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 뮤지션 어쿠스틱 듀오 ‘경인고속도로’
생활 어렵지만 무대 떠날 수 없어…애증의 대상
인천 공연장 많아지길 희망…올해 앨범작업 계획

[인천투데이 류병희 기자] 어둠이 내렸다. 인천 부평 도심에는 막바지 한파가 저녁 어스름과 함께 밀려왔다. 부평구청 건너편 굴포천 먹거리타운 초입, 찬바람에 옷깃을 여민 사람 한두 명씩 간혹 지나갔다.

2월 첫날 이곳에 있는 ‘락캠프’를 찾았다. 주말 라이브 공연이 펼쳐지는 락캠프는 인천 밴드 뮤지션들에게는 성지와 같은 곳이다. 정유천 인천밴드연합회장이 운영한다. 이날 락캠프에서 어쿠스틱 듀오 ‘경인고속도로’가 라이브 공연을 하기로 했다.

공연 전 인터뷰를 할 요량으로 가게 문을 열기도 전에 서둘러왔다. 찬바람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이, 저 멀리에서 훤칠한 외모의 남자 한 명이 다가왔다.

“혹시 신용남 씨 아닌가요?”

신 씨는 멋쩍게 웃음을 지으며 인사했다. 어색한 대화가 이어지는 가운데 락캠프 문이 열려 안으로 들어갔다. 신 씨와 차를 마시다보니 ‘경인고속도’로 멤버 김정기 씨도 도착했다.

어쿠스틱 듀오 ‘경인고속도로’는 2016년 결성해 인천을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하고 있다.

밴드 해체 후 홀로서기 준비하다 의기투합

‘경인고속도로’는 신용남ㆍ김정기 씨가 각자 락 밴드 활동을 하다가 2016년 결성한 어쿠스틱 밴드다. 신 씨는 2008년 결성한 ‘글루미써티스’에서, 김 씨는 2012년 결성한 ‘카멜라이즈’에서 각각 활동하다가 공교롭게도 2015년 두 밴드가 해체되면서 자연스럽게 의기투합했다.

“우리는 여기 락캠프에서 처음 만났다. 2013년부터로 기억하는데, 락캠프에서 각자 공연을 하다가 밴드들끼리도 친하고 해서 자연스럽게 만났다. 그리고 80년생 동갑이어서 공감대도 있고, 밴드 해체의 아픔도 있고, 진로 걱정도 있어서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신 씨와 김 씨는 락 밴드 활동시절 모두 보컬을 맡았다. 락 보컬의 무대 퍼포먼스와 사운드를 내야 어울리는 목소리를 가졌다. ‘경인고속도로’는 통기타 사운드이지만 락 밴드에서 낼 수 있는 느낌을 이들의 목소리에서 느낄 수 있다.

“밴드 해체하고 사실 두 팀에서 두 명씩 총 4명이 ‘컨티뉴 나인’이라는 밴드를 결성했는데, 락캠프에서 처음이자 마지막 공연을 하고 헤어졌다. 이어 홀로서기를 준비하다가 혼자 찬바람 맞기 무서웠다.(웃음) 벌써 5년차가 됐다.”

락 밴드를 하다가 어쿠스틱 듀오로 바뀌면서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고 했다. 장비가 간소화 되고 어디서든 간편하게 공연할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무조건 락 음악을 고집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둘 다 큰 사운드에서 하던 버릇이 있어서 처음에는 오버해서 공연하고 그랬다.(웃음) 초창기에는 세상에 혼자 남아있는 것처럼 많이 위축돼있었다. 지금은 서로 의지하면서 락 보컬의 강점은 살리고, 사운드와 퍼포먼스는 좀 줄이면서 서서히 자리 잡은 것 같다.”

경인고속도로 신용남 씨
경인고속도로 김정기 씨

음악은 결국 소통, 음악이 휴식처 될 수 있길

인천 출신인 신 씨는 고등학교 때 막연히 음악활동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다가 대학을 영상음악과로 진학했다. 군 제대 후 창작활동의 매력이 크게 다가와 본격적으로 나섰다.

