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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사회적기업 탐방⑪ (주)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한국인의 힘은 밥에서 나온다는 말이 있다. 사람을 만나거나 전화로 안부를 물을 때 “밥 먹었니?”라고 묻곤 한다. 이런 밥으로 타인의 허기를 채우고 행복을 전하는 사회적기업이 있다. 바로 ‘(주)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이다.

인천 동구에 있는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은 2007년 6월에 문을 열고 이듬해 12월 고용노동부로부터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았다. 현재 김연자 대표를 포함해 10명이 일하고 있다.

원래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은 IMF 외환위기 이후 가정이 붕괴되면서 끼니를 거르는 아이들이 늘어난 2002년에 여러 곳에 만들어졌다. SK가 사업비를 후원하고, 지방자치단체가 결식아동들을 발굴하고, 지역 시민단체가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했다. 현재 28호점까지 있는데, 인천 동구점은 25호점이다.

결식아동들에게 배달할 도시락을 만들고 있는 김연자 대표와 직원들.(사진제공ㆍ행복을만드는도시락)

결식아동들에게 영양가 있는 도시락 제공

인천 동구점은 동구로부터 결식아동 도시락 제공 사업을 위탁받아 매일아침 직접 만든 양질의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 동구뿐만 아니라 부평구ㆍ중구ㆍ계양구 지역까지, 400~500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한다.

대상은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집에서 끼니를 해결하기 어려운 아동ㆍ청소년이다. 지금은 방학기간이라 점심과 저녁 두 끼를 제공한다. 학기 중에는 저녁 도시락만 100여 명에게 배달한다.

방학기간에 김 대표와 직원들은 점심시간에 맞춰 도시락을 배달하기 위해 새벽 6시께 출근한다. 2시간가량 도시락을 만들고 오전 8시부터 배달을 시작해야 아이들이 제때에 밥을 먹을 수 있다. 오전과 오후 두 번 배달하는데, 한 번에 3~4시간 소요된다.

김 대표는 “결식아동들 집에 가보면 이 사업을 안 할 수가 없다. 한부모ㆍ조손가정뿐만 아니라 환경이 너무 열악한 가정이 많다. 폐지를 집 안에 모아, 애들이 폐지 사이를 비집고 다니기도 한다. 이런 아이들에게 밥을 줘야하기에, 2008년부터 이 센터('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각 점포를 센터로 부름)를 맡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성장기 아이들에게 도시락을 제공하는 만큼, 영양에 신경을 많이 쓴다고 했다. 국내 모든 센터가 도시락 질을 떨어뜨리지 않고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사회적 협동조합 ‘행복도시락’을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센터들은 도시락 질을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모두 같은 도시락 메뉴를 정해서 쓴다. 또, 각 센터에서 영양사를 고용한다. 법적으로 영양사를 둘 필요는 없으나, 아이들에게 좀 더 좋은 음식이 담긴 도시락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영양사는 식재료 구입과 조리를 관리한다. 영양사들은 정기적으로 세미나를 열어 메뉴를 개발하고 위생과 사회적경제 관련 교육을 받는다. 특히 식재료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단가를 낮추기 위해 협동조합에서 공동으로 구매한다.

인천 동구에 위치한 (주)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수익사업 병행하고 있지만 정부지원책 필요

결식아동 도시락 제공 사업을 위탁한 동구에서 도시락 단가를 4500원 쳐준다. 작년까지는 4000원이었다. 서울과 경기에서 6000원 쳐주는 것에 비해 단가가 낮다. 김 대표는 질 좋은 식재료를 사용해야 하므로 식재료 단가를 낮출 수는 없다고 했다. 점포를 운영하고 도시락을 만드는 데는 식재료비 외에 일회용기 비용, 임차료, 인건비가 들어간다.

결식아동 도시락 제공 사업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 행사 또는 일반 도시락 사업도 병행하고 있다. 원래는 행사가 많은 봄철에 도시락이 많이 나가는데, 코로나19로 행사들이 취소돼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동구점은 2018년까지 예비군 도시락 제공 사업으로 수익을 냈다. 그런데 조리시설이 부족해 보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사업 수탁에서 탈락했다. 동구점은 협동조합에서 분기별로 진행하는 위생 점검에서도 가장 높은 등급을 받고 있다. 김 대표는 조리시설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그동안 해온 예비군 도시락 제공 사업을 못해 아쉽다고 했다.

