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노조 “작업 없어지자 힘든 공정 배치, 퇴사 종용”
산재 신청하고 정규직 노조와 공동대응 예정

[인천투데이 장호영 기자] 한국지엠 비정규직 여성노동자가 여성이 할 수 없는 공정에 배치받는 등 사실 상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는 호소글을 한국지엠 부평공장 내 게시해 파문이 일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에 따르면, 2014년 11월부터 부평공장에서 2차 하청업체 소속으로 근무하고 있는 박옥이(56)씨는 부평1공장에서 차량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랩가드’를 씌우는 일을 했다.

박옥이 씨가 최근 한국지엠 부평공장 작업장에 게시한 호소문.(제공 금속노조 한국지엠 부평비정규직지회)

그런데 부평1공장에서 생산하는 신차 ‘트레이블레이저’에는 랩가드를 씌우지 않으면서 지난달 17일부터 박 씨는 범퍼장으로 전환배치됐다. 하청업체는 랩가드 일이 없어지면서 박 씨 등 4명을 범퍼장을 전환배치했는데, 2명은 회사를 그만두고 1명은 일을 하다 못 버티고 그만뒀다. 하지만, 생계가 급했던 박 씨는 일을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범퍼장에서 해야하는 작업은 15㎏ 넘는 범퍼를 작업대로 옮긴 후 센서와 주행등 같은 장치들을 다는 것으로 남성 노동자들에게도 쉽지 않은 일이었다. 때문에 일을 시작한 박 씨는 하루 만에 앓아 누을 수 밖에 없었다.

업체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시켜달라”고 항의했지만, 회사는 원하는 공정이 있으면 같이 일하는 작업자 40명에게 직접 동의서명을 받아오라고 했다. 사실 상 일을 그만두라는 압박이나 다름없었다.

몸이 아파 병원을 다니면서도 버티던 박 씨는 부평비정규직지회에 도움을 청한 뒤 부평공장 작업장 내에 자신의 심경을 담은 글을 게시했다.

“정말 아파서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회사가 시키는 대로 했는데 제 몸이 못 버팁니다. 다른 사람들 피해 주는 것 같아 미안합니다. 근데 손가락과 손목, 허리가 너무 아픕니다. 할 수 없는 걸 시키면서 못 할 거면 집에 가랍니다. 면담하자면서 40명 작업자 사인 싹 다 받아 오면 원하는 것 해 주겠답니다. 바라는 것 없습니다. 할 수 있는 것 시켜 주면 열심히 하겠습니다. 랩가드 없어진 거 제 잘못도 아니고 회사가 배려해 줄 수 있을 텐데 그렇게 어려운 부탁입니까?”

임권수 부평비정규직지회장은 “공정을 없애면서 정리해고는 어려우니 힘든 공정으로 보내 퇴사를 종용하는 꼼수로 이는 ‘직장 내 괴롭힘’이다”며 “지난 19일 사측을 만났지만 사측은 ‘힘들면 뭐하러 나오나 빨리 산재 신청해라, 전환 배치는 안된다’는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산재 신청을 하는 등 법적으로 대응하고, 정규직 노조인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와도 공동대응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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