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학교 밖 청소년 김예지 씨
“학업중단 아닌데, 부정적 인식 만들어”
“학교 밖 세상서, 쓸모 있다고 깨달아”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인천에 살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 김예지(21) 씨를 만났다. 김 씨는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를 그만뒀다. 그때부터 현재까지 연수구에 있는 학교 밖 청소년 지원 센터인 ‘꿈드림’을 다니며 본인이 하고 싶은 일들을 하고 있다.

인천의 학교 밖 청소년은 2018년 기준 2701명(초등학생 811명, 중학생 566명, 고등학생 1324명)으로 전체 학생 수 32만352명 중 0.8%를 차지했는데, 이 비율은 해마다 늘어가는 추세다. ‘청소년기본법’은 청소년 연령을 만 9세 이상 24세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학교 밖 청소년 김예지 씨.

교 밖 청소년은 학업중단 청소년이 아니다

김 씨는 학교를 그만둔 이후 계속 연수구 꿈드림을 다니고 있다. 꿈드림에 다니는 다른 친구들은 주로 검정고시와 자격증 시험 준비를 한다고 했다. 꿈드림은 검정고시와 자격증을 취득하는 과정을 지원하고 대학 입시 설명회도 진행한다.

꿈드림에서는 수업을 대부분 일 대 일 또는 6명 이하 소수정예로 잡아주니 더 편하다고 김 씨는 말했다. 학교에선 다수 학생을 모아놓고 강의식으로 가르치지만, 꿈드림에선 소수가 검정고시 과목 중 본인이 선택한 과목만 멘토와 함께 공부하니 더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다고 했다.

또, 꿈드림에서 학교 밖 청소년들은 본인들이 원하는 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한다. 사진ㆍ보드게임ㆍ바리스타ㆍ볼링ㆍ영화ㆍ공예 동아리 등, 다양한 동아리가 있다.

김 씨는 “학교에서 연계를 안 해주고 부모님이 반대해서 꿈드림을 다니지 않는 친구가 많다. 그러나 학교만큼 빡빡하지 않아 자유롭고 자격증 시험 준비 등 각종 지원도 해주니, 필요한 친구들이 이용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 씨가 참여한 연극 공연 장면.(사진제공ㆍ김예지)

학교 밖 세상에서 쓸모 있는 사람임을 깨닫다

김 씨는 2018년과 2019년에 인천 꿈드림 청소년단 연수구 대표로 활동하며 꿈드림 홍보방법을 논의하고 상징캐릭터를 제작했다. 또, 지난해 여성가족부 중앙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분야 정책을 제안했다.

김 씨는 정책을 제안하면서 특히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용어를 변경해야한다고 했다. 학교 밖이라는 것 자체가 학교라는 기준을 두고 청소년을 판단하므로, 용어 자체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학교 밖 청소년 대체용어로 세학청소년(세상이 학교인 청소년), 선청소년(먼저 사회에 발돋움한 청소년)을 생각하고 있다.

또, 김 씨는 학교를 나온 후 연극 쪽에 꿈이 있어 연극공부를 계속하고 있고 공연도 몇 번 했다. 학교에 있을 시간에 일해서 번 돈으로 여행도 다니고 연극 공연도 하면서 좋았다고 했다. 김 씨는 연극 ‘오두석의 귀가’, ‘친구가 되어줘!’, ‘마음의 노래’와 뮤지컬 ‘적금왕’ 공연에 참여했다.

김 씨는 “내가 꿈드림 대표자로서 활동하기도 하고, 학교 밖 청소년 관련 정책을 제안한 것을 정부에서 반영하니까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임을 느꼈다. 또, 내가 학교를 그만두고 연극이라는 꿈을 위해 공연도 하고 배우는 것처럼 학교 밖 청소년들은 사회에 나온 시기가 다를 뿐이다. 꼭 학교를 기준으로, 그 시기에 맞춰야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나와 비슷한 청소년들의 멘토가 되고 싶다

김 씨는 24세 이후에는 꿈드림에서 자신과 비슷한 청소년들을 가르치는 일을 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 친구들에게 본인이 해온 것처럼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바꿔나가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학교 밖 청소년으로 점심에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마다 ‘이 시간에 왜 청소년이 버스를 타지’라는 시선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어떤 친구는 점심에 버스를 타 카드를 찍으면 ‘청소년입니다’라는 말이 나오는데, 버스 운전기사가 ‘지금 이 시간에 학생이 있을 리 없는데 왜 학생 요금을 내고 타냐’라는 얘기를 하면, 그냥 성인 요금을 내고 타는 친구도 많다고 했다.

또, 학교 밖 청소년이 아르바이트를 구할 때 이력서에 ‘학교 중퇴’를 적으면, 부정적 선입견 때문에 알바를 구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 상황이 반복돼 트라우마를 가진 친구도 있다고 덧붙였다.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친구도 많은데, 알바를 하지 못하면 경제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고 했다.

학교 다니는 친구들은 무상급식을 지원받지만, 학교 밖 청소년은 급식 지원이 따로 없었다. 김 씨를 포함한 학교 밖 청소년들은 여성가족부와 연수구 주민참여예산에 관련 정책을 계속 제안했다. 이에 인천시는 올해부터 관내 꿈드림 9곳 청소년들에게 무상급식(한 끼 당 4000원 상당)을 제공하는 등, 학교 밖 청소년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김 씨는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가진 사람이 많다. 인식 개선에 가장 좋은 방법은 좋은 길로 가고 있는 학교 밖 청소년이 더 많아지고 노출되는 것이다. 내가 그 선례가 되고 싶다”라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해 여성가족부 중앙청소년참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교 밖 청소년 분야 정책을 제안했다.

청소년 선거권 연령 더 낮춰도 괜찮아

김 씨는 청소년이 선거권을 가져야한다고 생각했고, 지금 만 18세보다 연령기준을 더 낮춰도 괜찮다고 했다. 선거권이 있는 연령층을 위한 정책이 주로 나왔다. 그래서 청소년을 위한 정책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청소년 선거권이 꼭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교육감 선거는 청소년 교육과 직접 관련 있어, 선거 연령이 더 낮아져야한다고 했다.

김 씨는 애들이라서 모른다며 무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정치에 관심 있는 청소년이 많다고 했다. 청소년 중에서도 의회에 가입해 활동하는 친구들, 정치에 관심 있어 정치인이 되고 싶다는 친구도 많다고 했다. 학교를 다닐 때는 대통령선거 관련 얘기를 반에서 많이 했다고 했다.

이전에 청소년들끼리 대통령을 뽑아보는 모의투표도 해봤는데, 어른들의 투표 결과와 다르다고 했다.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청소년들이 투표에 참여하면 결과는 어떻게 될지 모른다고 했다.

김 씨는 “다른 계층을 지원하는 만큼 청소년 지원 정책이 나왔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청소년들의 선거권을 보장해야하고, 만18세보다 선거권 연령이 더 낮아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자취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제도도 개선하면 좋겠고, 고질적 문제인 학교폭력 문제도 개선되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