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대치상황 설정 시대착오적, 박근혜 시절 상정돼 지난해 통과
관할 군부대가 어민 통제, 위반 시 최대 징역 1년
“군사정권 시절에도 없던 법, 반드시 철회해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올해 8월 시행 예정인 어선안전조업법이 안전을 핑계로 어업활동을 지나치게 규제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남북대치 상황을 설정해 어민들이 군 통제를 받고, 이를 어길 시 최대 징역 1년의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어 시대착오적이라는 지적이다.

서해5도 어민들은 한반도기를 어선에 게양하고 조업을 진행하는 모습.

어선안전조업법은 박근혜 정부 시절인 지난 2016년 미래통합당(당시 새누리당) 유기준(부산 서구·동구) 의원이 대표발의했다. 유 의원은 서해5도가 남북 대치상황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 등으로 사고위험이 상존하다며 법안 제안 이유를 밝혔다. 이 법안은 약 3년간 국회에 계류돼 있다가 지난해 4월 제367회 국회 임시회에서 통과됐다.

어선안전법에 따르면, 어선은 서해 북방한계선과 맞닿은 접경지역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어장은 관할 군부대장이 통제한다. 이를 어기고 조업한계선을 넘어 조업·항행을 하거나 통제를 불응한 자는 징역 1년 이하 또는 벌금 1000만 원 이하에 처하는 게 법안의 골자다.

또한 조업어선 종업원의 실수로 조업한계선을 넘어도, 어선이 소속된 법인이나 개인에게 벌금을 부과해 처벌이 과하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엉뚱하게도 지난 박근혜 정권, 남북관계가 경색국면이던 상황에서 상정된 법안이 주요내용은 수정되지도 않고 지난해 국회를 통과했다.

지난해 4월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소위 제1차 회의에서도 이 같은 사안은 논란이 됐다. 당시 손금주(민주, 전남 나주화순) 의원은 “어민을 보호하겠다는 제정법을 만들면서 어민들을 형사처벌 하는 규정을 꼭 넣어야 하느냐”, “앞으로 남북공동어로구역이 제정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 북방한계선(NLL)을 경계로 어민들을 처벌하겠다는 것이냐”고 김양수 해양수산부 차관에게 질의했다.

이에 김 차관은 “모든 행정처분을 그렇게 하겠다는 게 아니다. 아주 특수한 경우만 형사처벌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또한 경대수(미래통합, 충북 증평진천음성) 의원은 “특정 해역에서 월선하는 어선이 생길 경우, 규정을 준수한 대다수 어민의 어로작업에 오히려 방해된다는 측면에서 처벌조항은 필요하다”며 법안의 내용을 옹호했다. 이에 손 의원은 “해양수산부 차원에서 법안이 오남용되지 않도록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고, 법안은 통과됐다.

이 같은 법안은 문재인 정부 들어 남북정상회담에 따른 서해평화수역 조성을 위한 조치와도 전면 배치된다. 지난해 2월 해양수산부는 여의도 면적의 84배 정도로 서해5도 어장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1964년부터 금지된 야간조업도 55년 만에 일출 전과 일몰 후, 각 30분씩 총 1시간 허용키로 했다.

지난 1월 국방부는 접경지역을 우선으로 여의도 26배에 달하는 면적의 군사시설 보호구역을 해제했다. 육지는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해소하고 재산권을 보장하는 추세지만, 어민들의 생존권은 더욱 옥죄는 상황이다.

박태원 서해5도평화운동본부 상임대표는 “과거 군사정권 시절에도 군 통제 속에 어민들을 직접 형사처벌 하는 법은 없었다. 이와 관련해 주민들을 상대로 공청회를 개최하지도 않았다”며 “구시대적인 발상으로 서해5도를 안보적으로 옭아매려는 정책이다. 반드시 철회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저작권자 © 인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