“복학 후 컴퓨터로 음악작업을 하다가 곡을 하나 완성했다. 창작의 희열이 느껴졌다. 세상에 없는 음악을 만든다는 희열을 느꼈다. 이후 학교 중심으로 음악활동을 하다가 ‘글루미써티스’라는 밴드 활동으로 사회생활을 하게 됐다.”

서울 출신인 김 씨도 고등학교 때부터 음악활동을 시작하고 대학에서도 음악을 전공했다. 졸업 후에는 노래방 음악을 만드는 회사에 취직해 서른 살까지 “월급쟁이”를 했다.

“대학 졸업 후 노래방 회사에서 사회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직업병인 것 같은데 허리 디스크 수술을 하게 됐다. 병실에 있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 많이 했다. 정신적으로 피폐한 회사 생활을 과감히 정리하기로 했다. 서른 살 넘어 밴드 활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랜드마크’라는 밴드에 있었고, 음원도 냈다. 나중에 ‘카멜라이즈’에 합류했다.”

이들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은 사회생활을 했는데, 김 씨가 회사 생활을 하다가 밴드활동을 선택하는 데 힘들지 않았을까. 이들의 인연은 2013년 락캠프에서 이어졌다. ‘경인고속도로’ 밴드 명칭 의미가 궁금했다. 신 씨가 입을 열었다.

“나는 인천에 살고, 당시 정기는 서울에 살고 있었다. 서울과 인천을 연결하는 경인고속도로는 휴게소가 없다. 밴드명은 음악으로 휴게소와 같은 역할을 하면 어떨까 하는 의미에서 지었다. 지역과 지역을 잇는, 소통의 의미도 있다. 음악은 결국 소통 아닌가.”

언뜻 들어보면 단순한 밴드명이다. 촌스럽게도 느껴진다. 하지만 진심은 통한다고. 이들은 음악에 있어서는 매우 진지한 자세를 가졌다. 장난스럽지만 삶의 한 부분으로서 애증이 느껴졌다.

신용남 씨는 최근 JTBC ‘슈가맨’에 출연해 화제의 인물이 된 적 있다.

‘슈가맨’ 출연, ‘추노’ 삽입곡으로 잠깐 이슈

‘경인고속도로’는 2016년 제2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에 출전했다. ‘낙화’라는 곡으로 시민들에게 호응을 얻었다. 신 씨는 제1회 대회에도 출전한 경력이 있다. 신 씨가 입을 열었다.

“평화창작가요제를 처음 시작할 때인 2015년에 활동하던 ‘글루미써티스’로 출전했다. 불행하게도 예선에서 탈락했다. 이유는 당시 음원이 발표된 곡으로 출전했는데, 규정상 가요제에 나갈 수 없다고 해서 그런 것이었다.”

신 씨는 밴드 해체 후 김 씨와 ‘경인고속도로’로 다시 출전했다. ‘낙화’라는 곡은 김 씨가 만들었다. 김 씨가 말을 이었다.

“‘낙화’는 세상의 모든 이별에 관한 아쉬움을 표현한 곡이다. 가족과 친구, 연인, 하물며 반려동물까지도, 자연스러운 이별이 아니라 전쟁이나 재해 등의 이유로 강제 이별해야하는 상황을 벗어나보자.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라는 의미를 담아 만들었다.”

첫 자작곡 ‘낙화’는 장려상을 받았다. ‘봄이 끝나가는 그날의 / 하나 남은 계절 속에서 / 귓가에 우는 바람의 길을 걸어요’로 시작하는 가사가 귓가에 맴돌았다. 가사의 끝말은 ‘서로 마주 보며 손잡고 / 다신 눈물 없는 곳에서 / 눈부신 햇살 가득한 들판 걸어요’로 여운을 남긴다.

신 씨는 최근 JTBC 예능프로그램 ‘슈가맨’에 출연해 이슈 인물이 된 적이 있다. 드라마 ‘추노’의 시그널 음악 ‘바꿔’를 불러 화제를 모았고, ‘얼굴 없는’ 밴드로 당시 ‘추노’ 하면 생각나는 노래로 인기를 얻었다.

