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회장 후보 이규생과 각별한 사이… 사실상 정치적 선거 전락
곽종배 회장, “격려차 방문 국회 도움도 필요”... 다른 국회의원은?

[인천투데이 김갑봉 기자] 지방자치단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 이후 올해 1월 인천시체육회를 비롯해 기초지자체 체육회 10곳에 첫 민간 회장이 탄생했지만 인천시체육회장 재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논란이 가라앉질 않고 있다.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선거 등 각종 선거 철 체육회가 정치적으로 흔들리는 것을 막고 정치적 중립을 지키면서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민선 체육회장을 도입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인천시체육회장이 공석인 가운데 인천 기초단체 군ㆍ구 10개 체육회는 지난 2월 10일 중구 체육회장이 운영하는 음식점에 모여 인천 군구체육회장협의회를 구성하고 곽종배 연수구체육회장을 회장으로, 오동원 중구체육회장을 총무로 선출했다.

그러나 이날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국회의원이 이 모임에 참석하고, 같이 식사를 했다. 곽종배 인천군구체육회장협의회 회장은 송영길 의원이 군구 체육회장을 격려하기 위해 참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오얏나무 아래에선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고 했다. 송영길 의원은 지난번 인천체육회장 선거에 출마했다가 고배를 마시고, 이번 시체육회장 재선거에 다시 출마하는 이규생(64) 원웅식품 대표와 무척 가까운 사이다. 사실상 이규생 후보는 송시장 사람으로 통한다.

이규생 시체육회장 후보는 송영길 인천시장 때 시체육회 사무처장으로 일했다. 이 후보는 송영길 전 시장이 변호사를 개업하기 전 택시업계에서 노동운동을 할 때 동고동락했으며,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박남춘 시장 선거캠프에서 일하기도 했다.

때문에 민주당 사람으로 통한다. 실제로 이규생 후보는 재선거를 치르면서 민주당을 상징하는 색과 디자인을 그대로 본인의 홍보물에 인용해 사용하고 있다.

인천시체육회장 재선거 이규생(왼쪽) 후보와 김용모 후보 포스터.

이에 대해 곽종배 회장은 “다른 뜻은 없었다. 새로 취임한 군구 체육회 회장단을 격려하기 위해 방문한 것”이라며 “대한체육회는 법정단체가 됐기 때문에 정부 예산 지원이 가능하다. 반면 지자체 체육회는 국회법을 개정해야 법정단체가 가능하다. 이를 위해서도 국회의원의 도움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는 정치적 중립과는 동떨어진 해명이다. 국회 도움이 필요하다면 군구체육회장협의회 발족식 또는 모임에 여야 국회의원을 모두 초청하는 게 타당하다. 공교롭게도 곽종배 회장과 송영길 의원 둘 다 전남 고흥이 고향이며, 둘다 광주 대동고 동문이다.

곽 회장은 “다음부턴 조심하겠다”고 하면서도, "해당 모임이 시체육회장 재선거 일정 확정 전에 잡힌 모임이기 때문에 재선거와는 관련짓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이 또한 설득력이 떨어진다. 시체육회가 재선거를 치르겠다고 발표한 날은 2월 18일이지만, 시체육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강인덕 전 당선인의 당선무효를 발표한 날은 1월 30일로, 이미 이규생 후보는 재선거에 출마하겠다고 선언한 상태였다.

군구 체육회장협의회에 송영길 의원만 참석한 게 아니다. 2월 10일 1차 모임 때는 홍인성 중구청장이 다녀갔고, 3월 9일 미추홀구에서 열린 2차 회의 때는 김정식 미추홀구청장이 다녀갔다.

이에 대해 곽종배 회장은 모임이 각각 따로 잡혔는데 각 구청장이 같은 장소에 있는 김에 참석해 인사를 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격’이다.

국회는 정치적 논란을 피하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해 지자체장의 체육회장 겸직 금지를 도입했다.

하지만 현실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지자체장이 여전히 군ㆍ구 체육회 대의원을 겸하고 있기 때문에 체육회장 겸직 금지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남춘 인천시장은 시체육회 대의원을 그만뒀지만, 인천 군수ㆍ구청장 10명 모두 군ㆍ구 체육회 대의원을 아직 맡고 있다.

한편, 인천시체육회는 회장 재선거를 진행하고 있다. 회장선거관리위원회가 올해 1월 실시한 회장 선거 과정에서 부정이 있었다며 강인덕 당선자의 당선을 무효 처리했기 때문이다.

법원이 지난 18일 재선거의 가장 큰 변수였던 강인덕 전 당선인의 ‘당선 무효 결정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하면서, 재선거는 오는 24일 치러진다.

앞서 시체육회가 지난 14일 마감한 재선거 후보자 모집에 기호1번 이규생, 기호2번 김용모 후보가 등록했다. 이들은 1월 선거에도 입후보했다. 선거운동 기간 23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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