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칼럼] 위기를 극복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사회복지칼럼] 위기를 극복하는 성숙한 시민의식
  • 인천투데이
  • 승인 2020.03.16 13: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종산 부평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김종산 부평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김종산 부평구자원봉사센터 사무국장

[인천투데이] 요즘 마스크를 사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을 보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이 어느 정도인지 느끼게 된다. 이런 광경을 언론과 방송에서 계속 보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공포심이 전염되는 것 같다. 바퀴벌레를 보면서 느끼는 본능적 역겨움이나 홍수 등 자연재해에서 느끼는 두려움과는 사뭇 다르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감정이 공포심이고 그중 가장 강력한 공포는 실체를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해를 입을까 두려워하는 것이라고 하는데, 바로 이런 공포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있다.

사회안전망이 부족한 상태에서 실직ㆍ직업병ㆍ환경오염ㆍ교통사고ㆍ노후빈곤ㆍ가족 해체 등 은 ‘불확실하지만 일어날 가능성이 있으며, 측정할 수 없는’ 사회적 위험이다. 이것과 코로나19 백신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으며 면역력이 약한 기저질환자나 노인들의 치사율이 높다는 사실이 결합하면서 사실관계가 분명하지 않거나 왜곡된 뉴스가 공포심을 증폭시키고 있다. 이 공포심이 위험한 까닭은 ‘혐오의 숙주’가 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KF80 이상 마스크 착용을 권한다. 당장 구할 수 없다면 천 마스크라도 쓰라고 한다. ‘방한대’로 부르는 면 재질 마스크나 집에서 직접 만든 마스크라도 착용하라는 얘기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마스크 관련 권고 사항을 보면, 보건용 마스크(KF80 이상) 착용이 필요한 경우는 1) 기침ㆍ재채기ㆍ가래ㆍ콧물ㆍ목 아픔 등 호흡기 증상이 있는 경우 2) 건강한 사람이 코로나19 감염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3)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경우 4) 많은 사람을 접촉해야하는, 감염과 전파 위험이 높은 직업군에 종사하는 경우다. 반면에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는 혼잡하지 않은 야외나 개별 공간에 있을 때다.

그런데 이러한 권고 사항에도 불구하고 마스크를 구입하지 못한 시민들의 불만은 매일 쏟아지고 있다. 이를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공허하고 소모적인 일이다. 혹시 모를 감염에 대비해 자신뿐 아니라 타인의 건강과 안전을 지키려는 것을 두고 누가 뭐라 할 수 있는가.

현재 정부는 마스크 5부제 실시, 코로나19 드라이브 스루, 방역작업 등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시민들도 감염병 지역확산을 막기 위해 개인 위생수칙을 지키고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천하여 애쓰고 있다. 사회적 연대와 공동체 의식을 기반으로 타인을 배려하는 모습들도 자주 볼 수 있다. 보건용 마스크를 고위험군에게 양보하겠다는 시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천 마스크를 제작해 나눠주거나 1인 약국에서 공적 마스크 판매이력을 전산에 입력하는 자원봉사활동에 동참하는 시민도 있다. 열 감지 모니터링을 하거나 독거노인 등 고위험군에게 안부 전화를 하는 자원봉사자들도 있으며, 코로나19로 혈액이 부족해졌다는 소식을 듣고 헌혈에 나서는 시민들도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공급 제한이나 단절로 장애인이나 저소득 노인 등 취약계층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는 걸, 경기 침체로 자영업자나 소상공인들이 매우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는 인체처럼 유기적으로 연결돼있으며, 내 몸 어느 한 구석이 아프면 다른 구석에도 영향을 미치듯, 타인의 사회적 위기는 결국 나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고립된 이웃과 안전하게 연결할 수 있는 작은 실천과 서로 격려하고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는 시민의식으로 이 위기를 함께 극복해나가고 있다. 신종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계속 출현할 것이다. 이 위기는 공적 보건의료시스템이나 돌봄 서비스체계 등에서 미비한 점을 보완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리고 연대와 협력으로 이 난관을 이겨낸 우리는 질병을 이겨낸 항체처럼 더욱 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