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이정은 인천청년광장 대표

[인천투데이] 코로나19로 온 나라가 떠들썩한 게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얼마나 늘었는지 알려주는 아침 뉴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혹시나 우리 동네에 확진자가 발생하지는 않았을까 마음 졸이면서 인터넷 뉴스를 본다. 마스크를 쓰지 않고 밖에 나간다거나 기침이라도 하는 순간에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이 따갑다.

정부에서는 유치원과 초ㆍ중ㆍ고등학교 개학을 연기하고, 어린이집 등을 휴원했다. 감염병 의심증상자들을 적극적으로 검사하고 ‘마스크 착용하기’와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권장한다. 시민들의 위기감과 정부의 적극적 대처가 만나 전 세계가 감탄한 ‘대한민국 코로나19 방역체계’를 만들었다.

이 방역체계 가동은 한동안 순조로웠으나 금세 약한 고리가 드러났다.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신천지 교인들로부터 시작한 집단감염과 최근 수도권에서 발생한 구로 보험회사 콜센터 집단감염이다. 방역체계가 가동됐지만, 그 방역체계로는 예방할 수 없는 약한 고리들이었다.

신천지 신도들을 생각해본다. 신천지에는 20대가 참 많다고 한다. 내 주변 20대와 신천지의 20대는 무엇이 다를까 생각해보면, 크게 다르지도 않을 것 같다. 시키는 것만 하며 살아왔는 데 20세가 되었으니 이제 자기인생을 살라는 세상의 주문에 답을 찾지 못한 이들이 있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들어갔지만 취업을 준비하며 썼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는 자기소개서 100장에 낭떠러지 기분을 느끼는 취업준비생들이 있다. 아파도 병원에 가려면 이번 달 생활비 중 무엇을 줄여야할지 고민하면서 머뭇거리는 불안정한 청년노동자들이 있다. 구로 보험회사 콜센터 집단감염이 이슈가 되면서 많은 기사가 나왔다.

그 기사들에서 하나같이 지적하는 것은 ‘21세기형 닭장’이라는 그들의 노동환경이다. 좁은 공간에 다닥다닥 붙어 앉아 하루 종일 일하는 감정노동자들이 있었다. 발열 증세가 있어도 일을 멈추면 삶이 멈추는 30~50대 여성노동자들이 있었다.

질병관리본부는 ‘사회적 거리두기’를 말하고 아프면 집에서 쉬라고 권한다. 하지만 그것은 일을 멈추면 밥 먹는 것을, 삶을 멈춰야하는 사람들이 취할 수 있는 방역방법이 아니다. 아파도 일을 나갔던 이른바 ‘슈퍼 확진자’들이 왜 그래야했는지, 그 삶을 알아야 제대로 된 방역이 이뤄질 수 있다.

“재난은 평등하지 않다”는 말이 있다. 인재(人災)는 물론 자연재해 등 사건사고는 언제나 그 사회의 가장 약한 사람들부터 공격한다. 이제 ‘신천지 집단감염’을 지우고, ‘콜센터 집단감염’을 지우고 그 안에 있는 사람들의 삶을 보아야한다. 나와 다른 삶을 사는 사람들, 일상에서 전혀 나와 관계없을 것 같은 이들의 삶을 나아지게 하는 것이 이 사회의 방역체계를 갖추는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안전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당신의 불행이 나의 불행과 연결돼있고, 나의 행복이 당신의 행복과 연결돼있음을 알고, ‘나만 아니면 돼’가 아니라 ‘함께 행복하자!’는 따뜻한 손을 건네는 우리가 됐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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