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구 동춘동 일대 어민들 액막이 용도로 사용
기증 자료, 아파트 개발 이전 동춘동 모습 담겨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시립박물관(관장 유동현)이 연수구 동춘동 일대 ‘범게 민속’ 자료를 확보했다.

액막이로 범게를 엮어 대문 위에 걸어둔 모습.(사진제공ㆍ인천시립박물관)

시립박물관은 동춘동 일대 ‘범게 민속’ 자료를 남기종 한국청소년인천연맹 총장으로부터 2월 26일 기증받았다.

‘범게 민속’은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동춘동 해안에서 어업을 하던 주민들 사이에 전하는 풍습이다. 당시 주민들은 범처럼 얼룩이 많은 게를 노끈으로 묶어 대문 위에 걸어두고 액운을 막으려했다.

기증받은 자료는 남기종 총장이 인천교대 부속초등학교(현 경인교대 부설초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던 1990년대 초반에 동춘동 일대 ‘범게 민속’을 직접 조사하면서 촬영한 사진들이다. 사진에는 ‘범게 민속’에 관한 것뿐만 아니라 아파트단지로 개발되기 이전 동춘동 일대 모습이 담겨있다.

남기종 총장이 기증한 또 다른 자료로 1992년에 인천직할시 남구교육청에서 엮은 ‘우리고장 인천’이 있다. 이 자료에는 당시 인천교대 부속초등학교 학생들이 남기종 총장의 지도로 작성한 ‘동춘동 범게 이야기’ 연구보고서가 수록돼있다.

이 보고서를 보면, 남기종 총장과 학생들은 1991년 7~8월 여름방학을 맞아 동춘동 3통을 조사했다. 당시 동춘동 3통은 아파트단지 건설을 위해 동네가 철거된 상황이었는데, 어업을 하는 가구 4곳이 있었다. 어부들이 물고기를 잡기 위해 쳐놓은 그물에 간혹 범게가 걸려들었는데, 범게는 얼룩이 많아 생긴 모습이 범과 흡사하고 껍질이 단단하며, 속살이 거의 없기 때문에 식용으로 이용되지는 않았다. 주민들은 식용으로 범게를 이용하는 대신 노끈으로 묶어 대문 위에 걸어두고 액막이로 이용했다.

유동현 관장은 “한국청소년인천연맹과 우리 박물관은 어린이와 청소년 교육 교류를 위해 2월 11일 업무협약을 맺었다”라며 “협약에 이어, 총장님이 사라지는 지역의 민속 자료를 박물관에 기증해주신 것은 학술적으로나 교육적으로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일을 계기로 시민들이 지역 역사가 담긴 사진 한 장이라도 소중히 생각해 박물관에 기증해줬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기증된 자료는 등록 과정을 거쳐 박물관 소장 자료로 영구 보관되며, 선별된 자료는 일정 기간 기증실에 전시된다.(문의ㆍ032-440-6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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