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인천에서 일하지 않는 청년들 ①취업준비생

인천 졸업자 절반이상, 서울ㆍ경기로 취업
취업가능 유망 중소기업 인천에 거의 없어
인천 청년들 취업 준비기간 평균 17개월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누구나 자기가 사는 지역에서 행복하게 일하고 싶은 바람이 있다. 그러나 인천 청년들은 이런 바람을 인천에서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과 경기 등 다른 수도권으로 취업하는 인천 청년이 늘고 있다.

2019년 12월 말 기준 인천 청년 인구(만19~39세)는 인천 전체 인구 중 29.2%를 차지했다. 이는 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율이다. 인천 청년들이 다른 지역으로 계속 유출된다면 인천은 결국 ‘잠만 자는’ 도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인천 청년들은 왜 인천에서 일하지 않는 걸까.

2016년도 수도권 대학 졸업자 인천 유출ㆍ입 취업률.(시각편집ㆍ홍다현)

인천 고교ㆍ대학 졸업자 절반 이상 서울ㆍ경기 취업

한국은행 인천본부가 2019년 11월 발표한 ‘기계학습을 이용한 인천지역 노동공급이탈 예측 모형(연구자 오준병ㆍ허원창ㆍ이혜민)’ 보고서를 보면, 인천시 내 고등학교ㆍ대학 졸업자 50% 이상이 서울ㆍ경기 등 다른 수도권 지역에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는 한국고용정보원의 ‘2016년도 대졸자 직업 이동 경로 조사(GOMS: Graduate Occupation Mobility Survey)’를 활용해 인천의 노동 공급 이탈률을 분석한 것이다. 분석 결과, 인천지역 고교 졸업생이 다른 지역으로 취업한 비율은 61.6%이고, 대학생은 71.9%다. 이는 국내 광역시ㆍ도 17곳 중 세종시(94.5%)와 충청남도(80.5%)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서울과 경기에 취업한 인천지역 고교 졸업자는 31.0%와 20.0%를 각각 차지했다. 또, 인천지역 대학 졸업자는 서울과 경기로 각각 34.3%, 24.5% 비율로 취업했다. 반면, 서울ㆍ경기로부터 취업 유입률은 고교 졸업자 2.4%ㆍ3.2%에 불과했고, 대학 졸업자 유입률은 3.3%ㆍ6.5%인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이 서울ㆍ경기에 노동인력을 공급하는 것보다 훨씬 적은 노동인력을 서울ㆍ경기에서 공급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인천의 일자리가 인천을 비롯한 수도권 청년 취업준비생들에게 양적ㆍ질적으로 충분하지 않음을 의미한다.

인천지역 대학을 다니고 있는 김모(26, 여) 씨는 마케팅ㆍ기획 분야로 진로를 계획 중이지만, 인천에서 직장을 구할 확률은 낮다고 했다. 그는 “취업지역을 서울, 경기, 인천 순으로 생각하고 있으며, 인천이 3순위인 이유는 눈에 띄는 기업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인천은 고용노동부가 매해 선정하는 ‘청년친화강소기업’ 비율이 서울ㆍ경기보다 낮다. 청년친화강소기업은 청년들이 선호하는 노동환경을 갖춘 기업으로, 선정 기준은 ▲일반기업보다 높은 임금 수준 ▲정시 퇴근을 준수하고 교육ㆍ문화생활 지원(일ㆍ생활 균형) ▲높은 청년채용과 정규직 비율(고용 안정) 등이다.

2020년 청년친화강소기업으로 선정된 1280곳의 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 412곳(32.2%), 인천 43곳(3.4%), 경기 408곳(31.9%)이다. 통계청 자료를 보면, 2020년 2월 기준 청년 인구(만19~ 39세)는 서울 307만 명, 인천 85만 명, 경기 770만 명이다. 이는 인천이 청년 인구수 대비 양질의 일자리 수가 서울ㆍ경기보다 낮음을 의미한다.

또, 인천의 청년친화강소기업 업종 분포도 ▲제조업 32곳 ▲정보통신업 4곳 ▲전문ㆍ과학ㆍ기술 서비스업 5곳 ▲도ㆍ소매업 2곳으로, 제조업에 편중돼있다.

2018년도 인천지역 직업군 분포 비율.

인천, 청년이 원하는 직업군 수도권서 가장 적어

통계청의 지역별 고용조사(2018) 결과를 보면, 인천지역 직업군 분포는 ▲경영ㆍ회계 관련 사무직 16.5% ▲장치기계 조작ㆍ조립 14.3% ▲단순노무 14.0% ▲판매 12.7% ▲기능원ㆍ관련기능 9.9% ▲조리ㆍ음식 서비스 5.1% ▲보건ㆍ사회복지와 종교 관련 직 4.9% ▲교육 전문가와 관련 직 4.3% ▲기타 18.3%를 이루고 있다.

