기에 각자 학생들이 자긍심을 갖고 살 수 있는 교육을 정책국장으로서 고민할 계획이다. 학생들을 시험이란 잣대로만 평가할 게 아니라, 각자 색깔을 뽐내도록 교육이 역할을 다 해야 한다고 말한다.

이를 위해 정 국장은 민주시민교육에 중점을 둘 방침이다. 특히 동부교육지원청 교육장 시절 다문화 학생들과 관련해 접한 많은 경험이 민주시민교육과 지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동부교육청 담당 지역인 남동구·연수구 소속 다문화학생은 모두 2500여 명 정도다. 정 국장은 동부교육장 시절 “의사소통 문제로 교사들이 다문화 학생들을 지도하는 게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다. 이런 애로사항을 지원하기엔 교육지원청 차원에선 역부족이었다”며 “나날이 변해가는 한국사회에서 다양한 학생들이 함께 성장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방침이다. 그 컨트롤 타워가 민주시민교육과다”라고 밝혔다.

우리 사회 유리천장 분명 존재, 여성 인천시교육감 나타나길

정 국장은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한 관점도 밝혔다. 본인에게 주어진 인천시교육청 첫 여성 국장이라는 타이틀이 오히려 우리 사회 유리천장이 존재한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 초·중·고교 전체 여성 교사 비율은 약 69%이지만, 고위관리직 교감·교장을 살펴보면 그 비율은 현저히 떨어진다.

“솔직히 말하자면 저는 열심히 일해오긴 했지만, 운이 좋아서 이 자리까지 올라왔다고 생각합니다. 주변 여성 동료들만 봐도 사회적으로 개선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생각이 들죠. 제가 첫 여성 국장이 됐다는 것은 기존 남성 중심으로 부여한 중요 임무를 여성에게도 줬다는 점에서 큰 의미는 있으리라 봅니다. 주변 여성 동료들이 제게 거는 기대가 큰 것 같습니다. 더 많은 관리자 직급이 여성에게 할당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정 국장은 그래도 조금씩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난해 중등 장학사 20명을 뽑는 시험에 남성은 1명뿐이고 나머지는 모두 여성으로 채워졌다. 정 국장은 “유리천장을 피해 제일 공정하게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수단이 시험이기에 여성들이 몰리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여성 장학사들이 많이 배출된 만큼, 추후 교육계 고위직에 더 많은 여성이 진출하는 날을 기대할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언젠가 인천에서도 여성 교육감이 나타난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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