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년 된 노후주택에 수급자ㆍ노인 21가구 살아
내벽 갈라지고 하수도 역류로 장판 밑 물 흥건

[인천투데이 이서인 기자] “집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지고 장판 밑에 물이 흥건한데, 돈 없어서 지하 사는 것이 죄인가 하는 생각도 한다.”

인천 연수구 청학동 대명주택 4동 지하층에 사는 장덕순(69) 씨의 얘기다. 대명주택은 1993년에 지어졌으며, 현재 2~5동 건물에 21가구가 살고 있다. 노후주택이라 집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기초생활수급자와 노인이 주로 거주하고 있다.

하수도관 역류로 장판 밑에 물이 고여 곰팡이가 폈다.

장 씨는 건물 전체가 연결돼있는 하수도관이 막혀서 역류하면 그 피해가 고스란히 지하층 주민들에게 온다고 했다. 최근에는 3일간 하수도관이 두 번 막혔으며, 이 주택을 처음 지을 때 좁은 하수도관을 쓴 게 그 원인이라고 했다. 실제로 바닥 장판을 들어보니 물이 흥건했고, 장판 위로는 거뭇거뭇한 곰팡이가 펴있었다. 2년 전에 벽지와 장판을 새로 시공했지만, 하수도관 역류로 물이 바닥과 천장에 흘러 이미 벽은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천장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 그 옆에 있는 콘센트가 합선돼 툭툭 소리가 나면 큰일 날 것 같아 무섭다. 하수도관이 자꾸 막혀 역류할까봐 빨래도 5일마다 근처 빨래방에서 한다. 현재 연수구(구청장 고남석)에 공사비용 지원을 신청했는데, 이것마저 안 돼 하수도관 공사를 못하면 밖에서 텐트라도 치고 지내고 싶은 심정이다.”

다른 지하층 주민 김모(48) 씨는 천장에 균열이 생기고 철근이 내려오는 게 너무 위험하다고 했다. 실제로 건물과 집안 천장 곳곳에 균열이 생기고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수인선 지하철이 지나갈 때 진동이 그대로 느껴지고, 벽 시공재 조각이 떨어진다. 또, 집 천장 부분인 도로가 자꾸 푹 꺼지는데, 그럴 때마다 집이 무너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걱정을 한다.”

집 천장에서 콘크리트 조각이 떨어져 철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대명주택은 원래 다섯 동이 있었지만, 1동은 물이 너무 차올라 2018년에 아예 허물어버렸다.

2013년부터 이 주택에 살고 있는 박순규(65) 씨는 “건물 전체 하수도관이 연결돼있어, 한 번 막히면 모든 주민이 피해를 보니 주민들 간 고성이 오가기도 한다”라며 “단순히 막힌 하수도관을 뚫는 공사보다 근본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명주택 건물 벽 곳곳이 갈라진 게 눈에 들어왔다. 가장 안전해야하는 집이라는 공간이 이 곳 주민들에게는 위험하고 불안한 공간이 됐다. 한 주민은 ‘돈이 없어 그저 생존하는 것뿐’이라고 했다. 최소한의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

건물 벽에 금이 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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