청년들이 선호하는 ▲정보통신 전문가ㆍ기술직-서울 3.4%, 인천 1.6%, 경기 2.8% ▲경영ㆍ금융 전문가와 관련 직-서울 4.0%, 인천 2.1%, 경기 3.0% ▲문화ㆍ예술ㆍ스포츠 전문가와 관련 직-서울 4.8%, 인천 2.5%, 경기 2.9% ▲경영ㆍ회계 관련 사무직-서울 17.2%, 인천 16.5%, 경기 15.6%로 나타났다.

이렇듯 인천은 서울과 경기에 비해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가 적다. 반면, 청년 유출 비율이 높은 지역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직업군인 ‘장치기계 조작ㆍ조립’과 ‘단순노무’가 각각 14.3%, 14.0%로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2019년 인천연구원의 ‘인천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 청년들의 중소기업 취업 의사는 76.4%로 높으나 인천에 취업 가능 유망 중소기업이 없다고 답한 비율이 59.5%를 차지했다. 이 또한 인천 청년들이 유망 중소기업에 취업하려해도 인천에 취업하고 싶은 중소기업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천지역 대학을 졸업한 연수구 주민 김모(25, 여) 씨는 출판ㆍ편집업계로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취업 준비 일환으로 서울출판예비학교(SBI, Seoul Book Institute) 일반과정을 들으러 서울로 왕복 3시간 걸려 통학했다. 김 씨는 인천에는 해당 분야를 배울 교육기관이 없고 서울에만 있으니 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 씨는 또, 출판업은 주로 서울과 경기 파주에 분포하고 있어 그곳에 취업하면 이사 할 의향도 있다고 했다. 인천에서 대학을 나오고 가족 모두 인천에 있지만, 인천에서 청년으로 사는 것에 혜택이 별로 없어 이사 하는 것에 미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김 씨는 “취업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취업이 언제 될지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정부에서 주는 구직활동지원금을 신청하려한다. 서울에서 직업교육을 받으며 다른 지역 사람들과 얘기를 나누면 서울과 경기는 취업준비생 지원정책이 많은데, 인천은 별로 없다. 서울과 경기 청년정책을 보면 박탈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계양구에 사는 유모(25, 여) 씨도 인천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다. 원하는 분야는 해외 영업이다. 유 씨는 “하지만 인천에는 그런 일자리가 없어서 서울로 취업할 수밖에 없다”며 “내가 원하는 직무를 표시하고 구인 공고를 찾으면, 서울이 인천보다 6배는 많다. 인천에 정말 일자리가 없는 것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한 취업준비생 휴대폰에 있는 글귀. ‘지금은 수없이 흔들리고 무너지겠지만, 이 시간들이 쌓여 단단해지길’

기업보다 청년 중심 지원정책 시행해야

현재 인천시는 군ㆍ구 청년정책 사업을 제외하고 취업준비생 지원정책 8개를 시행하고 있다. 이중 3개는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을 지원해 청년일자리를 창출하려는 정책이다. ▲청년고용 우수기업 노동환경 개선 지원 ▲창업기업 청년일자리 지원 ▲지역성장 도약기업 청년일자리 지원 사업이 있다. 이 사업들에 시비는 총 36억6300만 원이 투입된다.

나머지 5개는 취업준비생을 직접 지원하는 정책이다. ▲면접 청년을 위한 드림나래 ▲취업률향상 프로그램 운영 지원 ▲진로ㆍ심리 상담센터 운영 지원 ▲대학 일자리센터 운영 지원 ▲구직 청년을 위한 드림체크카드 사업이 있다. 시비는 총 16억7600만 원이 투입된다.

이중 드림체크카드 사업은 시가 지난해부터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들을 경제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이다. 최종 학력기관을 졸업한 지 2년 지난 취업 준비 청년 320명에게 월 50만 원씩 최장 6개월 지급한다. 지난해 지원 경쟁률은 2.68:1로 280명이 모집 대상이었는데, 750명이 지원했다. 올해 지원 경쟁률은 3.91:1로, 320명이 모집 대상이었는데, 1249명이 지원했다.

이렇듯 드림체크카드 사업은 직접 지원 제도인 만큼 경쟁률이 높고, 지원자가 매년 늘고 있다. 이는 청년들의 취업준비기간이 길어짐에 따라 일어난 현상이다. 2019년 인천연구원 ‘인천 청년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인천 청년들의 취업 준비기간은 평균 17개월이며, 2년 이상 취업을 준비하는 청년이 23.5%다. 이는 국내 평균 취업 준비기간인 11개월보다 높은 수치다.

현재 인천시 청년정책은 청년보다는 청년을 고용하는 기업을 지원하는 데 치우쳐있다. 대부분의 청년은 경제적으로 어렵다고 아무 곳이나 취업하길 원하지 않는다. 취업이 오래 걸리더라도 급여 수준과 고용 안정, 노동환경과 복리후생을 꼼꼼하게 따진다.

이를 감안해, 단순히 청년 취업률을 늘리기 위해 기업을 지원할 게 아니라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를 지원해야한다. 또, 드림체크카드처럼 취업준비생들을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정책을 더 많이 시행해야한다. 청년들의 이해와 요구를 담아낸 청년정책이여야 호응을 얻을 수 있으며, 그래야 성과를 낼 수 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