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피플] “행복배움학교는 공교육 취지 살리는 원동력”
[인천피플] “행복배움학교는 공교육 취지 살리는 원동력”
  • 이종선 기자
  • 승인 2020.03.05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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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박인섭 전 인천시교육청 학교혁신팀 장학사
행복배움학교 업무 초창기부터 5년 반 동안 맡아
“예전부터 혁신학교에 큰 관심, 꿈꿔온 교육방식”
3월 2일자로 연수원 발령…“학교혁신 도움 줄 것”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혁신학교는 공교육의 획일적 교육과정을 벗어나 학생들에게 창의적이고 주도적인 학습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만든 학교다. 2009년에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취임하면서 처음 제안했다. 이듬해 ‘진보 교육감’이 당선된 지역 6곳(서울ㆍ경기ㆍ광주ㆍ전남ㆍ전북ㆍ강원)에 모두 혁신학교가 생기면서 혁신학교는 진보 교육감의 상징이 됐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혁신학교는 더 이상 진보 교육감의 전유물이 아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 이른바 ‘보수 교육감’이 당선된 경북ㆍ대전에서도 각각 ‘미래학교’와 ‘창의인재씨앗학교’라는 이름으로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국내 혁신학교 수는 1714개로 집계됐다. 지난 두 차례 지방선거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거 당선되며 공교육의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의 정서가 확인된 것도 혁신학교가 퍼져나가는 원동력이었으리라.

인천에서 혁신학교는 ‘행복배움학교’라는 이름으로 불린다. 올해 6년차를 맞았다. 초창기 10개교로 시작해 올해는 총 72개교가 행복배움학교로 운영된다. 도성훈 교육감은 임기(2018.7.~2022.6.) 내 100개까지 늘릴 방침이라고 밝혔다. 행복배움학교가 이처럼 자리 잡기까지 처음부터 한 자리를 지킨 사람이 있다. 바로 박인섭 전 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장학사다. 박 장학사는 3월 2일자로 시교육청 연수원에 발령됐다.

초등학교 교사로 교직을 시작한 박인섭 장학사는 2014년 9월 시교육청에 파견됐다. 당시 인천에서 첫 진보 교육감이 당선돼 인천형 혁신학교를 준비하고 있었고, 박 장학사가 관련 업무 적격자로 추천받았다. 그의 학교 혁신 관련 활동들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덕분이다.

행복배움학교 업무를 담당해온 박인섭 장학사.
행복배움학교 업무를 5년 넘게 담당해온 박인섭 장학사.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으로 시작한 교육 혁신 활동

박 장학사는 2000년대 중반 초등 교사들을 중심으로 ‘초등교육포럼’을 만들어 활동했다. 이곳에서 동료 교사들과 기존 학교 모습이 아닌 새로운 학교 모습을 연구했다. 그에게 결정적 영향을 끼친 것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이다.

이 운동은 학생 수가 줄어 통폐합 위기에 놓인 학교의 교사들이 학교를 다시 학생들이 찾아오는 학교로 만들자는 고민으로 시작했다. 경기 남한산초교, 충남 거산초교, 부산 금정초교, 전북 삼우초교 등이 좋은 사례다.

당시 박 장학사를 비롯한 초등교육포럼 교사들은 ‘작은 학교 살리기 운동’ 세미나가 충남 홍성 교직원 수련원에서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관련 정보를 얻기 위해 참가했다. 박 장학사는 “학교문화와 교육과정을 교사 주도로 바꿔내는 사례가 공교육에서도 가능하다는 사실이 다소 충격이었다”고 회고했다.

기본적으로 학교별 교육과정은 전체의 20% 정도를 자율적으로 구성할 수 있다. 교육 혁신이 이뤄지는 학교들은 이를 활용했다. 교사들은 교과목 중심의 교육과정을 프로젝트 수업으로 바꿔냈다. 교과별로 진행하던 수업을 서로 접목해 융합 수업을 만들어낸 것이다. 학생들은 융합 수업에 참여하기 위해 지역사회 문제에까지 관심을 두게 된다.

프로젝트 수업을 진행하려면 기존 수업시간 40~50분은 한계가 있다. 이에 교사들은 시간표를 조정해 ‘블록수업(100분 수업 30분 휴식)’을 진행한다. 또한 중요한 주제를 다루는 수업의 경우 학기 말로 일정을 배치하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탄력적 교육과정 운영이 현행 교육제도 안에서도 가능했던 셈이다. 이 모두 행복배움학교를 비롯한 혁신학교의 바탕이 된 사례다.

특히, 2009년 MBC PD수첩이 농촌형 자연학교를 표방하는 남한산초교 이야기를 방영했다. 당시 한 초등학생은 인터뷰에서 “내 인생의 힘 절반 이상은 학교에서 얻은 경험에서 나왔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박 장학사는 교사로서 그동안 주입식으로 진행한 교육을 반성했다.

그는 “학생들에게 무한 사랑을 주고 함께 소통하며 살아가는 교육 활동을 꿈꿔왔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던 것 같다. 작은 학교들은 그동안 내가 꿈꿔온 교육이 이뤄지는 곳이었다”고 말했다.

남한산초교 사례는 혁신학교의 모범사례가 됐으며, 인천에서는 강화양도초교가 이를 본받아 농촌형 혁신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김상곤 경기도 교육감이 혁신학교를 추진하는 것을 보면서 박 장학사는 혁신학교에 더 큰 관심을 두고 교육 혁신 활동을 했다. 2014년 9월 시교육청에 파견된 그는 행복배움학교 관련 예산 편성, 네트워크 강화, 정책 수립과 평가체제 구축 등을 진행하며 행복배움학교 추진을 행정적으로 뒷받침했다.

