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한 초교, 유통기한 지난 시리얼 기증받아 학생들에 제공
학교 측 “유통기한 지났어도 유효기간에 따라 섭취 가능”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 남동구 한 초등학교가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시리얼을 제공했다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는 등 물의를 빚었다.

<인천투데이>에 제보된 내용을 따르면, 시리얼 유통업계에 종사하는 A초등학교 동문회 한 임원은 2019년 12월 시리얼 500상자를 학교에 기증했다. 시리얼 상자에는 유통기한이 2019년 11월 7일로 적혀있었다.

A초교 교장은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에게 시리얼을 주기 위해 지난주 각 학급 담임교사들에게 학생 3~4명을 추려 교무실로 데려오게 했다. 하지만 교사들 중 일부는 학생들에게 시리얼을 나눠주려는 것을 말렸다. 교장은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유효기간은 남아있어 먹어도 상관없다”며 시리얼을 나줘주게 했다.

A학교에 제공된 시리얼 사진. 유통기한이 2019년 11월 7일로 적혀있다.(사진 독자제공)

교장의 지시를 따르지 않고 시리얼을 나눠주지 않은 교사도 있었지만, 일부 교사들은 유통기한을 인지하지 못하고 추려진 학생들에게 시리얼 각 5상자를 나눠줬다. 유통기한이 지난 시리얼을 학생들로부터 받은 학부모들 중 일부는 담임교사에게 항의전화를 했다.

교사들이 교장에게 학부모들이 항의한 사실을 알리자 교장은 “항의한 학부모들에게 ‘시리얼 유통기한이 지난 사실을 몰랐으며, 유통기한이 지났어도 제품을 섭취할 수 있어 유효기간은 지난 게 아니다’라고 설명해라”고 지시했다. 이에 학부모들 중 일부는 담임교사에게 시리얼을 돌려보내며 직접 먹어보라고 따지기도 했다.

익명을 요구한 제보자는 “재고가 쌓인 물품을 털어내려고 학교에 기증한 것처럼 보였다. 소외계층 학생들에게 유통기한이 지난 과자라도 주면 좋아할 거로 생각하는 마음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리얼을 기증하는 것은 좋은 취지이나, 어린 학생들에게 먹는 문제는 매우 중요한데 좀 더 신경 써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A학교 운동부 학생들은 12월부터 매일 아침 이 시리얼을 먹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학교에서 시리얼을 섭취한 학생들은 운동부와 학급당 2~3명씩으로 파악된다. A학교 전체 학급 수는 26개로 시리얼은 현재 200개가 넘게 남아 있다.

이에 대해 A학교 교장은 “시리얼을 제공한 동문회 임원은 3년째 운동부 학생들에게 간식을 제공해왔다. 혜택이 학생들에게 고르게 돌아가면 좋으리라 판단해 운동부 이외 학생들에게도 나눠줬다”고 설명했다.

이어 “받은 시리얼이 유통기한은 지났지만, 유효기간은 유통기한 이후 1년이라고 들었다. 학부모회에도 허락을 받은 사안”이라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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