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호제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 남북 과학기술 교류 제안
“통일 스타트업, 과학 교육ㆍ정보 교류 등 대북제재 해당 안 돼”
“기존 경협 구상 넘어 과학기술 접목 필요, 인천 역할 발굴하자”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제조업 중심으로 추진된 기존 남북 경제협력에 과학기술 개념을 접목하고 인천만의 역할을 찾아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기존 경협 방식은 4차 산업혁명 시대와 북한의 스핀오프(spin-off, 국방기술 민간 활용) 정책에도 동 떨어진다는 지적을 근거로 한다.

강호제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교 공동연구원 겸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은 인천시가 11일 인천통일플러스센터 회의실에서 개최한 강연회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그는 북한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방안과 남북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시의 역할을 소개했다.

강호제 북한과학기술연구센터 소장은 11일 인천통일플러스센터 회의실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북한 과학기술의 평화적 활용방안과 남북 과학기술 협력을 위한 인천시 역할을 소개했다.

“북핵 개발 이미 완료, 기존 제재ㆍ봉쇄 의미 없어”

강 교수는 먼저 “북한의 핵무력 수준을 정확히 파악해야 제대로 된 비핵화 정책이 나올 수 있다”며 “북한은 이미 2017년 11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15’ 발사로 핵 개발을 완료했다”고 했다. 북이 핵무력을 완성한 단계에서 비핵화 정책도 달라져야한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 2000년대 초ㆍ중반 6자 회담 당시 ‘북핵 3단계 해법’으로 비핵화를 위한 기회가 있었지만 이뤄지지 못했고 현재는 비핵화가 더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북핵 3단계 해법이 2단계까지 됐지만, 2008년 미국이 합의를 깨면서 완전한 비핵화 기회는 날아갔다. 미국 보수언론도 당시 이상하다는 반응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은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북극성-3형’ 실험도 마쳤으며, EMP(고강도 전자파 펄스)탄과 수소폭탄도 언급했다. 이런 상황에서는 북핵 능력을 인정해야한다”고 한 뒤 “미국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을 요구하며 MD(미사일 방어)체계를 공고히 한 것은 북핵을 인정한 셈이다. 미국은 한국이 북핵 능력을 눈치 챌 때까지 무기를 팔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북핵은 이미 완성됐기에 봉쇄나 제재가 필요 없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강 교수는 “제재의 단점은 인도적 지원마저 봉쇄하고 오히려 밀수를 늘린다는 데 있다. 이미 (핵이) 개발된 상태에서. 또 핵 무력 성장도 막지 못한다”고 말했다. 오히려 북한이 스핀오프를 잘 진행하게 유도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소련 붕괴 직후 핵무기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미국이 추진한 ‘협력적 위협 감축 조치(CTR: Cooperative Threat Reduction)를 설명했다. 당시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핵무기와 운반체계 등을 처리하기 위해 기술ㆍ자금ㆍ인력 등을 지원하며 관련 인력 재취업과 해외 이주 등을 도왔다. 이는 세계 최초로 성공한 비핵화 프로세스다.

북한 스핀오프 현재진행형, 핵 기술로 만든 공기청정기 상상

강 교수는 “과학기술 평화적 활용이 스핀오프의 가장 큰 장점이며, 북한은 김정일 시대부터 이를 염두에 뒀다. 북한은 ‘경제와 핵 병진 노선 결속을 경제 발전전략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 경제는 이미 스핀오프가 진행 중이라고 했다. 그 사례 중 하나가 국가 통합 전력 관리체계를 도입한 것이다. 그동안 북한은 전쟁을 우려해 도별로 전력을 관리했다. 강 교수는 “북한이 전쟁은 없다고 판단한 것”이라고 했다. 또, “북한은 현재 군수공장에서 스키장 설비도 제작하며, 기존 비행장 자리에 중평남새온실농장과 양묘장을 만들었다”고 부연했다.

아울러 “광명성 3-2호 발사 성공 직후, 과학자ㆍ기술자ㆍ노동자 101명을 공개했다. 이는 음지에서 일한 과학자들을 양지로 올리겠다는 것이다. 또한 김정은 위원장의 현장지도로 북한 최고대학은 김일성종합대학이 아니라 국방종합대학으로 알려졌다”고 덧붙였다.

강 교수는 북이 이처럼 스핀오프로 경제 발전을 추구하는 만큼, 개성공단과 접경한 인천의 역할이 분명히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천시에도 스타트업 기업을 지원하는 정책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며 “남북 기술협력으로 스타트업 창업을 지원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를 들어 “핵 개발로 인해 북한은 필터 기술이 상당하다. 이를 수입해 한국에서 ‘핵무기 기술로 만든 공기청정기’를 홍보한다면 큰 효과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남북 과학기술정보교류센터를 설립해 북한 과학기술 데이터를 축적해야한다고 했다. 그는 “과학기술정보 교류는 대북 제재 대상이 아니”라며 “논란이 되는 벌크머니도 특허 사용료 명목으로 지급하면 제재에 속하지 않는다. 정부의 의지와 선언 문제다”라고 말했다.

또한 “남북이 과학기술 교육도 협력할 수 있다. 인도적 지원에 교육 분야도 포함할 수 있다”며 공부방 교류, 교수 초빙, 교재 공동개발 등을 제안했다. 그는 “북한이 추구하는 ‘과학기술 인재화’를 우리말로 하면 ‘전 국민의 이과화’에 속한다. 그만큼 북한은 과학교육 수준이 상당한 셈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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