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송도미래로 26…단체 신청하면 홍보관 체험 가능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남ㆍ북극 과학기지 3곳 운영

[인천투데이 조연주 기자] 알려진 것보다 알려지지 않은 것이 더 많은 남극과 북극. 극지는 주로 ‘미지의 땅’이라고 불린다. 그런 미지의 땅을 연구하는 곳이 인천 송도에 있다. 바로 극지연구소다.

광활한 얼음의 땅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극지연구소는 무엇을 연구할까. 이지영 극지연구소 홍보실장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아래는 그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에 위치한 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는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33번째로 ‘남극 조약’에 가입한 이듬해인 1987년 한국해양연구소의 작은 연구실에서 시작했다. 극지 연구가 정치ㆍ경제적으로 중요해짐에 따라 연구 수준을 국제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해양연구원(현 한국해양과학기술원) 부설기관으로 2004년에 설립됐다.

극지연구소에서 일하는 사람은 약 380명. 이중 기지에 파견된 아라온호 승선원은 100명가량이다.

극지연구소는 기후 측정만이 아니라, ▲극지의 기후과학 ▲지구 시스템 ▲생명과학 ▲해양과학 ▲고환경 연구 ▲K-루트사업단 ▲해수면 변동 예측 사업 ▲극지 유전체 사업 ▲북극 해빙예측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이중에서 K-루트사업단은 남극 내륙 ‘빙저호’ 등 연구 현장까지 안전한 이동경로를 개척ㆍ확보하는 것을 연구한다. 빙저호는 남극 내륙 빙하 수천 미터 아래에 자리 잡은 호수를 말한다. 외부와 차단된 채 과거의 환경과 생태계를 유지하고 있기에 과학적으로 의미가 큰 대상이다. K-루트사업단은 남극 내륙 진출 경로를 확보함과 동시에 빙저호 등을 탐사할 수 있는 시추 후보지를 탐색하고 있으며, 시추와 미생물 분석 기술도 도입ㆍ개발하고 있다.

이밖에도 극지연구소는 국내 여러 대학과 협력해 위탁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인하대학교 해양동물학연구실과 함께 지구 온난화와 해양생물의 관계 밝혀내기도 했다. 또, 극지 빙하 표면에 서식하는 미세조류의 단백질을 이용해 추위에 강한 식물을 만드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남극 미세 조류 배양실.

30년 늦게 시작한 후발주자,
이제는 손꼽히는 ‘연구 강국’

한국의 극지 연구 역사는 짧은 편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남극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때는 1950년대 후반이다. 우리나라는 1988년에 세종기지 건설을 계기로 연구를 시작한 후발주자다. 지금은 극지 투자 규모, 인프라, 연구 성과 등을 고려했을 때 세계 10위권에 들었다는 평가를 극지 연구자들 사이에서 받고 있다.

한국은 남극에 세종과학기지와 장보고과학기지를, 북극에 다산과학기지를 건설했다. 세종기지에는 약 17명으로 구성한 월동연구대가 상주하며, 11월에서 이듬해 2월까지에는 100여 명의 하계연구대가 파견된다.

장보고기지는 남극 대륙을 연구하기 위해 2002년에 건설했다. 이 곳에선 남극 중심부와 해안으로 접근성이 용이해 기후변화, 우주과학, 빙하ㆍ운석 등을 연구할 수 있다. 장보고기지 건설로 한국은 세계에서 10번째로 남극에 연구기지 두 개 이상을 보유한 나라가 됐다.

북극에 있는 다산기지는 노르웨이 킹스베이(Kings Bay)사에 의해 운영되고 있어, 기지 관리를 위한 상주 인원은 없다. 극지연구소 연구원들이 목적상 원하는 기간만 체류하면서 현장을 조사한다.

