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문 발송 당일 ‘오전 11시까지 마스크 수량 일일이 보고’ 지시
감염병 대응 매뉴얼 유명무실... 보건교사에 업무 쏠려
“물품구입비 지원은 오히려 업무 부담, 교육청 일괄 구매해야”

[인천투데이 이종선 기자] 인천시교육청이 일선 학교에 지시한 신종코로나 대응책이 오히려 보건교사의 업무만 가중하는 탁상행정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인천시교육청은 지난 5일 오전 기자간담회를 개최하며 신종종코로나 바이러스 대응책을 발표했다.

시교육청은 최근 신종코로나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일선 학교에 방역물품 비축현황을 보고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공문에는 당일 오전 11시까지 일반 보건용 마스크 개수를 박스단위가 아니라 낱개로 세서 보고하라는 내용이 있다. '기한엄수'라는 조항도 달렸다.

인천 내 초등학교 보건교사 A씨는 “언론 발표를 의식해 허겁지겁 마스크 개수를 일일이 세도록 하는 게 코로나 대응에 어떤 도움이 되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교육부가 발간한 학생 감염병 예방·위기 대응 매뉴얼을 보면 각 학교는 ‘학생감염병관리조직’을 구성해 발생감시팀·예방관리팀·학사관리팀·행정지원팀을 두도록 한다. 여기서 보건교사는 발생감시팀과 예방관리팀에 속해 담당업무를 진행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일선 학교 업무가 매뉴얼대로 굴러가지 않는 게 문제다. 사실상 보건교사가 4개 팀 모두의 업무를 맡는다.

학사관리팀 업무에 있어서 보건교사는 감염병과 관련한 학생의 결석·복귀 등의 학사정보를 교육행정정보시스템 나이스(NEIS)에 입력해야 한다. 이외에 보건 관련 가정통신문 작성, 회의 참여 등의 업무도 있다.

학교현장 학생감염병관리조직 구성 예시.

앞서 거론한 방역물품 수량을 확인하는 등의 행정지원팀 업무도 마찬가지다. 학교 행정실이 학생감염병관리조직 행정지원팀 총괄이지만 대부분 학교에서는 방역물품 수량을 보건교사가 일일이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매뉴얼대로 업무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학교에서는 보건 교사가 1명씩 배치돼있기 때문에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방역물품 현황을 보고했지만, 교육청의 후속 조치는 미비했다. 시교육청은 직접 부족한 물품을 보급하는 게 아니라, 물품구입 지원금을 학생당 3000원씩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현장에서는 물품 구매 업무가 더 추가된 셈이다. 보건교사들은 28일까지 물품 구매 후 정산해 교육청에 보고해야 한다.

A씨는 “방역물품을 구입하고 싶어도 모두 알다시피 없어서 못 구하는 상황이다. 교육청 차원에서 일괄 구매해 지급해야 현장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다”며 “교육청 지침은 총체적으로 학교 현장과 괴리가 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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