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최계철 참여예산센터 소장

[인천투데이] 주민이 지방정부 예산 편성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법으로 제도화된 것이 2011년부터이니 10년째로 접어들었다. 2005년에 주민 참여 절차를 마련해 시행할 수 있다는 권고 차원의 조항이 만들어졌다가 의무화되고 제도로 명시되기에 이른 것이다. 주민 참여 방법도 더욱 넓혀서 새 시행령에 추가할 계획인 것으로 안다.

이런 제도가 없던 시절에도 반상회나 간담회, 현장방문, 모니터 등으로 주민들의 건의사항을 듣는 시책이 지역마다 추진됐지만 사실 의무적이라기보다는 정책의지에 달린 것이었다. 주민 건의사항을 예산 사업과 비예산 사업으로 분류하고 단위가 큰 것은 숙원사업으로, 다수의 이해관계가 얽힌 사안은 다수인 관련 민원으로 관리했으며, 기초지자체들이 서로 연관된 것은 광역 민원으로 관리했다.

이제 예산 편성 과정을 포함한 전 과정에 주민 참여가 보장되고 지자체가 이를 반드시 이행하게 했다. 예산의 전 과정이란 재정 계획 단계인 지방재정영향평가, 중기지방재정계획수립, 투융자심사를 비롯해 예산 편성, 집행, 결산, 재정 분석, 환류를 모두 아우른다. 주민참여예산제도의 골자는 이 과정에 주민을 참여시키고 지자체장은 그 과정에서 나온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다. 이 제도에 정해진 모델은 없으며 주민 의견을 반영하는 것이 의무화돼있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활성화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예산 편성은 전통적으로 공무원들의 권한이지만 주민들이 참여해 주민들 스스로 편성하는 것이 브라질에서 시작한 주민참여예산의 취지였다. 포르투알레그리라는 도시에 정치적 기반이 약한 시장이 당선돼 예산 편성의 어려움을 겪자 이럴 바에야 시민들에게 예산 편성을 맡기자는 것이었는데, 이게 점차 세계적으로 확산됐다.

현재 한국의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통해 배정된 주민참여예산을 공론화 과정을 거쳐 주민 스스로 결정하는 것으로만 이해되고 있는데, 이는 제도의 일부분이다. 인천형 주민참여산제도는 지원기구인 주민참여예산지원센터를 중심으로 이뤄져야할 것이다. 지원센터에서 주민 교육과 주민 참여 기법을 연구하고 확산시켜야한다. 공무원들의 개입을 최소화하며, 이런 과정을 통해 공정하게 결정된 의견을 지자체장은 최대한 반영해야한다. 이것이 지방분권이며 주민자치이다.

주민 참여 활동을 역량 있는 단체가 이끌어 가는 것은 어느 정도 불가피하다. 개개의 주민을 조직화하는 것은 정당이나 단체다. 공정하고 능력 있는 시민단체가 앞장서지 않으면 활성화 될 수 없을 것이다.

주민이 참여해 편성할 수 있는 예산 규모를 늘리는 게 최선이 아니다. 예산의 전 과정에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 다양한 수단으로 의견을 내게 하고 그 의견을 수렴하는 공식적 절차를 마련해야한다. 예산 관련 정책을 결정하고 심의하는 각종 위원회에 시민모니터단이 배석하는 것만으로도 예산의 과정이 한층 민주화될 것으로 본다. 예산 감시활동을 포함해 주요 사업 현장을 시민들이 직접 확인하고 진행 상황을 지켜볼 수 있게 하는 것도 예산 집행에 참여하는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다.

예산 과정을 비롯해 행정에 주민들이 참여하는 것은 앞으로 더 확대될 것이다. 공무원들은 귀찮아할 일이지만 세상이 그리 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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