아라온호.(사진제공ㆍ극지연구소)

극지연구소의 자랑 아라온호,
하지만 제2쇄빙ㆍ연구선 필요

얼음으로 뒤덮인 바다를 연구하기 위해서는 쇄빙선이 반드시 필요하다. 쇄빙선은 말 그대로 얼음을 깨고 바다를 항해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선박이다. 한국은 과거에는 선진국의 쇄빙선을 임차하거나 다른 나라 연구에 참여하는 수준이었지만, 2009년부터 자체 기술로 건조(建造)한 쇄빙ㆍ연구선 아라온호으로 독자적 탐사가 가능해졌다. 아라온호가 생기고 나서부터는 극지연구소가 주도하는 국제 공동 연구 프로그램 개발과 국내 학계 참여 극지 현장 중심 연구프로젝트가 확장됐다.

아라온호는 1년 내내 바삐 움직인다. 10월부터 이듬해 4월까지 장보고기지 물자 보급과 남극 연구를 위해 사용된다. 그 뒤 한국으로 돌아와 7월까지 보수 등을 한다. 그 이후 9월까지는 북극 연구 활동에 투입된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아라온호 노후화가 진행돼, 제2쇄빙ㆍ연구선을 만들어야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특히, 아라온호를 예정보다 더 많이 사용하면서 노후화가 빨리 진행됐다.

아라온호가 건조된 2009년만 하더라도 전 세계적으로 북극 관심도는 낮은 편이었다. 그런데 지구 가열(=온난화)로 인해 북극 해빙이 빨라지면서 한국도 예정보다 빨리 북극 연구를 본격화했다.

그러나 제2쇄빙ㆍ연구선 건조 사업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두 차례나 탈락했다. 아라온호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건조까지 7년 걸렸다. 지금 당장 건조 사업에 착수해도 2026~7년이 돼서야 제2쇄빙ㆍ연구선이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극지 연구는 필요 없다?

극지연구소는 ‘극지 연구는 돈이 많이 들고 중요하지 않은 것 같은데, 왜 하느냐’는 질문을 받기도 한다. 사실 극지 연구는 일상생활에 직접 와 닿는 연구는 아니다. 가령 신ㆍ재생에너지 연구 같은 경우는 삶에 직접 영향을 주니 많은 시민이 관심을 보인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후위기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관심을 갖는 시민이 많아졌다. 북극 빙하가 녹는 속도를 재고 예상한 것보다 빨리 녹는다는 사실을 관측하는 일은, 전 세계 해수면 상승이 인류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 예측하는 것과 맞닿아있다. 이는 극지연구소가 하는 일들 중 하나다.

남극은 국제조약 등에 따라 영유권 주장과 자원 개발이 유보돼, 연구 활동으로만 영향력 확보가 가능하다. 남극 대륙, 결빙 해역 등 미개척 극한 지역이 많아 안전하고 효과적인 연구 활동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운영이 필수적이기에, 민간이 아닌 국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

지구 가열로 인한 북극의 해빙은 이상기후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고 있고, 바다 얼음이 사라지면서 열리게 될 북극 항로와 바다 속 지하자원 등 미래가치 창출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기에 북극도 지속적인 관측과 연구과 필요하다. 극지연구소 임직원들은 국제사회에서 한국 극지과학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초ㆍ원천 연구에 집중된 극지과학기술이 국내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질적 도움이 될 수 있게 노력하고 있다.

극지연구소 홍보관은 현재 상시 운영을 중단했다. 

홍보관 상시 운영으로
시민들에게 ‘극적인 경험’ 제공하고 싶어

극지연구소 홍보관은 현재 상시 운영하지 않고 있다. 단체 체험 신청을 받아 홍보관을 운영하고 있는데, 공간이 좁고 콘텐츠도 많지 않다. 극지연구소는 내년까지 홍보관 옆 토지에 극지환경 재현 실용화센터 건립을 목표로 하고 있다. 영하 40도, 바람세기 초속 20미터의 극한 환경 재현이 가능한 연구실을 만드는 것이 계획 중 하나다. 일부 공간을 체험관으로 만들 계획도 갖고 있다. 다만, 지금까지 책정된 예산이 부족해 현실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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