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이규승 강화경찰서 선원파출소 경위
경찰 직장협의회 6월 11일 시행…전국 준비위 부위원장 맡아
“관계 법령 독소 조항 개정해야…친목계나 하라는 것인가?”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경찰 직장협의회(이하 직협)가 올해 출범할 예정이다. 공무원은 법률로 인정한 자를 제외하고 노동조합 설립과 가입뿐만 아니라 쟁의행위가 금지돼있다. 또, 국가에 영향을 미치는 사업체 노동자는 단체행동권이 인정되지 않는 등, 노동기본권을 제한받고 있다.

공무원도 노동자다. 하지만 ‘공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현장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기 힘들다. 또, 위계질서가 엄격한 ‘계급’조직에서는 상명하복이 업무를 이끌어가는 방식이기 때문에 더욱 힘들다.

‘공무원 직장협의회법 개정안’이 지난해 11월 1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공무원도 노동기본권을 보장해줘야 한다는 필요성이 오랫동안 제기된 결과다.

관련 제도가 마련되니 다행이라 할 수 있지만, 첫술에 배부르지 않듯 갈 길이 멀어 보인다. 공무원노조 성격의 직협은 단결권과 단체교섭권이 제한되고, 단체행동권은 없기 때문이다.

법률 개정으로 각 분야 공무원 직협은 6월 11일 이후 설립과 동시에 활동할 수 있다. 경찰청에서도 이를 준비하고 있다. 2018년부터 경찰청 안에 ‘현장활력회의’라는 조직이 생겼다.

전국 경찰 직협 준비위원회 부위원장이면서 인천지방경찰청 직협 준비위원장을 맡은 이규승 경위(강화경찰서 선원파출소 근무)를 만나 직협 설립 준비과정과 제도상 개선해야할 점 등을 알아봤다.

이규승(경위) 인천경찰청 직장협의회 준비위원회 위원장.

공무원직장협의회 개정안 통과에 눈물 흘려

“지난해 법률이 통과될 때 눈물이 났다. 3년 전부터 노력했던 직협 논의가 결실을 본다고 생각하니 만감이 교차했다. 이채익ㆍ권은희ㆍ진선미 의원 등이 도와줬다. 6월 1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현장의 목소리를 담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

2018년 경찰청에 직협 예비단계로 현장활력회의가 생겼다. 각 경찰서에서 만들어 운영하라고 했는데, 경찰서별로 지휘관의 성향과 의지 등에 따라 온도 차가 있다. 직원들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이는 것은 전적으로 지휘관의 성향과 의지에 달려있다고 할 수 있다.

“직협에 단체행동권은 없다. 노조라고 할 수 없다. 같은 선상에서 출발한 것인데, 특수한 관계에서 제약을 많이 뒀다. 사실상 노조의 꽃은 단체행동권이다. 직원들이 함께 힘을 낼 수 없다는 점에서 아쉬운데, 직협을 구성할 수 있는 것도 엄청난 변화다.”

이규승 경위는 직협 설립에 앞서 현장활력회의가 있는 것만 해도 지휘관들이 직원들을 대화상대로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 전에는 말단은 물론 중간관리자도 목소리를 내기 힘들었다고 했다.

“인천 경찰은 대략 8000명이다. 지역 경찰서와 인천지청, 공항까지 합해 기관이 12개 있다. 전국으로 따지면 경찰서가 255개다. 직협을 준비하면서 각 현장활력회의 대표들이 워크숍도 진행했다. 그 중에 19명이 전국 직협 준비위 집행부를 구성하고 있다. 전국 직협 준비위장은 경남 사천경찰서 강대일 경위가 맡고 있다.”

전국 경찰 직협 출범까지 4개월이 남았다. 그런데 여러 가지가 준비위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직협 가입 대상을 어디까지 인정하느냐가 최대 이슈다.

직협은 노조 성격, 하지만 노동3권 심각히 제한

“경찰 조직은 계급 11개로 나뉘어있다. 일반 공무원들과 달리 촘촘하게 구분돼있는데, 문제는 법률에서 정한 직협 가입 대상자가 6급 이하라는 것이다. 경찰 조직에서 6급은 경감에 해당한다. 경감은 지구대장 또는 파출소장이다. 사실상 지휘관 역할을 하는데, 직협 가입 가부는 아직도 결론 내지 못했다.”

이규승 경위는 일반 공무원과 경찰 공무원 조직체계가 다른데, 법률이 이러한 현실과 괴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관련 법 시행령에는 단결권과 단체교섭권도 제한했다. 예를 들어 인천경찰청 소속 강화ㆍ중부ㆍ서부경찰서 직협은 서로 연대하지 못하게 했다. 단체교섭도 경찰서별로 하게 했다. 경찰청 직협도 연대할 수 없다. 사실상 경찰서장이 직협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으면, 현장 목소리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문제가 발생한다.”

시행령에 제한을 과도하게 해놨다는 것이다. 단체행동권도 없기 때문에 요구사항은 경찰서장과 타협 등으로 관철해야한다. 요구를 쟁취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서장이 직원들의 요구를 들어주겠다고 약속한 뒤, 그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도 아무런 책임이 없다. 벌칙이 없다. 그냥 ‘서장 맘대로’가 되는 것이다. 이것은 그냥 친목계나 만들라는 것밖에 안 된다.”

게다가 경찰서별로 직협 활동을 해야 한다. 다른 경찰서 직협과 연대할 수 없다. 인천경찰청 소속 경찰서 12개 직협이 한 목소리를 낼 수 없다.