“글루미써티스 멤버 중 키보드를 맡은 김종천 씨가 만든 곡이다. 드라마 음악 작곡가로 활동해 3곡 정도를 밴드에서 연주했다. 드라마 ‘그저 바라보다가’에서는 ‘낮에 뜨는 별’, 드라마 ‘전우’에서는 ‘레퀘엠 솔져’라는 곡을 불렀다.”

신 씨는 ‘슈가맨’에 나가게 된 것은 드라마가 종영된 지 10년이 지난 후였다고 했다.

“어느 날 제작진에서 연락이 왔다. 밴드 해체 후 상황이라 다른 사람들에게 물어봤더니 다들 고사해서 나만 나갔다. 방송 후 연락 없던 지인들에게서 연락이 쏟아졌다. 그런데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다. ‘경인고속도로’ 활동에는 영향이 없다”

‘경인고속도로’는 어쿠스틱 밴드지만, 락 밴드처럼 밀도가 높고 무거운 사운드를 구사하고 보컬이 매력적이다.

천에 음악활동 공간 보다 많아졌으면

신 씨는 방송 출연 덕을 크게 보지 못했다. 1월과 2월은 어차피 음악인들에게는 비수기 중에서도 ‘보릿고개’에 해당해, 행사가 없다고 했다. 더군다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으로 더욱 행사가 없다.

“음악을 그만두려고도 했다. 고민의 시간이 많았다. 사실 우리는 거리 버스킹 공연을 주로 하지 않는다. 클럽이나 민관에서 행사 공고 뜨면 가는 ‘행사장 위주’로 활동하고 있다. 공연활동을 좀 더 많이 하고 싶은데, 클럽 공연을 할 수 있는 장소도 많아졌으면 한다.”

이들은 생계를 이어가면서 음악활동을 해야 하는 현실적 문제도 담담히 이야기했다. 신 씨는 음악으로 생활하기로 마음을 먹었기에, 회의감이 들기도 하지만 음악은 참 애증의 대상이라고 했다.

“고등학교 때 동인천 음악감상실에서 4~5시간씩 음악을 듣곤 했다. 지하도상가에서 테이프를 사서 몇 번이고 다시 듣기를 했던 시절이 있었다. 듣기만 해도 황홀했는데, 지금은 업이 되니, ‘코드는 뭐지, 나도 만들어볼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

지금은 ‘음악 감상’ 행위를 그 때처럼 하지 않는다고 했다. 좋아하는데 버릴 수도 없고, 무대에 서는 매력과 감흥이 너무 좋아 하게 된다고도 말했다. 김 씨도 같은 생각이었다.

“주변 음악인들이 경제적 이유로 많이 포기한다. 음악과 다른 일을 하면서 주말에 어렵게 시간을 내 음악활동을 이어가는 사람도 있다. 나는 음악인이다. 무대에 서고 싶다. 무엇보다 음악은 나를 버티게 해준다.”

인천에서 음악 활동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했다. 새해에는 공연장과 행사가 좀 더 많아지길 바라고 있었다. 무엇보다 음악인들이 활동할 수 있는 환경 개선에도 일조하고 싶다고 했다.

“자작곡으로 발표된 것은 사실 ‘낙화’밖에 없다. 올해에는 자작곡 2곡정도 작업하고 더 노력해서 앨범작업도 계획 중이다. 카피 음악으로 행사나 클럽 공연을 다니는데, 우리를 알릴 수 있는 곡으로 나가겠다.”

신 씨와 김 씨의 눈이 빛났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락캠프에 제법 많은 사람이 모였다. ‘경인고속도로’는 첫 공연 팀으로 무대에 섰다. 락캠프에는 이글스의 ‘호텔 캘리포니아’가 어쿠스틱 버전으로 울려 퍼졌다.

▼제2회 인천평화창작가요제 영상, 경인고속도로 '낙화'

 

▼어쿠스틱 듀오 '경인고속도로'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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