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연세대 ‘송도세브란스 2026년 개원 협약’
인천경제청이 주무청인데 협의도 없이 협약체결
“2018년 3월 협약대로 2024년 개원 추진할 것”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인천 연수구가 송도국제도시 주민들의 염원인 세브란스병원 개원시기를 오히려 2년 연장하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연수구가 지난달 '연세대로부터 2026년에 송도세브란스병원 개원을 확답받았다'고 공식입장을 밝히면서다. 해당 업무 주무관청인 인천경제청은 사전에 전혀 협의가 없었다며 섭섭해 하고 있다.

지난 2월 연수구와 연세대는 상호협력 및 공동발전을 위한 협약식을 진행했다. (사진제공 연수구)

연수구는 지난달 11일 ‘연세대로부터 2026년 송도 세브란스병원 개원 확답을 받았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연수구는 연세대와 상호협력 협약을 맺고 주민대표 앞에서 올해 설계우선협상자 선정을 약속했다고 덧붙였다.

이 내용이 맞다면 지난 2018년 3월 인천경제청과 연세대가 체결한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2단계 조성사업 협약 중 '송도세브란스병원 2024년 개원'과 배치된다. 연수구 협약이 당초 경제청 보다 오히려 2년 늦어지는 셈이다. 이는 송도주민들의 염원이 일순간에 한풀 꺾이는 어처구니 없는 행동이다.

인천경제청 관계자는 “지난 2월 연수구의 발표를 보고 놀랐다. 송도세브란스병원 관련해 연수구는 권한이 전혀 없다”며 “주무청인 경제청과 전혀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경제청은 올해 말 연세대와 송도세브란스병원 관련 정식 토지매매 계약 체결을 앞두고 있으며, 이런 시점에서 연수구의 2026년 개원 확답 발표는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송도세브란스병원은 예정대로 2024년에 개원하는 것엔 변함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결국 연수구는 오히려 연세대에게 세브란스병원 개원시기를 당초보다 2년 늦은 '2026년 개원'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 같은 지적은 10일 열린 인천시의회 제260회 임시회 제1차 본회의 5분 발언에서도 나왔다. 이날 강원모(민주당, 남동4) 시의원은 지난달 연수구의 발표를 근거로 "송도세브란스병원은 당초 계획대로 2024년에 개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연세대는 송도 국제캠퍼스를 저렴한 매입가격으로 조성할 수 있는 혜택을 누렸고, 당초 협약대로라면 2024년 12월 말까지 송도7공구에 세브란스병원을 건립해야 한다”며 “연세대는 토지매매 계약이 늦다는 이유로 병원 준공을 미뤘지만, 해당 부지는 빈 땅으로 놀고 있어 당장 병원을 착공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강 의원도 지난달 연수구의 어이없는 행동으로 세브란스병원 개원시기를 당초 2024년 2026년으로 늦추는 빌미를 제공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연수구 관계자는 “당시 협약을 진행한 문서에 개원 시기가 명시되지는 않았다”면서도 “고남석 연수구청장과 서승환 연세대학교 총장이 대화하는 과정에서 서 총장이 2026년 까지는 개원하겠다고 말한 것을 발표한 것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연수구는 지난해 말 송도세브란스병원 약속을 불이행하는 연세대에게 그간 받았던 세제 혜택 환수를 고려하는 등 연세대를 압박해 세브란스병원 조기 건립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올해 2월 취임한 서승환 연세대 신임총장이 총장선거에서 ‘세브란스병원 송도 11공구 이전’ 공약을 발표하며 지역 주민과 시민단체, 정치권으로부터 일제히 비난을 받기도 했다.

지난 2월 11일 연수구가 배부한 보도자료. 연세대로부터 송도 세브란스병원 개원 시기를 2026년으로 확답받았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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