양도초교 학생들이 '여름계절학교'에서 모내기를 체험하는 모습.(사진제공 양도초교)
인천 강화 양도초교 학생들이 여름계절학교에서 모내기를 체험하고 있다.(사진제공ㆍ양도초교)

초창기 우여곡절 많아, 지금은 ‘행복배움학교 2.0’까지 계획

박 장학사는 행복배움학교 초창기에는 편성한 예산이 시의회에서 모두 삭감되는 등, 우여곡절이 많았다고 말했다.

2014년에 시교육청은 2015년도 행복배움학교 운영예산으로 5억 원을 편성했으나,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전액 삭감했다. 박 장학사는 “당시 교육위원회 소속 의원 7명 중 새누리당 의원이 대다수였다. 무상급식 예산도 삭감했다. 올해 행복배움학교 6년 차를 맞은 학교들은 당시 예산도 없이 시작해 모두 힘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1기 행복배움학교 10곳 모두 예산 지원 없이 시작했다. 박 장학사는 이듬해 교육위원회 의원들과 함께 어려운 여건에서 혁신교육을 추진하고 있는 행복배움학교 4곳을 방문했다. 의원들은 교사ㆍ학부모들을 만나 학교현장 이야기를 듣고 생각을 바꾸기 시작했다. 2016년도 예산부터는 조금 깎이긴 했지만 전액 삭감은 없었다. 올해 행복배움학교 운영예산은 약 30억 원이다.

박 장학사는 행복배움학교를 바라보는 일부 언론의 인식도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행복배움학교를 비롯한 혁신학교는 학생들에게 공부를 안 시키고 놀리기만 한다는 오해가 많았다고 했다. 몇몇 언론이 ‘상당수 혁신학교가 학업미달 학교’라는 기사를 냈는데, 이는 본질을 흐리는 보도였다고 했다.

그는 “초창기 혁신학교 대부분은 열정 있는 교사가 많지만 교육환경이 열악한 학교 위주로 선정했다. 그만큼 학력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것은 맞지만, 이후 학력 미달 학생은 오히려 많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교육부가 연구한 자료만 봐도, 학업성취도평가를 본 혁신학교와 일반학교를 비교했을 때 별 차이가 없다고 나온다”라며 “오히려 혁신학교는 학력이 낮은 학생들의 학업성취도 증가가 눈에 띄었다. 행복배움학교는 모든 학생을 위한 교육을 추구하며 공교육의 취지를 살렸다”고 덧붙였다.

행복배움학교 수는 2022년까지 100개로 늘어날 예정이다. 박 장학사는 선정되는 학교들이 기본적으로 교육의 본질에 얼마나 충실한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행복배움학교를 그저 시교육청이 진행하는 사업으로 바라보며 과거 교육철학으로 접근하는 사례가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행복배움학교 구성원 간 협의체를 구성해 내실화를 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행복배움학교는 4년 차에 종합평가를 받으며, 학교 구성원들에게 재지정 의견을 물어본다. 보통 학부모 95%는 찬성한다. 교직원 찬성률도 압도적으로 높다. 제대로 자리 잡은 5~6년 차 학교들을 미래형으로 바꿔나가는 게 과제다. 미래형은 ‘행복배움학교 2.0’을 말한다.

시교육청이 추진하고 있는 ‘행복배움학교 2.0’은 학교 안에서만 이뤄지는 교육 혁신이 아니라, 더 혁신적이고 모험적인 교육과정 운영으로 지역사회도 변화시키는 교육 혁신이다. 이를 위해 행복배움학교가 마을과 상생하는 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시민들에게 학교 시설을 더 개방할 예정이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이 지난 1월 9일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임기 내 행복배움학교를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다시 밝혔다.  
도성훈 인천시교육감은 올해 1월 9일 진행한 신년 기자회견에서 행복배움학교를 임기 내 100개까지 늘리겠다고 재차 밝혔다.  

인천형 혁신학교, 행복배움학교만의 장점 살려야

박 장학사는 국내 교육청들이 추진하는 혁신학교가 대부분 비슷해 보일지 몰라도 주요 정책이나 중심 철학, 운영 원리 등은 서로 다르다고 말했다. 다시 말하면, 행복배움학교만의 특징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현재 지역별로 행복배움학교 몇몇을 지정해 ‘연수원학교’로 운영하고 있다. 인근 일반학교들과 창의적 학교 운영, 우수 교육활동 사례 공유로 행복배움학교 취지를 전파하는 거점 학교인 셈이다. 연수원학교를 중심으로 진행하는 행복배움학교 컨설팅도 민주적 방식으로 진행한다. 시교육청이 학교 5~6개를 그룹으로 묶어주면, 서로 사례를 공유하며 도움을 주고받는다.

또, 지난해 경인교대ㆍ인천대와 협의해 혁신교육 전공 대학원을 설립했다. 일부 대학원생에게 학비를 지원해주기도 한다. 지역 대학과 연계해 혁신교육을 배우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올해는 인하대ㆍ성공회대와도 협의 중이며, 학부에도 혁신교육의 흐름을 배울 수 있게 관련 수업 개설을 추진하고 있다.

박 장학사는 “국내 모든 혁신학교가 같은 모습이 되는 걸 경계해야한다. 지역 특색을 살려 인천만의 장점을 만들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3월 2일자로 시교육청 연수원 정책연수팀으로 발령받아 민주시민교육 관련 정책 추진을 돕는다. 행복배움학교 기틀을 닦은 그는 “행복배움학교 업무를 5년 넘게 담당했는데 이제 떠나니 아쉽기도 하다. 앞으로 연수원에서 학생자치ㆍ민주시민교육ㆍ노동인권교육 등 정책 연수를 진행하며 인천 교육 혁신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소감과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