“문제는 더 있다. 수사ㆍ기밀ㆍ보안 등의 부서는 직협에 가입할 수 없다. 수사 쪽만 40%에 해당한다. 일반 행정공무원 중심으로 제도를 구성했는데, 이는 경찰에겐 독소 조항이다.”

이규승 경위는 작심한 듯 직협 구성 관련 문제를 나열했다. 더 심각한 문제도 있다. 직협 활동을 일과시간에 할 수 없게 한 것이다.

“가입도 제한적이고, 경찰서들이 서로 연대도 못해, 단체행동도 못해, 하물며 일과시간 직협 활동을 금지했다. 현장에서 교대근무로 일하는 사람들은 사실상 직협 활동을 못하게 한 것이나 다름없다.”

강화경찰서 선원파출소.

현장요구 실현 여부 경찰서장이 좌우…“시행령 개정해야”

이규승 경위는 첫 술에 배부를 순 없지만, 시작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지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급히 개정해야할 부분이 많은데, 행정안전부가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고 했다.

“경찰서에 근무하는 사람이 1000명이라고 하면, 과반수는 파출소 등 현장에서 교대근무를 한다. 주간과 야간을 교차하면서 근무를 선다.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다. 행안부가 현장 목소리를 적극 수용하길 바란다.”

직협 출범이 얼마 남지 않아, 이규승 경위는 바쁜 나날을 보낸다고 했다. 인천지역 각 경찰서 직협 준비위가 자신을 초빙해 준비사항 등을 자문하는데, 근무시간에 할 수 없기 때문에 비번일 때 시간을 쪼개 도와주고 있다고 했다.

“6월에 시행되면, 직협의 첫 일성은 ‘경위 8년차 경감 근속 승진’ 요구다. 경위로 정년을 맞이하는 사람이 많다. 나는 정년이 4년 남았다. 순경부터 시작해 강력계에서 주로 일했다. 현장에서 잔뼈가 굵었다. 30여 년 근무하고도 경감 승진은 하늘의 별따기다.”

이 경위는 직협이 시행되면 두 번째로 일반직과 공안직 기본급 체계를 균형 있게 맞추는 것을 요구할 것이라고 했다. 예를 들어 법원 청원경찰은 공안직이다. 파출소 경찰은 일반직인데, 기본급 차이가 상당하다.

“공안직과 일반직은 기본급에서 20만 원이나 차이가 난다. 오래 일할수록 차이는 더 벌어지고, 나중에 연금 차이도 50만 원 이상 나게 된다. 이는 군인정치 시절의 산물이다. 실내근무를 현장근무보다 더 우대한다면 누가 자긍심을 가지겠나.”

그는 하급 경찰들은 그동안 말도 못했으며, 경찰대 출신, 이른바 ‘꽃길’을 걸은 사람들은 현장 직원들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했다.

경찰대 또는 간부후보생은 군대를 안 간다. 교육받을 때 매달 20만 원씩 장학금도 받는다. 해외연수도 간다. 제복과 의식주도 해결해준다. 졸업하면 바로 경위로 입문한다. 순경부터 한 사람은 보통 현장에서 30년 일해야 경위로 진급할 수 있다.

“처음부터 간부로 들어온 직원은 하급 직원 배려나 대우에 신경 쓰지 않는다. 그들의 행태는 위를 향해 있다. 경찰이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동안 정치경찰 문제가 있지 않았나. 변화해야한다.”

이 경위는 직협 세 번째 요구사항으로 초과근무수당과 주말 특근수당 등 현실화를 꼽았다.

“초과근무수당으로 1시간에 2000원 받는다. 나는 강력계에도 오래 있었다. 주 52시간 보장한다고 하는데, 꿈같은 일이다. 실제로 계산하면 130시간 이상 일할 때도 많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충성해야하지만, 그렇다고 죽어라 일만 하라고 강요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이규승 경위는 비상이 걸려 현장으로 출동했다.

“변화의 시기, 후배들에게 든든한 형 되겠다”

이 경위는 정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후배들에게 좋은 근무 환경과 조건을 만들어주고 싶다고 했다. 직협 준비위를 하면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하는데, 처음부터 작정하고 후배들을 위해 일을 준비했다고 했다.

“후배들을 위한다고 생각하면 눈치 보는 상황에서도 자긍심과 만족감이 생긴다. 하위직은 너무 억눌려 있었다.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는 것도 얼마 전부터다. ‘감히 누가 직언하고 문제점을 말할까’에서, 지금은 ‘게시판에 글 올리면 댓글도 달린다. 나는 서장께 직언도 서슴지 않는다’로 분위기가 서서히 바뀌고 있다.”

그는 순경으로 시작한 경찰을 ‘토종’이라고 표현했다. ‘토종’은 우리나라 경찰 인력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이들이 내는 목소리가 더욱 커지는 게 ‘민중의 지팡이’라는 경찰조직이 발전하는 길 아닐까. 이 경위는 인터뷰 마지막에 이런 말을 남겼다.

“게시판에 글을 올리거나 직협 활동을 할 때 후배들이 힘을 준다. 대놓고 말은 못하지만 조용히 휴대전화로 문자를 주기도 한다. 감사하다고 한다. 선배님 힘내시라고 한다. 이를 볼 때 가슴이 뭉클하다. 얼마나 목소리를 내고 싶었겠나. 변화의 시점이다. 지켜봐 달라.”

인터뷰가 끝나자마자 선원파출소에 비상이 걸렸다. 이 경위는 빠르게 순찰차에 몸을 실었다. 뒤도 돌아볼 새 없이 바로 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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