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중국인 유학생 입국 앞두고 인천시 ‘무대책’
“박남춘 시장 손소독제 공장방문은 콘트롤타워 부재”

[인천투데이 김현철 기자]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인천 재난안전대책본부의 대응이 타 시?도와 비교해 턱 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천시는 지난 3일 지역사회 유행 대비 대책마련 논의를 진행했다. 이 자리에서 인천지역 중국인 유학생 1100여명 대규모 입국 관련한 문제를 논의했으나, 해답을 마련하지 못하고 교육부 지침을 기다린다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무분별한 중국인 혐오는 배제해야 하지만, 지역 시민의 안전도 중요한 만큼 일정 수준 이상의 격리는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의료계 관계자의 중론이다. 인천에만 1100여명이 입국할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각 대학이 개별로 중국인 유학생을 관리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박남춘 인천시장이 4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응 회의'에서 주요사항을 보고받고 대응상황을 점검하고 있다.(사진제공 인천시)

제주도와 전라남도가 중국인 유학생 대규모 입국을 대비해 교육청을 비롯해 각 대학 교무?사무처장 등을 소집해 협력체계를 구축한 것과 대비되는 모습이다.

제주도는 지난 3일 제주도교육청과 도내 4개 대학이 함께 중국인 유학생 대응 관련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중국인 유학생 입국 현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제주국제공항에서부터 각 대학과 기숙사까지 별도 이동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전남도 같은 날 전남도교육청과 지역대학 교무?기획처장 연석회의를 열고 개학을 맞아 대거 유입될 것으로 보이는 중국인 유학생 현황을 파악하고, 전남도가 지원할 사안을 점검했다.

인천시는 4일 오후까지 이와 관련한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시민안전에는 과잉대응하겠다'고 한 박남춘 인천시장의 공언이 무색해지는 대목이다.

인천 내 가장 많은 중국인 유학생을 보유하고 있는 인하대학교 관계자는 “현재까지 인천시로부터 협력체계 구축 등과 관련한 연락은 없었다”며 “학교 차원에서 유학생들과 연락을 시도하고 있다. 대부분이 아직 중국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대도 인천시로부터 받은 연락은 없다. 인천대 관계자는 "대학차원에서 개별로 중국에 있는 학생들과 연락을 취하고 있다. 전화통화가 힘들어 메일로 소통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시 차원에서 협력체계 등을 구축하자는 제안이 오면 당연히 응할 생각이다. 학교 차원에서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적극 돕겠다"고 덧붙였다.

인천시는 지난달 27일 ‘신종 코로나’ 감염병 위기경보단계가 ‘주의’에서 ‘경계’로 격상됨에 따라 기존 방역대책반을 재난안전대책본부로 확대 운영하고 있다. 본부장은 박남춘 인천시장이 맡고 있다.

인천지역 신종 코로나 발생현황은 2월 3일 오후6시 기준 확진자 1명, 확진자의 접촉자 101명(전일대비 68명 증가), 의사환자?조사대상자 68명(전일대비 10명 증가), 능동감시?자가격리 대상자 45명(전일대비 1명 증가) 등 215명이다.

인천은 1번 확진환자 이후 추가 확진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는 않지만 12번째 확진환자가 인천 미추홀구 등지를 방문한 것으로 확인돼 안심하기는 이르다.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현재까지는 중국 등 타국에서 유입된 환자가 대다수를 차지하는 등 지역 내 감염환자가 발생하지 않고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에서 유입되는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것이 ‘신종 코로나’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 것”이라면서도 “단순히 입국을 거부하는 문제를 넘어서 혹시나 유입된 바이러스가 있다면 빠르게 격리해 지역 내 감염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지역 내 감염으로 이어질 경우 현재까지 추진하던 방역체계는 사실상 무용지물이 된다”고 덧붙였다.

대학별로 개학 연기 등을 고려하고 있지만, 잠복기간 만큼은 중국에 거주하던 유학생이 지역 주민과 격리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박남춘 시장은 4일 인천시 남동구 손소독제 공장에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했다. 재난에 준하는 현재 상황에서 콘트롤타워를 맡아야 하는 박 시장의 이 같은 소극적인 행보도 문제로 지적된다.

신규철 인천평화복지연대 정책위원장은 “인천시가 시민안전에 과잉대응을 하겠다고 발표해 환영했지만, 지금 박남춘 시장의 행보는 방향이 틀렸다”며 “과잉대응은 오로지 시민들의 불안해소가 목적이어야 한다. 사실상 콘트롤타워 부재”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이어 “중국인에 대한 혐오는 시민 불안에 기인한다. 대규모 중국인 유학생 입국을 앞두고 있는 가운데 인천시가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못하면 결국 또다른 혐오로 번질 수밖에 없다”라며 인천시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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