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파 후손 부평미군기지 땅 소송 선고 임박
친일파 후손 부평미군기지 땅 소송 선고 임박
  • 한만송 기자
  • 승인 2005.07.13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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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7일 1심 선고 예정·정부 대응 미비로 결과 예측 불허

인천시민회의,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 촉구’ 의견서 제출 계획

 

친일파 송병준 후손에 의한 부평미군기지 땅 소유권 소송이 이 달 27일 선고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소송 담당자들이 국민들 정서에 벗어나는 발언을 하는 등 무책임한 모습을 보여 재판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지난 7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3민사부(이혁우 부장판사)에서 진행된 친일파 송병준 후손에 의한 ‘원인무효로 인한 소유권 등기 말소’ 재판에서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이 달 27일 1심 선고를 한다”고 밝혔다. 이로써 2003년 2월 시작된 재판은 2년 5개월만에 막바지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번 재판 결과는 결코 예상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송병준 후손인 송돈호 씨의 법정 대리인 이재훈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재판에 자신 있다. 우리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했으며, 향후 미군기지를 되찾고 그 주변(대림, 욱일아파트, 주안장로교회 일부 부지들)에 대해서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고민을 갖고 있다”며 승소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국방부 검찰단 소속 윤아무개 담당변호인은 “최선을 다했다. 법정에서 진의를 가리자”고 말한 뒤, “이기나 지나 사실 상관없다. 나는 내 업무를 할 뿐이다”며 이번 재판을 제3자의 입장으로 대하는 태도를 보여 충격을 주었다.

또 산림청 담당관인 김아무개씨 역시 “보직이 바뀐 지 얼마 되지 않아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사실 감을 못 잡고 있다”며 “솔직히 너무 어렵다”고 난처한 심정을 밝혔다. 실제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몇 차례 걸쳐 담당공무원이 바뀐 것으로 드러나 정부의 이번 소송 대응에 심각한 문제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이번 재판에 독립당사자로 참가하고 있는 애국지사 민영환의 후손 측 이종준 변호사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최소한 대한민국이 땅을 지키기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이번 재판이 단순한 땅 소송의 문제가 아님을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지난 4월 27일 재판에서 “사건은 땅의 소유권에 관한 것이지, 원고들의 선대가 일제 치하에서 무엇을 했는지를 가리는 법정이 아니”라는 입장을 밝혀, 재판부가 이씨의 주장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지 의문이다. 특히 지난 97년 서울고법 민사2부는 “친일파의 땅이라도 법률적 근거 없이 뺏을 수 없다”면서 원고인 이완용 후손의 손을 들어 준바 있어  국민들을 걱정스럽게 하고 있다.  

이종준 변호사는 국가기록원에서 찾아낸 1908년(명치 42년) 12월 15일 경성공소원(京城控訴院·지금의 서울고등법원의 해당) 판결문을 인용, 민영환의 장남 민범식의 대표자로서 친모인 박소사가 송병준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청구원에 “광무 10년(1906년) 2월경 항소인(=박소사)은 물건을 대금 3,000원으로 피항소인(=송병준)에게 매도한 것처럼 가장해 신문기(현재의 토지 등기부와 비슷한 역할)를 작성, 교부해 피항소인에게 그 보관을 위탁했으나 그 후에 보관을 위탁할 필요가 없다며 재판을 제기했다”고 기록돼 있다고 밝혀, 이 재판이 100년 전에도 똑같이 진행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이 변호사는 “국가기록원에는 예전 재판기록과 반민특위 조사 내용이 있다”며 “이 자료들을 취합하면 이 땅이 송병준의 땅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질 것”이라고 주장, 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민단체, “재판부의 현명한 판단 촉구” 의견 제출 계획

한편, 수십 차례의 집회와 674일 동안의 부평미군기지 구정문 앞 천막농성 등을 통해 2008년 반환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시민의 힘을 모았던 ‘우리땅부평미군기지되찾기및시민공원조성을위한 인천시민회’는 27일 예정된 선고를 앞두고, 재판부에 의견을 제출할 계획이다.

인천시민회의 한상욱 공동대표는 “잘못된 역사를 바로 잡지 못한 과거 문제로 인해 또다시 국민이 상처와 고통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서는 절대 안 된다”며 “재판부가 현명한 판단을 내릴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미군기지 주변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를 비롯해 부평지역의 시민사회단체, 나아가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의 연서명을 조직, 이러한 의견을 선고 예정일 일주일 전에 재판부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