김 대표는 수익사업과 센터 운영에 고민이 많다. 수익을 늘려야 센터가 운영될 수 있다. 사회적기업 인증 후 3년이 지나 운영비와 인건비 지원도 끊겼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들은 공익사업도 병행하고 있으니 잘 운영될 수 있게 지원제도를 더 늘려야한다. 우리 센터 같은 경우에도 음식의 질을 떨어뜨리기 어려우니, 매출 부족에 시달리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행복을 만드는 도시락’이 배달하는 도시락을 받는 아이와 부모의 감사 편지.

공익적 사회가치 실현하는 마음으로 노동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는 설립 취지에 맞게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을 수행하려한다. 취약계층을 직원으로 고용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김 대표가 직원들을 채용하면서 꼭 당부하는 말이 있다. ‘자기자존감이 상하는 경우에 참지 말고 부당한 일에 항의하라.’ 이는 당연한 얘기지만, 위계가 있는 회사생활에서 지키기 어려운 부분인데, 얘기해서 문제를 해결하자는 취지다.

김 대표는 직원들의 노동 강도에 비해 급여를 적게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직원들이 이곳에서 계속 일하는 이유는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자부심과 도시락을 배달할 때 아이들이 건네는 따뜻한 감사 인사 때문이라고 했다.

직원들은 집집마다 방문해 아이들을 살피고 도시락을 전달한다. 그래서 아이들의 이름을 거의 대부분 기억한다. 이름을 불러주고 간단한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어떤 아이는 “추운데 고생하시네요. 정말 고맙습니다”라는 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그런 인사가 발걸음을 가볍게 한다.

최근에 초등학생 때부터 고등학생 때까지 도시락을 먹은 아이가 덕분에 잘 먹고 컸다는 감사 편지를 센터에 보냈다. 김 대표는 이런 에피소드들이 일할 수 있는 동기와 힘을 준다고 했다.

동구점에서 3년간 일한 김은경 영양사는 “이전에 다닌 직장보다 급여가 확실히 낮고, 새벽에 출근해 배달까지 직원들이 직접 할 때도 있어 노동 강도가 세다. 하지만 일하면서 분명한 보람을 느껴 일을 계속하고 있다. 자원봉사를 하러왔다가 일을 시작한 직원도 많다. 대표님을 비롯해 직원들이 봉사정신을 기본으로 갖고 있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근무하다보니 계속 일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도시락을 배달하다보면, ‘밥이 식어서 왔다’ ‘인스턴트를 왜 주냐’ ‘채소만 주냐’ 등, 다양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모든 사람의 입맛을 맞출 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우리 센터가 영양적으로나 위생적으로 굉장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는 사실은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센터는 지난해 부자(아버지와 아들)가정에 밑반찬을 전달하는 행사도 진행했고, 지난 11일에는 다른 센터와 협업해 코로나19 치료에 힘쓰고 있는 명지병원(경기도 고양시) 의료진에게 도시락 800개를 전달했다.

‘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직원이 결식아동에게 도시락을 배달하고 있다.(사진제공ㆍ행복을 나누는 도시락)

아이들 돌봄은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현재 인천시는 결식아동에게 도시락 제공과 푸르미카드 지원을 선택하라고 한다. 푸르미카드 의 경우 아이가 아닌, 부모가 다른 용도로 쓰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도시락이 완벽한 대안은 아니지만, 초등학교 저학년은 되도록 도시락을 먹으라고 권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결식아동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하는 일이라고 했다. “개별화된 사회 속에서 외로운 아이가 늘어나고 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서라도 아이 돌봄을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한다. 사회적기업들이 개별적으로 이를 책임지려면 그만큼 품이 많이 들기 때문에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

김 대표의 올해 목표는 센터를 별일 없이 잘 운영하는 것이다. 사회적 가치만 실현하는 게 아니라, 기업을 운영하고 수익도 스스로 창출해야하는 것에 어려움을 호소했다.

김 대표는 “우리 센터의 장기적 목표는 결식아동들이 없어져 우리 같은 사회복지사업을 하는 기업과 기관이 없어지는 것이다. 결식아동들이 없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국가가 그들을 책임져야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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