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평론] 그 소설은 왜 그리 널리 읽혔을까
[도서평론] 그 소설은 왜 그리 널리 읽혔을까
  • 이권우 도서평론가
  • 승인 2020.03.16 1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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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재가 노래하는 곳

[인천투데이]

델리아 오언스|김선형 옮김|살림|2019.6.21.

상당히 놀랐다. 주변에서 평이 굉장히 좋았다. 아무리 전문가인양 해도 세상의 모든 책을 읽어낼 수 없다. 귀를 쫑긋 세우고 누가 무슨 책을 좋다고 하는지 잘 새겨둔다. 그러다 짬이 나면 얼른 읽는다. 이런 식의 독서는 의미가 상당히 있다. 자기도 모르게 취향이 굳어져 비슷한 유의 책만 읽게 되는 우를 방지해줘서다.

그런데 이번에는 좀 달랐다. 일부 독자가 좋아할 수는 있지만 베스트셀러가 되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물론, 내용이나 구성이 훌륭해야 잘 팔리는 건 아니다. 잘 팔리는 데는 이유가 많다. 관련 자료를 읽어보았더니 이미 미국에서 여러 경로로 추천받아 베스트셀러에 등극했단다.

원저에 이런 이력이 붙어 있으면 국내에서 홍보하기는 훨씬 쉬워진다. 작가의 이력도 흥미를 끌만했다. 아프리카에서 7년 동안 야생동물을 관찰하고 그 성과를 엮은 논픽션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덧붙여 이 생태학자가 일흔 가까운 나이에 쓴 첫 소설이라니,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국내 독자도 충분히 흥미를 기울 일만하다는 점은 인정할만하다.

작품 구성도 크게 흠잡을 바 없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방식이다. 애초부터 영화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싶게 구성했다. 마침 영화로도 제작된다고 하니 그런 짐작이 틀리지는 않았다.

과거는 카야의 가정사와 성장사다. 한마디로 가정폭력으로 쑥대밭이 된 집안에서 자랐다. 언니와 오빠가 도망가고 엄마도 집을 나갔다. 술만 취하면 주먹을 휘두르는 아비 밑에서 자랐는데, 마침내 아비도 집을 나갔다. 노스캐롤라이나 연안에 자리 잡은 바클리 코브에의 습지에서 홀로 자랐다. 소녀가 스스로 의식주를 해결해나가는 과정은 흥미롭다. 지은이가 여성이어서 그런지 성징(性徵)의 발전과정을 잘 묘사했다. 로맨스도 있다. 오빠 친구인 테이트와 연정이 싹튼다. 이 모든 과정이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펼쳐지니, 읽다가 말고 눈을 감으면 저절로 상상의 날개를 펼치게 된다.

현재는 살인사건이다. 동네에 여러모로 잘 나가던 유부남 체이스가 살해당한다. 살인 현장인 습지에는 증거가 하나도 남지 않았다. 이 살인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에서 카야가 다시 등장한다. 테이트가 대학에 간 다음 소원해진 틈을 타고 체이스가 유혹했다. 카야는 순정한 사랑이었으나, 체이스는 거짓 사랑이었다. 그러니, 카야를 두고 버젓이 다른 여자랑 결혼했겠지. 관계 단절을 요구하자, 무지막지한 폭력을 가한다. 폭력이라면 이미 아비한테 지겹도록 겪었다. 용납할 수 없었다. 수사망이 좁혀지면서 유력한 용의자로 카야가 지목된다.

그런데 이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다. 모든 게 예상 가능했다. 의외다 싶은 게 없었다. 국내 작가가 이 정도로 썼어도 반응이 좋을까 싶었다. 그러니, 자꾸 생각해볼 수밖에. 사람들이 이 소설을 왜 좋아할까. 짐작하건대, 스스로 성장하는 한 여성에 매력을 느낀 게 아닌가 싶다. 부족한 것 없는 집안에서 자란 교양 있는 여자가 남편을 잘못 만나 가정이 풍비박산되는 거야 흔하지만, 이를 떨쳐내고 대자연에서 의연히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소설은 흔치 않다. 작가의 전문성도 한몫했을 성싶다.

자연생태에 나타나는 현상을 무심히 말해놓는데, 그 틀로 작품에 묘사된 인간의 삶을 살펴보면 다른 면으로 해석할 여지가 나타난다. 시비를 걸자면, 이런 장치가 세련되게 잘 마련돼 있느냐 아니냐 하는 건데, 아무래도 거칠다는 게 개인적 평이다.

가장 큰 문제는 체이스 살인사건의 진범이 밝혀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살인범은 작품 후반에 드러난다. 논쟁의 여지가 심각한 대목이다. 아쉬운 대목이 여기다.

많이 읽었다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작가의 이런 설정을 어떻게 봐야하는지가 화제가 되고 논쟁이 벌어져야 했는데, 그런 조짐이 없다. 자연은 냉혹하다. 그래야 더 많은 생명체가 보존되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도 그래야 하는가? 낭만적인 작품이라기보다 심각한 주제를 던진 문제작이라 보아야한다.

성질 급한 분이 ‘읽으란 말이냐, 읽지 말란 말이냐’ 하고 윽박지른다면 당연히 읽어보라 하겠다. 그런데 그런 상황이라면 살인이 정당하고, 숨겨져도 되는지 하는 문제의식을 느끼면서 읽었으면 한다. 아, 제목을 빠트렸구나. ‘가재가 노래하는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