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첫 환자 발생 후 선제대응, 시민 경각심 높아져
인구 10만 명 당 발생수 0.3명...국내 최저
인천시, 방역·의료체계 대응 철저...시민 안전에 사활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지난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 발생 후 43일 만에 전국 확진자가 5000명을 넘어서며 우리 삶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다.

마스크·소독제 구하기 전쟁, 모임·외식 기피가 일상이 되고 새학기는 미뤄졌다. 도서관·체육관 등 대부분 다중이용시설은 문을 닫았고, 축제와 대형행사도 취소됐다. 결혼과 장례식 등 경조사 자리에서 식사와 대면 인사를 생략하고 부조만 한 뒤 자리를 뜨는 풍경도 보인다.

인천시는 공항과 항만이 위치한 관문도시인만큼 시·군·구, 공사·공단 등의 행정기관은 함께 물샐틈없는 방역을 진행하고 의료체계를 마련해 철저히 대응했다.

그 결과 중앙방역대책본부가 집계한 3월 4일 기준 인천 확진환자는 9명으로 국내 전체 환진환자의 0.2%이다. 인구 10만 명 당 발생 수 0.3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적은 수치다.

이 중 국내 첫 확진환자 중국인 여성(35세, 중국 거주 2.6. 퇴원)과 인천의 세 번째 확진환자였던 문화해설사 한국인 남성(57세, 미추홀구 거주 3.3 퇴원) 2명은 건강한 모습으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첫 번째 퇴원한 중국인 여성은 의료진에게 쓴 손편지로 국민들에게 감동을 줬다. 세 번째 환자는 자각증상을 느낀 후 예방수칙을 철저히 지켜 함께 사는 어머니를 포함해 접촉자 23명 전원이 모두 감염되지 않았다. 꼼꼼하게 일지를 기록해 동선과 접촉자 파악도 신속히 이뤄져 모범사례로 남았다.

지난 2월 말 코로나19 위기대응을 위해 분산조치한 인천의료원 중환자실을 박남춘 시장이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시)

선제·전략적 의료대응체계 가동

인천공항에서 바로 인천의료원으로 격리 이송됐지만,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환자가 인천시에서 발생한 만큼, 시는 긴급업무체계를 갖췄다. 시는 첫 환자가 발생한 1월 20일 바로 10개 군·구와 지역재난안전대책본부를 24시간 가동하고 선제 대응을 펼쳤다.

시와 교육청, 소방본부 등 산하기관은 물론 공항·항만공사·의료기관 등과도 24시간 철통방어 체계를 가동해 빈틈없는 방역이 적기에 이뤄지도록 했다. 10개 군·구 보건소와 지역 의료진들과도 협력 체계를 갖췄다.

1월 31일에는 만약을 대비한 선제 대응을 위해 민간병원 감염관리실장 등 전문가가 참여하는 ‘감염병 관련 민·관 합동추진체계’를 구축했다. 시는 ▲코로나 사태 장기화를 대비한 의료기관 인력·격리병상 확충 ▲1차 선별진료소와 확진환자 진료를 구분한 의료기관별 역할 분담 ▲선별진료소 손소독제·마스크 등의 추가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2월 20일부터는 전국적인 확진환자 급증으로 지역사회 감염위험도 커졌다. 시는 정부보다 먼저 감염병 위기경보단계를 ‘심각단계’로 가정하고, 행정·유관기관들과 선제 조치에 착수해 즉시 대응태세를 갖췄다.

당시 인천에는 코로나19 지역사회 감염환자가 없었으나, 방역태세와 진료역량을 강화해 격리병실을 지속 확대했다.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인천의료원 등을 지정했으며, 감염병 전담병원은 경증 환자 치료와 유증상자 격리를 위해 병원 또는 병동 전체를 비워 병실을 확보했다.

대대적인 지역사회 감염이 발생하며, 2월 말부터 인천시에도 서울에서 직장 생활을 하거나 신천지 신도인 시민의 감염이 나타났다.

3월 2일부터 가동한 인천시 드라이브스루 선별검사센터(선학경기장).(사진제공 인천시)

이에 인천시는 2월 23일부터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운영 의료기관인 인천의료원, 길병원, 인하대병원 3곳의 선별진료소 기능을 중단해 확진환자 치료에 집중했다. 또한 검사 속도가 10분 내로 빠르고 감염 위험이 없는 승차진료소(=드라이브스루) 2개소를 확대해 선별진료소를 총 30개소(승차진료소 2개, 의료기관 18개, 보건소 10개) 운영하는 체계로 전환했다.

국내 코로나19 확진환자가 5000명을 넘어감에 따라, 효율적인 중증 확진환자 치료와 지역 사회 확산 차단을 위해 의료 대응 체계를 ‘안심과 집중’ 투트랙으로 운영한다는 전략이다.

또한, 대규모 환자 발생에 대비해 경증환자 치료를 위한 군·구별 생활치료센터 마련에 들어갔다. 현재 인천시에서는 다른 진료를 위해 병원을 찾아야 하는 일반 환자들을 위해 감염 우려에서 벗어나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국민안심병원 18곳을 운영하고 있다. (3월 3일 기준, 질병관리본부·건강보험심사평가원 확인 가능)

예방수칙 준수, 자율방역활동 등 성숙한 시민의식 빛나

인천시에 지역사회 확산이 아직 적은 이유는 확진환자가 급격히 늘고 있는 지역과 지리적으로 멀고, 관문도시라는 특성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한 인천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오며, 시민들이 스스로 감염병 예방 수칙을 잘 지킨 것 같다는 전문가 의견도 나왔다.

