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구하기 어려워하는 이웃들에게 나눠준 게 시작
친환경 천을 사용해 수작업 제작, 반응좋아 판매전환
코로나19가 끝난다면, 일회용 쓰레기 문제를 고민해야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마스크 대란이 일어나고 있다. 이때 마스크 대란을 극복하고 환경까지 생각하는 한 시민의 움직임이 돋보인다.

이동열 황해섬 네트워크 이사장은 2월 25일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오늘 제 아내가 운영 중인 퀼트학원에서 오가닉 천으로 만든 마스크를 만들어서 주위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있다”는 글을 게시했다. 오가닉 천으로 만든 여러 가지 디자인의 마스크를 찍은 사진도 함께 게시돼 있었다.

이동열 이사장이 직접 마스크를 착용한 사진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 SNS 갈무리 사진)

이동열 이사장은 지난 2일 <인천투데이>와의 통화로, 마스크를 만든 이유와 주변의 반응, 현재 상황 등을 이야기했다. 아래는 그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한 것이다.

수작업으로 만든 오가닉 천 마스크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 SNS 갈무리 사진)

마스크를 구하기 어려워 일회용 마스크도 여러 번 사용

천 마스크를 만들어 주변에 나눠주기 시작한 게 처음

코로나 사태 때문에 일회용 마스크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렇다고 쓰지 않자니 대중교통을 이용하거나 사람들이 많은 곳을 갈 때는 눈치가 보였다. 주변 이야기를 들어 보니, 마스크를 구하지 못한 분들은 일회용 마스크를 3번, 4번, 심하게는 일주일씩 사용하기도 한다고 했다.

아내가 퀼트 학원을 운영한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퀼트 학원도 잠시 문을 닫았다. 마침 아내의 학원에 일본인 퀼트 전문가가 와 있었다. 그분 이야기를 들어 보니, 일본에서는 각자 천 마스크를 갖고 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번 기회에 한번 만들어보자 싶어서 시작하게 됐다. 아내와 퀼트 강사 선생님들이 솜씨를 좀 부렸다.

천 마스크를 나눠주기 전에 의사들과도 이야기를 해봤다. 가스형태 바이러스라면 문제가 있지만, 침으로 전염되는 비말감염은 천 마스크로도 예방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타인과 접촉이 심하지 않은 사람들은 천 마스크로도 충분하다는 의견도 들었다. 또 재료가 좋아서 장기적으로 사용해도 건강에 문제없고 빨아서 쓸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반응이 너무 좋아 하루 100~200개 생산, 판매 전환

이니셜 박아달라고 요구하기도, 도성훈 교육감도 쓰고 다녀

마스크는 오가닉 천 두겹에 소창 한 겹을 덧대 3중 마스크로 제작한다. 처음 만들기 시작한 천 마스크는 모두 수작업으로 만들었다. 그때는 주변에 도움을 주고자 조금씩 만들어 나눠주기 시작한 거였는데, 이게 반응이 너무 좋았다. 자기 이름을 로고로 박아달라는 요청도 있었다.

마스크에는 이니셜도 새길 수 있다. (이동열 황해섬네트워크 이사장 SNS 갈무리 사진)

오가닉 천과 소창은 우연히 얻은 물량을 이용하고 있다. 오가닉 천은 일본에서 수입한 천을 사용하고 있다. 색은 누렇다. 국산은 표백이 돼 있는 경우가 많고 품질이 낮다. 아내가 운영하는 퀼트 학원에는 어린 아이들과 신생아 옷을 만드는 과정이 있었는데, 그때 사용하려고 사둔 천을 이용하고 있다.

소창도 전에 구해둔 물량을 이용하고 있다. 예전에 인천관광공사와 프로젝트를 하면서 소창으로 손수건을 만든 적이 있었다. 그때 10필 정도 구매해둔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걸 사용해 마스크를 제작하고 있다.

처음에는 무료로 나눠주기 시작했는데, 이게 입소문이 나더니 점점 물량이 늘어났다. 아내와 퀼트 강사님들 몇 분이 함께 만들고 있는데, 물량이 많아서 재봉틀 19대를 동원해 만들고 있다. 하루 100개~ 200개 정도 만드는 상황이다. 재료값을 포함해서 만 원에 판매하기 시작한 지 3일~4일 정도 됐다.

도성훈 교육감도 사용하고 있다. SNS에 천 마스크를 사용하는 사진을 올린 것을 봤다.

도성훈 교육감도 오가닉 천 마스크를 사용하고 있다. ( 도성훈 인천시 교육감 SNS 갈무리 사진)

코로나19도 언젠가는 끝날 것,

쓰레기가 될 일회용 마스크도 생각해야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천 마스크를 나눠주기 시작한 것도 맞지만, 이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유행도 언젠가는 끝이 날 것이다. 지금 많은 일회용 마스크가 소비되고 있는데, 코로나19 유행이 끝났을 때 소비된 일회용 마스크가 전부 쓰레기가 된다는 것도 생각해야 한다. 건강을 지키기 위해 환경을 해쳐서는 안 된다.

코로나19 유행이 끝났을 때를 생각하면, 일회용 쓰레기가 엄청나게 나올 것이다. 평상시의 몇 백배 수준이 될 수도 있다. 마냥 일회용 마스크만 쓰면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천 마스크를 처음 만들 때도 환경에 해가 되지 않는 재료를 골라 만들었다.

마스크를 만드는 데 들어가는 노동력과 재료값 때문에 지금 만 원을 받고 판매하고 있는데, 사실 판매가 목적이 아니다. 손재주가 좋은 사람들은 직접 만들어 써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환경도 지키고, 코로나19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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