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정미사업 보여주는 산업유산, 주명기 정미소
인천시, “이미 철거 예정, 사유재산이라 어쩔 수 없어”

[인천투데이 이보렴 기자] 인천시가 근대건축자산으로 조사한 주명기 정미소 관련 건물을 철거할 예정이다. 전문가 자문을 통해 보존의견을 받았음에도 철거방지에 대한 노력이 뒤따르지 않고 있다.

시는 지난 18일 인천 중구 서해대로 494번길에 있는 주명기 정미소 건물을 철거하고 요양원을 세우겠다는 요청에 따라 건축자산의 보존·철거 자문을 서면으로 받았다. 민간사업자가 정미소 터를 포함, 주변 필지를 매입해 지하 2층, 지상 12층 규모 요양병원을 세운다는 것이다. 현재 요양병원 건축을 위한 건축허가가 신청된 상태다.

현재 남아있는 주명기 정미소 부속건물. 현재는 경동교회 교육관으로 이용되고 있다. (네이버 지도 로드뷰 갈무리 사진)

정미소 본관 건물은 이미 오래전 철거됐고, 현재는 정미소 부속 건물만 남아있다. 이 정미소 부속건물은 현재 경동교회 교육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시 건축자산 보고서에 따르면 1930년대 건물이다. 당시 건축자산 연구 위원들이 정미소와 관련된 건물로 보고 가치가 있다고 판단해 근대건축자산으로 등록됐다. 이에 대해 시 건축계획과 관계자는 “건축허가가 신청되면 대부분 철거되는 게 수순”이라며 이미 철거가 결정됐다는 태도다.

과거 인천 중구 일대에는 정미소가 많이 들어섰다. 항구와 철로가 가깝고 일본으로 미곡을 운반하기 편리했기 때문이다. 주명기 정미소는 인천의 ‘주명기’라는 인물이 운영했던 정미소다. 주명기는 당시 인천의 대지주였으며, 정미사업이 한창일 때는 미상조합상을 지내기도 했다.

시는 지난해 12월, 인하대학교에 연구용역을 맡겨 인천에 있는 근대건축자산을 조사했다.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을 보면, ‘건축자산’이란 현재와 미래에 유효한 사회적·경제적·경관적 가치를 지닌 것이다.

또 ‘한옥 등 건축자산의 진흥에 관한 법률’ 3조에 따르면, ‘지자체는 건축자산의 진흥을 위한 시책을 수립하고, 그 추진에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또 건축자산의 소유자 혹은 관리자는 건축자산을 보전하고 발전시킬 수 있게 건축자산의 유지와 관리에 노력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는 건축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시는 이미 주명기 정미소 관련 건물은 철거가 예정됐다며 어쩔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 건축계획과 관계자는 “시 건축자산 조사가 마무리된 것은 지난해 말이며, 주명기 정미소 터를 매입해 요양병원을 세우는 사업은 건축자산 조사 이전에 이미 허가가 난 상태였다”고 했다. 이어 “사실상 사유재산이라 철거를 하지 말라고 강제할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따라서 철거된 이후 기록을 남길지 등에 대해 자문을 받은 것 뿐”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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