엄중식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인천에서 첫 확진환자가 나오면서 감염병에 대한 시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지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시민들 스스로 손 씻기와 마스크 착용 같은 기본적인 예방 수칙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이 지역사회 감염을 막은 주된 원인일 것이다”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인천 추가 확진환자는 모두 서울에서 주로 생활하거나, 신천지 집단 감염이 발생한 대구 방문 이력이 있는 경우이다. 성동구 아파트(12명), 종로노인종합복지관(6명), 천안시 운동시설 등(80명)과 같은 집단발생 사례도 없다.

인천시청 소담홀 3월 2일부터 한줄식사.(사진제공 인천시)

특히 3일 완쾌해 퇴원한 인천시의 세 번째 확진환자는 자각증세를 느낀 이후부터 자가격리를 유지해 서울시 문화유산해설사 일을 중단하고, 되도록 타인 접촉을 피하기 위해 도보로 이동했다. 또 집안에서도 마스크를 착용하고 꼼꼼히 일지를 작성해 성숙한 시민의식을 보여 인천시는 홍보 포스터를 만들어 알리고 있다.

시는 지역사회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확진환자의 접촉자 자가격리를 철저하게 관리하고, 확진환자의 이동경로를 시·군·구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등, 모든 채널에서 실시간으로 알리고 있다.

감염병 예방을 위한 민관협력기구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조직(마을공동체·새마을회·한국자유총연맹 등)은 자율방역활동을 펼치는 등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있다.

시청을 방문해 대구를 응원하는 손편지와 쌈짓돈을 전하고 홀연히 사라진 70대 노인, 24시간 비상근무 하는 공무원에게 보약을 보내온 인천한의사회, 헌혈에 동참한 시와 공사·공단 직원 등 얼굴 없는 천사들이 시민들에게 희망을 주고 있다.

이 가운데 박남춘 시장은 2월 23일 정부의 위기경보 심각 단계 격상에 맞춰 즉각 강도 높은 총괄 대책을 마련했으며, 이에 대한 동참과 격려를 담은 서한문·문자를 전 직원에게 발송했다.

이날부터 시는 월미바다열차, 노인복지시설, 화상경륜시설, 학원에 대한 운영 중단 명령·권고를 시행했다. 출퇴근 시간대 대중교통 사람이 몰리며 감염 우려가 높아지는 것을 막기 위해 2월 25일부터 시 산하 전 기관 출근시간을 10시로 한 시간 늦추고, 공사?공단에도 시행을 권고했다.

3월 2일부터 시청 식당 ‘소담홀’은 직원 간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한 줄로 앉아 식사했으며, 매점 테이블 이용을 금지했다.

범종교적 시민협조가 이뤄져 사찰, 교회 등은 자발적으로 종교행사를 중단했다. 이에 앞서 시는 21일 지역사회 확산 방지를 위한 특단의 조치로 신천지교회·시설에 대한 폐쇄를 명령하고, 모든 시설에 대한 방역소독을 완료했다.

인천시, 시민 안전 확보에 사활

인천시와 모든 대응기관, 협력기관은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완전히 종식될 때까지 시민 안전 확보를 위해 모든 정책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시는 1월부터 지역사회 확산을 원천봉쇄하기 위해 우한시 입국자(2020.1.13.~1.23) 전체 94명에 대한 전수 조사를 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국립인천검역소, 인천출입국·외국인청, 인천지방해양수산청, 인천항만공사 등의 기관과 신속하게 대응했다.

인천교통공사는 차량기지에서 전동차량 방역을 지속하고 있다. 인천도시철도 1·2호선 승강장·대합실·전동차 안에서 안내방송과 전광판으로 시민들에게 예방방법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코로나19 감염예방 교통시설 방역현장.(사진제공 인천시)

학교·노인·장애인시설 등 감염에 노출되기 쉬운 집단시설과 거주시설 610곳에 소독제를 비치하고 방역을 완료했다. 인천시청과 버스터미널 등, 시민 이용이 많은 공간에 열감지기도 확대설치 중이다. 또한, 대형 행사를 잠정 연기하고 연안부두 여객터미널(연막소독), 송도컨벤시아(방역살균) 등 다중이용시설 소독을 지속 실시하고 있다.

2월 1일 외국인 방문이 많은 경제청 홍보관을 휴관하도록 했으며, 공공체육시설·공공도서관·박물관 등 다중이용시설 휴관도 지속한다.

공항과 인천항의 방역도 대폭 강화한다. 검역단계에서 철저한 차단을 위해 모든 비행기와 배 여행객은 출입국 시, 건강상태 질문서를 작성해 검역을 거친다. 이 과정에서 이상 증상이 보이면 즉시 격리된다. 평소 입국장에서 측정되던 발열 측정도 검역관들이 중국에서 들어오는 모든 배에 탑승해 진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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