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나와 다른 사람들도 나와 연결돼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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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투데이
  • 승인 2020.02.10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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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김지학 한국다양성연구소 소장

[인천투데이] 우리는 함께 살아간다.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은 우리 곁에 늘 있다.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건 참 안타까운 일이다. ‘정상’으로 여겨지는 조건을 가진 사람들이 만든 사회구조는 견고하고, ‘비정상’을 향한 차별과 억압이 공고한 사회에서 사회적 소수자가 자신의 소수자성을 드러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이러한 사회에서 주변에 소수자가 ‘보이지 않는다’면, 소수자에게 안전한 느낌을 줄 수 없는 사람인 동시에 주변에 소수자가 함께할 수 없는 조건들을 그대로 두거나 스스로 만들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언제나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에도 불구, 사회적 소수자를 예외적 존재로 인지하게 하는 사회구조는 기존 사회구성원들의 소수자 이해도를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뜨릴 뿐 아니라 ‘정상’ 기준의 권력체계를 공고하게 유지시킨다.

또한 우리는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고 정체성마다 권력은 교차하기 때문에 한 가지 정체성에서 소수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다른 소수자가 경험하고 있는 억압을 서로 이해하는 게 부족하다. 그 탓에 기존 권력체계에서 만들어진 관념을 바탕으로 서로 차별하는 일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퀴어를 배격하는 다른 소수자단위들, 여성혐오를 공공연히 드러내는 다른 소수자단위들, 다양한 유형의 장애를 가진 사람들을 고려하지 않는 다른 소수자단위들의 모습은 소수자 간 갈등을 야기한다. 누가 가장 큰 고통을 받는 피해자인지 경쟁하게 만들기도 한다. 이는 모든 존재가 있는 모습 그대로 살 수 있게 하는 운동의 지향을 흔들 뿐 아니라 기존 권력체계를 견고하게 유지시킨다.

영화 ‘어바웃레이’에서 레이는 “예외로 살아가는 거 정말 지겨워”라며 FTM 트랜스젠더로서 자신의 모습이 일상적으로 받아들여질 수 없는 현실을 통탄한다. 예외적 존재로 자신을 드러내야하고 소수자성을 증명해야하며,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존재임을 ‘허락’ 받아야하기 때문이다.

예외가 아닌, 언제나 우리 주변에 존재하는 각자의 모습대로 살아갈 수 있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 구조도 변해야겠지만 각자 다양한 사회적 소수자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자세에서부터 시작해볼 수 있다.

누군가를 향한 차별은 비단 특정인 차별로 끝나지 않는다. 애초 다른 영역의 문제인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을 향한 차별과 억압은 사실 모두 연결돼있기 때문이다. 누군가 차별을 받고 있다면, 그것은 다른 면에서 자기 자신이 차별을 받을 수 있는 근거들로 인해 작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누군가가 차별과 억압의 굴레 안에 있다면 곧 자신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점을 인지할 수 있어야한다.

인권이야기를 나누러 다니다보면, ‘나를 장애인 취급하지 말라’는 이주민을 만나기도 하고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이 가득한 여성을 만나기도 한다. 또, 여성비하 표현을 사용하는 성소수자를 만나기도 하고 트랜스젠더를 못마땅해 하는 게이를 만나기도 한다. 잘 모르는 사람을 알아가고자 하기보다 불편해하는 태도는 소수자 간에서도 발생하는 차별을 그대로 드러낸다.

최근 한국사회에 트랜스젠더에 대한 논의를 뜨겁게 달군 사람 두 명이 등장했다. 육군하사로 복무 중 성 확정(성별 적합) 수술을 받은 변희수 하사와 숙명여대 법학과에 합격한 트랜스젠더 학생이다. 여성혐오가 만연한 사회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여성들 중 일부가 “남성이었던” 트랜스젠더를 여성들의 공간을 침범하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성중심주의 사회에서 여성혐오 이야기가 아니라, 비성소수자로서 성소수자를 차별하는 행위다.

자신이 정체화하는 성과 다른 성으로 살아가라는 요구 자체가 젠더 폭력이며, 여성 억압체계를 그대로 적용한 결과다. 이해할 의지의 부족으로 결국 자신과 같은 억압을 경험하고 있는 다른 소수자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적으로 삼을 게 아니라, 소수자를 향한 차별과 억압을 유지시키는 권력체계를 무너뜨리기 위해 다양한 소수자 정체성이 서로 이해하고 연대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